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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Dec 24. 2020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두 사람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요.
모든 게 완전히 정말 반대지만요.
함께 있을 때면 왠지 참 좋은걸요.

2004년, 지오디 6집 앨범 4번째 트랙, 중학교 때 처음 들었던 이 곡은 그 뒤로도, 성인이 되어서도 즐겨 들었다. 유독 연애를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별할 때마다,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게 되었고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 전달되는 느낌은 다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풋풋했을 그 나이에, 상처 받는 게 너무나 두려웠던 그때보다 지금은 성숙했다. 무엇보다 내가 많이 변했고, 그 중심에는 “관계”가 있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추천받았을 때, 상당히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관련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평소에 거부감이 없었던 나로서는 어떤 주제가 다루어질지 호기심이 자극되고, 몰입이 되었다.

물론,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만 보고 그렇게 추측했던 나 자신이 책을 점점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나도 모를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었던 것은 아닐지 부끄럽기도 하고, 두 작가의 성격이나 정신병리 등을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비슷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점이 사람을 서로 끌어당긴다면, 다른 점은 둘 사이의 빈 곳을 채워준다.


관심사나 취미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함께 나아가는 방향도 발맞추어 갈 수 있을 텐데, 실제로 그렇게 매력을 느낀 두 작가는 이제 개인 공간보다는 서로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동거라는 생활에서 너무나 달랐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속도로 양보도 하고, 변해가는 모습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그래야 갈등이 생겨도 봉합할 수 있다.


물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사람은 없고, 설령 비슷한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인다고 해도, 실제로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비슷하다고 느꼈을지라도, 조금 더 가까운 관계가 되고, 퇴근도 없이 숙식을 같이 해야 하는 동거의 삶이라면 너무나 다른 점이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나만 잘하면 돼”가 아니라 이제 “함께”라는 삶을 살게 된 순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상대방의 사소한 문제도 서로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난 기숙사 생활을 1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나왔고, 집을 떠나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타지(전북, 충남, 서울, 인천, 강원)에서 줄곧 혼자 자취를 했다. 룸메이트가 있으면 불편했고, 내 공간에 누가 들어오는 게 정말 싫었다. 가까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밀어냈던 것 같다. 특히나, 잠자리에 예민했던 나는 함께 수면을 취해야 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서운함도, 오해도 따라다녔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고 ‘너와 나는 다르다’며 이해를 강요했던 적도 있다. 또는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피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속에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결국 나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곧 잘 싸우는 것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혼밥도 잘하고 혼자서도 재밌게 잘 지낸다고 자부한 나는 상당기간 독신을 꿈꾸었던 적도 있다. 그랬던 내가 불과 1년 사이에 변했다. 관계 속에서 더 행복함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먼저 변하려고 노력하고, 점점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간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에는 미래의 가정을 꿈꾸고 있다.

혼자를 잘 챙기는 삶은 물론 바람직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역시 남에게 해주는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고 의욕적인 것 같다.


이처럼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이 바로 “관계”이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객관화를 하면서, 중립적인 마음으로, 상대방은 나와 어떻게 다른지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외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경험을 준다.

물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여행자의 예의를 품을 때,
내가 갖지 못한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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