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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Feb 03. 2021

반응적(고전적) 조건화

학습이론 1 : 연합(association) 의한 학습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가장 널리 알려진 심리학 실험으로,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먹이를 주면 개는 자연스럽게 침을 흘린다. 이것은 학습이 필요 없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반응이다. 먹이를 주면 바로 전에 종을 울리고,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하자 먹이를 주지 않아도 개가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중립이었던 자극(종소리)이 먹이 고유의 기능과 비슷한 기능을 얻게 되었다. 여기서 자극(stimulus)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관심을 두는 반응에 선행되는 사건을 말한다.


#학습이 필요 없는 관계 (타고난 반응)
- 무조건 자극 : 먹이
- 무조건 반응/반사 : 침 분비

#반응적 조건화
- 중립 자극 -> 조건 자극 : 종소리
- 조건반응/반사 : 종소리로 유도된 침 분비


이렇게 반응적 조건화개체가 처한 환경이나 맥락에서 그때까지 없었던 생물학적 기능을 주는 것이다. 즉, 개체 행동이 변화할 기회를 새롭게 만들어 생존과 적응에 이바지한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유전적 반응이 있고,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환경은 개인의 특별한 학습 경험에 달렸다.


많은 연구에서, 인간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감정 요소의 조합이나 적은 수의 기본적인 정서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갑을논박이 있지만, 대체로 아래 다섯 가지 감정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공포, 슬픔, 기쁨, 분노, 혐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되어보자. 처음 경험하는 사건이나 상황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섭겠는가.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이기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대상에 공포를 느낄 것이다. 자동적으로 공포를 유발했던 무조건 자극이 있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동시에 경험한 중립 자극(이전에는 공포감을 유발하지 않았던)은 어느 순간 조건 자극이 되어 다양한 연합(반응적 조건화)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대상은 하나둘씩 늘어난다.


이번에는 좀 더 자란, 어린이가 되어보자. 내가 슬픔을 느낄 때마다 공포심이 생기게 행동하는 부모와 반복해서 마주친다면 어떨까. 부모의 행동은 반응적 조건화를 통해, 아이가 느끼는 슬픔이라는 정서를 공포를 일으키는 자극으로 바꾸게 된다. 결국 아이는 점차 자기감정 반응에 두려워하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 학습이론을 이해한다면, 전쟁 중에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특정 외부 자극(헬리콥터 소리, 연기 냄새, 군복 등)에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하고, 대다수 불안장애 환자들이 처음에는 불안을 느끼지 않았던 상황마저도 결국 불안을 느끼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전통적 행동치료에서는 외부 자극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최근에는 내부 자극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내부 자극이란 정서, 신체 감각, 기억과 같은 것이다. 이런 내부 자극으로 생긴 조건화를 내적 감각 조건화(Introceptive conditioning)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내적 감각 조건화는 공황장애에서 볼 수 있다. 공황발작을 경험하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고 이를 실제 위협처럼 받아들이는데, 동시에 느껴지는 강력한 신체 감각들이 중립 자극에서 조건 자극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공황발작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피로감이라도 (실제 피로감은 공황발작 진단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 두 번째 공황발작이 일어날 때 몸이 피곤한 상태였다면 (하필 전날 적게 잠을 자서) “피로감” 과 관련한 신체 감각들이 조건화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전에는 잠을 잘 못 자도 크게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그런 신체 감각 하나하나가 조건 자극으로 기능해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흉부에 압박감을 느끼는 등 조건반응(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게 공황발작의 빈도는 증가하게 되는데, 내적 감각 조건화는 증상이 악화되는데 핵심적이다.


그렇다면 조건화는 영원할까?


반응적 조건화는 자극이 강해지기도 하지만, 약해지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반응이 없어지는 경우, 소거(Extinction)라고 한다. 다시 파블로프의 개로 돌아가 보자. 종이 계속 울리는데 먹이를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종소리만으로 침을 분비할 수 없다. 즉, 조건 자극이 되었던 종소리는 기능을 잃고, 침을 흘리는 조건반응도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겁을 먹었던 어린아이가 막상 어둠 속에서 위험한 일을 겪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제 공포를 일으키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두려워하기 시작할 때 벗어나고자(회피 행동)한다면, 자연스러운 소거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당장의 두려움을 줄여주고, 불안함이 감소된다는 단기적인 이유로 많은 불안장애와 강박장애 환자들에게서 회피 행동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거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불안의 빈도와 강도는 더 늘어나 괴로울 수밖에 없다.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힘들더라도 점진적으로 노출 치료를 해보자고 권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궁금증이 든다. 외부 자극이든, 내부 자극이든, 반응적 조건화는 내가 직접 경험한 사건이나 감정에 연합이 되어 반응을 일으키는 인데, 우리 인간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떠올리고,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다양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가. 이 첫 번째 학습이론만으로는 ‘생각’이라는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생각은 경험하지 않았던 곳으로도
당신을 데려가고 있다.






Ref. 인간행동의 ABC, 대한맥락행동과학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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