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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May 14. 2021

아버지와 아들

닮은 듯 안 닮은 듯

나는 어릴 적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건 아마도 생김새였을 것이다. 난 잘 모르겠는데, 동네에 머리를 자르러 가거나 가족과 함께 마트에 가면 어른들이 “아들이 아버지 똑 닮았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이상했다. 아버지랑 나랑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닮았다고 하는 거지. 아버지의 부리부리한 쌍꺼풀과 이목구비가 뚜렷한 눈코입은 분명 나랑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드러운 눈과 웃을 때 사라지는 작은 눈은 어머니랑 닮은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건, 내 코와 입, 즉 코 아래 하관이 아버지랑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웃을 때 입이 귀에 걸리는 듯한 느낌은 더욱 비슷했다.


요즘 들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따뜻함보다는 차가웠고, 부드러움보다는 거칠었다. 격려와 지지를 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무시였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기고 싶었고,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결코 나약함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아들은 아버지와 다르고, 나의 선택과 가치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마냥 싫기만 했던 아버지의 말과 행동이,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아온 환경과  맥락에서는 그렇게밖에   없었다는  또한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운하고 속상함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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