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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Apr 30. 2021

긴 여운

울림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그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많이 기다리셨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초진.

대개 첫 만남에,

의자에 앉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치료자의 시선을 살피기도 하고

진료실을 스윽 둘러보기도 하고

바닥을 계속 바라보며

눈 마주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그 미묘한 시간을 깨는 첫마디는

은근 중요하다.


저 진료실 문이 뭐라고,
이곳에 들어오기까지 망설여지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어떠셨나요?


그 중년 남성은 아무 말 없이 울기 시작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이미 터져버린 것이다.

나는 조용히 휴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6개월 간 꾸욱 참다가

이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찾아왔다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리고 내 시야도 흐려졌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눈물이 고이는 것은  막기 힘들 때가 있다.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온전히 상대방의 감정이 전달될 때,

 몸은 먼저 반응을 한다.


이 상황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숨기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다고 느낀다.


복잡 미묘한 이 감정의

여운이 길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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