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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Jul 27. 2021

인턴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챙겨보고 있다. 의사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드라마 리뷰 하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하던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나서인지 마치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수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병원에는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정신과 레지던트 4년 수련과정 이전에, 인턴 1년 동안 배웠던 다른 과들 중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는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 있으면서도 정말 다양한 수술을 경험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했다. 심장 수술을 직접 보고 있을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던 적도 있었고, 뇌 수술을 보고 있을 때는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평생 정신과 의사로서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인턴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언제 그런 수술을 직접 볼 수 있었을까 싶다. 그때는 그저 힘들다는 생각에 빨리 인턴이 끝나기만 바랬는데.. 밥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로 10시간 동안 수술방에 있어보기도 했고 일주일 동안 잠을 한 시간씩 밖에 못 자서 병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삶은, 정작 인간 다운 삶이 아니라는 생각에 앞으로 어떤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내가 살아있구나, 그래도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하는 환자와 꼬르륵 거리는 배소리를 듣고 간식을 건네주던 보호자, 그들과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라도, 소소한 농담이라도 주고받았던 그 잠깐의 순간이 왜 이렇게 강렬했는지..


사람을 살리는 수술도 멋있었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은 인턴 과정을 통해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죽고 사느냐 문제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눈길이 갔고, 내 삶의 방식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인간다운 삶을 원했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역사와 삶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일은 경건했고, 조심스러웠다. 감히 내게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난 그렇게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를 지원했다.


소위 빅 5병원이라고 곳에서 60명이 넘는 인턴 동기들과 함께한 지난 추억은 잊을 수 없다.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한 많은 이들이 지금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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