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인턴 장홍도, 장윤복
극 중에서 산부인과 인턴 장홍도의 “리차드슨 아웃” 이나 외과 인턴 장윤복의 “엘튜브” 에피소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 보면서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의대생이 마치 책만 보다가 갑자기 의사가 되어 병원에 처음 온 사람처럼 묘사한 것 아닌가..! 학생들도 본과 3,4 학년 때 병원 실습을 하면서 2년 가까이 수술방도 들어가고 병동 환자 케이스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백번 양보해도 있을 수 없는 에피소드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실제로 이런 장면을 자문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있다면 정말 그분들 머릿속에서 나온 걸까 의구심까지 들었다. 물론, 병원에 자주 오거나 오래 계셨던 환자 분들이 보시기에도 인턴들은 표정과 행동에서 바로 티가 난다고 한다. 특히, 3월 인턴은 더욱 그렇다.
3월에 응급실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지금 그때를 생각해도 정말 긴장을 많이 했고 떨렸다. 근무 첫날 했던 동맥혈 채혈을 젊은 남성에게 했었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아프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채혈이 안 아플 수는 없지만 지금 한다면 정말 순식간에 덜 아프게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환자가 아프지 않을까, 실수하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면 오히려 긴장되기도 한다. 몸에 익숙해지면 능숙하게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사망선고
심장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다가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 그리고 같은 이름을 가졌던 주치의 흉부외과 레지던트 박찬민. 사망선고를 하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결국 김준완 교수가 사망선고를 하게 되고, 찾아와 죄송하다고 말하는 찬민.
뭐가 죄송해, 울 수도 있지,
의사는 사람 아니냐, 괜찮아, 울어도 돼,
우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아무리 감정이 그렇더라도,
의사가 해야 할 일이야
이성적인 사람으로 묘사되는 김준완 교수도 환자 앞에서 울지 않고 화장실에서 울었던 레지던트 시절을 후회한다고 했다. 돌아가신 환자를 보고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양석형 교수도 처음 주치의 맡았던 환자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환자 앞에서 감정 표현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그게 되나.. 안 참아지더라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어. 눈물을 못 참겠더라고..
의사 망신 다 시킨다고 혼났어.
우리 외과, 흉부외과 선생님들과 함께 이 대사를 다시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공통적인 의견은 감정이 복받쳐서 울음을 터트리거나 사망선고를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다만, 가족들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오던 환자보다는 갑작스럽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경우가 옆에서 보기에도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사망선고나 의료행위 설명은 담담하게 하는 편이지만,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보호자, 계속 말을 걸고 눈을 떠보라고 말하는 보호자들을 보고 있으면 여운이 강하고 길게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함께 울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우는 것과 별개로 마음속으로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겉으로 티를 내지 않지만 적어도 일주일간 후유증이 남는다. 뭐를 어떻게 더 잘했어야 했나.. 스스로 피드백을 끊임없이 하고 때로는 자책을 하다못해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의사라면 자기가 했던 사망선고 기억은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대략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맡았으면 이 사람이 살았을까. 나는 분명히 내가 배우고 할 수 있는 거 다했는데도.. 최선을 다해도 죽는 사람이 있구나..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우울하고 무기력감도 강하게 찾아온다. 아무리 많은 사망환자를 겪는다고 해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아닐까..
소아외과, 식도폐쇄증 환아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타고 내려와서 위에 들어가서 소화가 시작되는데, 식도 폐쇄는 이 길이 중간에 잘려있거나 막혀있는 것이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 태아의 막힌 식도를 직접 보는 방법과 산모의 양수 양을 통해서 알 수도 있다. (엄마 뱃속에서 태아가 양수를 먹고 대변을 하면서 일정한 정도로 유지되는데, 양수를 먹지 못하게 되면 다른 산모에 비해 양수의 양이 높아지게 된다)
식도 폐쇄증은 여러 동반 기형이 같이 나타날 수 있어 미리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태어나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식도 수술을 해줘야 먹고 자랄 수가 있어서 하루 이틀 째에 수술을 하게 되고, 멀어져 있거나 끊어있는 식도 양끝을 이어주게 된다. 아래쪽 식도가 기관과 샛길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묶어주고 자르는 작업도 필요하다. 수술만 잘 끝나면 문제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
참고로, 현직에 계시는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 통틀어 30여 명 정도뿐이다. 새벽이나 밤에 교통사고 나면 소아를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떠돌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응급상황도 종종 기사로 접하게 된다.
다 죽어가던 아이가 멀쩡하게 걸어 나가고, 애초에 먹을 수 없었던 아이가 수술만 잘되면 아무렇지 않게 잘 먹고 성장해서 살아가는 걸 보면 분명히 보람이 있는 외과 파트. 하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나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으로 사명감만으로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많은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선행되었으면 좋겠고, 많은 관심과 제도 개선을 통해 후배들을 계속해서 양성할 수 있는 구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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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시즌2 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