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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Aug 27. 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 #8

시즌2

치료 가능한 치매

통상적으로 치매라고 하면 대부분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 #7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치매는 기억력 저하를 동반한 전반적인 증상군을 지칭하고 있고,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역시나 예상대로 정상압 수두증(NPH)이 이번 8화의 로사 케이스였다. 내가 미리 예언하고 맞추고도 실제로 드라마에서 그렇게 나오니 소름이 돋았다. 정상압 수두증은 극 중에서도 설명이 된 것처럼 뇌실의 양이 부풀어 올라있는 상태로 뇌척수액을 척추 천자를

통해서 배액을 하면 증상이 호전됨을 보인다. 정상압 수두증의 3대 증상이 바로 보행장애, 기억력 저하, 요실금이다. 물론 증상이 지속된다면 VP shunt(뇌실 복강 단락술)을 신경외과에서 받는 게 좋다.



징크스


오늘 좀 한가한데?
콜이 없네?
환자가 별로 없네?


극 중에서 처럼 아랫년차가 사준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그날 당직에 환자가 많이 온다던지 하는 징크스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우리 선생님들도 모두 처음 들었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그걸 생각한 걸까?


징크스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유독 환자를 타는 의사가 있다. 여기서 탄다는 것은 응급 환자든 입원환자든 정말 많이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평소에는 귀신같이 조용한데, 그 선생님만 당직이면 쉴 틈 없이 환자가 밀려온다..


한편, 나도 그렇고 선생님들 말을 들어보면 항상 환자가 많아서 스스로가 징크스였던 것 같다고 했다. 어느 순간 마음을 비우게 되고 나와의 싸움이 되기도 하고 내공이 점점 쌓인다. 그런데 오죽하면 내가 당직이면 병동에서도 주변 사람 들고 긴장한다: 어떤 응급 환자가 밀려올지 모르니까..


분명 평온한 당직을 하는 동료들도 있는데 꼭 내가 당직일 때 소문이 난 것처럼 환자가 많이 오는 걸 보면 그만큼 내가 열심히 진료를 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



부모님이 아프다

신경외과 의사인 채송화 교수의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진단받지만, 정작 그녀는 몰랐다. 한 번이라도 찾아뵈었으면 단번에 알았을 텐데.. 이 장면을 보고 나도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께 연락을 하고 쉬는 날 찾아가게 되었다. 내가 정신과 의사인데 혹시 수면은 괜찮은지, 우울하지는 않은지.. 생각이 많아졌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느라 정신없는 의사들이 정작 가족의 질환은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외과 선생님은 위암을 보는 외과의사인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위암이 걸렸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을 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죄책감도 들고, 수도 없이 봤던 위암 환자임에도 겉으로 태연한 척하려고 해도 걱정이 많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산부인과, 분만 중 과다출혈

다른 병원에서 분만 중에 과다출혈이 되어 응급으로 율제병원으로 전원을 오게 된다. 수술 중에 양석형 교수는 출혈 부위가 자궁 아래쪽으로 지혈이 쉽지 않아 만약의 상황에는 자궁을 적출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아직 초산인 젊은 여성의 환자를 살리고, 자궁도 살린 채 수술이 끝났고 레지던트인 추민하는 다행이라고 말한다. 거기서 양석형 교수는 추민하에게 훈계? 를 하고 추민하는 자책을 한다. “보호자도 이해했을거라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더라도..”


하지만 우리 의사들은 그렇게 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추민하  선생의 생각이 현실적이고 정답일 수도 있다. 아마 자궁 적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응급이라도 수술 전에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을 것이다. 만약 안 했다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소송을 당하지 않았을까..? 우리들의 추측. 더군다나 사전에 설명을 했더라도 환자가 의식이 돌아와서 정신이 깨고 살았더라도; 막상 자궁이 없어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신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지언정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산부인과 수술을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수술 중에 피가 많이 나기 시작하면 정말 많이 나고, 문제가 있으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보지 않고도 바로 분만실로 올라가는 거의 유일한 과가 산부인과다. 그만큼 산부인과에는 응급실을 들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초응급상황이 있다.


많은 위험성이 따르지만, 분만은 필수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에서 많은 부분을 부담하는 급여영역이고,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책정되지 않는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은 정말 축복받을 일이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고 그에 따라 의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성은 적지 않다.


내가 아이를 문제없이 출산했다고 해서 그 과정이 쉽거나 당연한 것은 아니다. 출산과정에서 언제 어떤 응급 상황이 터질지 모른다. 그만큼 산부인과는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환자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의사가 잘못해서도 아니다. 그리고, 많은 위험부담을 따르는 분만 행위에 대한 보상 혹은 사고가 났을 때 안전장치가 없다면 누가 분만 의사를 하겠는가. 오죽하면 우리나라 출산율도 줄어드는 마당에 분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정말 큰 문제이며, 적절한 처우개선과 안전장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국가 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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