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피운 꽃_3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멀고도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어머니들의 만남
말 탄 병사 둘과 어두운 진흙 색의 마차가 어두운 숲에 들어섰다. 아주 어둡고 잎사귀 하나가 스치는 바스락 소리마저 천둥처럼 크게 들리는 숲이었다. 그래서 말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가 지나는 소리가 숲 속에 아주 크게 울려 퍼졌다. 병사와 마부 모두가 잔뜩 긴장한 채 숲길을 지나고 있었다.
“내 딸을 보았나?”
갑자기 앞에 나타난 산적 얼굴에는 희끗희끗한 긴 수염과 시든 잎사귀들 같은 눈썹이 무성했다. 산적은 이렇게 말하고는 마차 안을 보려는 듯 고개를 갸웃갸웃거렸다. 병사 둘은 갑자기 나타난 산적에 놀라 칼을 휘두르려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마차에 탄 노파가 내렸다.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겠소.”
병사들은 산적의 몸을 뒤지고, 위험한 물건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마차에 태웠다.
“당신도 딸을 잃어버린 건가요?”
“잃어버리진 않았지. 딸이 나를 떠났어. 이게 다 그 소녀, 그 소녀 때문이야.”
산적의 눈은 갑자기 불타는 길 위의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렸다.
“그 소녀가 내 딸을 떠나게 만든 거야. 내 뒤를 이어 산적의 왕이 되었어야 했는데, 그깟 다른 세상이 뭐라고. 나를 떠나 세상을 구경하러 갔어.”
“당신도 딸이 많이 보고 싶겠군요.”
“보고 싶긴. 그냥 산적의 왕이 사라진 게 분할 뿐이야. 내가 어떻게 일궈 놓은 성과 산적들인데. 그걸 버리고 떠나다니. 내 딸도 훌륭한 산적의 왕이 될 기질이 있었다고. 말도 없이 떠나 어디에 있는지 살아는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이제는 술을 마시고 재주넘기를 해도 영 즐겁지가 않다고.”
“그렇군요. 당신의 딸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까마귀가 나서서 말했다.
“내가 당신의 딸을 본 것 같기도. 아니면 당신의 아들일지도!”
“뭐라고? 이 까마귀가 대체 봤다는 거야 못 봤다는 거야. 똑바로 말해! 구이로 만들어 먹기 전에!”
“당신의 딸이 왕궁에 왔었지. 당신만큼 아주 억세게 생겼어. 산적의 딸인지 아들인지. 짙은 피부에 강한 눈을 가졌어. 안하무인, 난리법석 아무도 옆에 있고 싶지 않았지. 그래도 옆에 사람이 많았던가.”
“그래 그 왕국은 이미 지났다는 거지? 지금은 그럼 그곳에 없겠군. 그런데 당신은 어디를 가길래 다 늙어빠져서 이 위험한 숲길을 지나간단 말이야. 우리 산적들이 무섭지도 않아? 내가 먼저 봤기에 망정이지. 다른 산적 친구들이 봤으면, 모두가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노파는 여자 산적에게 자신도 딸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산적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나도. 나도 함께 떠나겠어. 내 딸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 만나면 아주 크게 혼내줄 거야. 코를 아주 세게 비틀어 줘야지. 그리고 노파 혼자 그 먼 길을 어떻게 가겠다는 거야. 나도 나이가 들긴 했지만 아직 정정해. 저 앞에 병사 두 놈은 금방 지칠게 뻔해. 이렇게 험한 길을 겪어보기야 했겠냐고.”
노파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까마귀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까마귀가 두른 양털 가죽만큼 억새 보이는 산적의 손이 무서웠다. 마치 곧이라도 자신을 잡아 까마귀 구이로 만들어 먹을 것만 같았다. 산적을 태우고 가면 자신의 내려서 다시 왕국으로 도망칠 것이라고 했다. 노파가 입을 열었다.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을 아주 잘 알아. 산적이든 누구든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지. 까마귀야 너도 너의 사랑을 잃어봐서 알잖니. 이 산적을 함께 이 마차에 태워가면 안 될까? 위험한 도구도 없고, 내가 이 흰 지팡이로 너를 지켜주마.”
까마귀는 곰곰이 고민하다 자신은 그럼 왕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미 이렇게 와보니 너무 힘들고, 왕궁의 부엌에서 먹던 찌꺼기 음식들이 그리웠다. 결국 까마귀는 자신의 사랑이 갔던 길보다 조금 더 멀리 떠나고 다시 왕국으로 되돌아갔다.
“말을 타고 그 추운 나라까지 가겠다고? 그건 절대 불가능해. 말발굽은 눈에 미끄러져 버리고 말걸? 말들은 추위에 지쳐 얼마 가지 못해 멈출 거야. 얼마 전에 잡아온 순록 두 마리가 있어. 순록으로 바꿔 타고 가자. 장갑도 끼고 가면 좋은데, 장갑은 내 딸이 훔쳐가 버려서 두꺼운 천으로 손을 감싸고 가야 할 거야.”
노파는 병사와 마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병사 둘과 마부는 미친 짓이라며,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산적의 소굴로 가는 순간 잡아 먹히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파는 병사와 마부도 왕국으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함께 산적의 성으로 가, 순록 두 마리에 올라탔다.
다행히 순록들은 라플란드로 가는 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여자 산적은 다른 산적들의 코를 한 번씩 비틀어주는 인사를 두세 번 반복하고서야 길을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