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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Mar 19. 2023

[100-77] 대구계산성당

뎅. 뎅. 뎅.


종소리가 들린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기차를 탔다. 나는 늘 내가 지금 어딜 갈 때인가, 어딜 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정신을차리고 보면 또 늘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건지 가끔은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생생한 날것의 종소리가 들린다. 안 그래도 근처에 계산성당이 있다하여 찾던 중이었다. 이곳을 오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목적지가 있었으므로, 대구에 무엇이 있는지 이렇게 가게 된 김에 뭐라도 꼭 보고 와야겠다며 욕심을 부려 찾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간이 잠시 생기며 찾던 중에 종소리를 듣는다.


아, 찾았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계산 주교좌 대성당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구•경북지역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로 역할을 하고 있다. 1899년 2충 한식구조의 성당건물이 건립되었으나 화재로 소실되면서 그 자리에 붉은 벽돌과 회색벽돌로 쌓어 올린 고딕형식의 현재 건물이 다시 세워졌다. 프랑스에서 온 로베르 신부가 설계하고 공사를 지휘하였다. 스테인드글라스등 국내에서 구할 수 없었던 자재들은 프랑스에서 공수해 왔으며 그렇게 1902년 5월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정면 쌍탑의 고딕성당이 준공되었다.


성당 앞쪽엔 많은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성당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인다. 참. 오랜만이다.

나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지만 매주 미사에 참여하거나 하지는 않는 냉담자로 분류된다. 나는 성당이건 절이건 고요하고 신비로운 공간을 좋아하지만,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형태의 종교활동을 좋아하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때로는 그런 공동체와, 연대 그리고 그 조직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한 리추얼과 교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계속)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대구계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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