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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Apr 01. 2023

[100-91] 다이어트

다이어트.  


100일 글을 열흘 남기고 보니, 또 다른 의미로 막막해진다. 끝까지만 해야 할 텐데. 마무리가 약한 타입이라 문득 그런 불안감들도 몰려오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고 하니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과 생각들은 많은데 딱히 잡히는 것이 없다. 언제나 다 왔다고 생각할 때 힘이 빠져버린다. 제발 잘 하든 못하든 그냥 묵묵히 끝까지만 가보자.


생각하다 보니 요즘 나의 주된 고민 중의 하나는 다이어트이다. 정신없던 동안 잠시 뒤로 미루어왔던 미션이긴 하지만, 봄이 오면서 다시 앞으로 앞으로…  


어린 시절부터 통통한 편이었다. 날씬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아마도 대학교 1~2학년 때쯤 며칠을 꼬박 걸어야 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살이 많이 빠졌던 것 외에는 늘 살이 올라 있어 늘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다. 여성성에 대해 터부시 하면서도 게으르고 통통한 건 어떤 습관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에 꽤 불만이었다. 몇 번은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긴 했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꿀물 단식을 시도했고, 꽤 오랫동안 보식을 지켜 조금 효과를 보았던 적은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초등학교 때도 모든 과목이 우수한 편이었으나 체육만큼은 젬병이었다. 그랬던 내가 운동다운 운동을 시작했던 건…   


영국에서였다.  


참, 이러니 내가 영국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영국에 가기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도착해서 한몇 개월은 좀 많이 버거웠다. 여기 있을 기한은 한계가 있었는데, 그 안에 다시 돌아가지 않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그것이 정말 두려웠는데… 수술과 치료 후 약해진 몸과 살찌는 음식들이 가득한 영국의 일상 속에서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어린 친구들과의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차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세상에서 유일하게 배신하지 않는 것은 공부와 운동뿐이라던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되새겼다.  


마침 온라인으로 식단과 운동을 진행할 수 있다던 한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이었다. 단지 외모를 위해 다이어트 보조제나 노력없는 요행을 바라며 돈을 들이게 하는 수많은 다이어트 마케팅에 분노하며 다이어트는 정법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던 그 말들에 무척 동의가 되었다.


건강한 습관, 나는 무엇보다 습관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단 21일만 룰을 따르면 되었다. 과일과 콩, 오트밀등의 최소량의 식단을 위해 매주 장을 봤고, 매일 아침저녁 홈트레이닝을 했고, 매일 먹은 것과 운동한 것을 카톡으로 보고했다.


매우 성공적이었다. 나는 어쩐지 내 일상이 소중해지는 듯한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방법을 알게 된 그 이후로도 계속 지속하여 생전 처음으로 나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상태가 되었다. 거의 매일 눈바디체크를 하며 누가 보지 않아도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때 나는 내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무언가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아침에는 약 20분간 거실에 내려가서 유산소를 하고 저녁에는 헬스장을 등록해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마음도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만성적인 우울증 따위는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크고작은 걱정들은 그곳에도 늘 있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날들이었다.


그랬다.  


그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하고 싶던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 유단증 같은 것도 땄다. 한국에 돌아 온 후 약 1년간은 그나마 그 힘으로 그렇게 유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무너져가는몸과 마음은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간 몇 번 이런저런 방법(헬스장도 몇번씩 등록해 보았고/했던 프로그램을 다시 등록해보기도 했고/ 꿀물 단식도 다시 해보고/ 나름대로 식단을 짜보기도 하고/ 한번에 1시간 이상씩 걷기 만보이상씩도 몇달 지속했으나 걷는 시간만 괜히 낭비한 느낌임. 몸무게의 변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음/이모가 효과를 봤다던 다이어트 보조제도 결국 시도했으나 요요 몇주만에 바로 옴/도저히 안되어 다시 하던 프로그램을등록해 바쁜 와중에 운동은 엄두가 안나서 식단만 지속하여 겨우 인생 최대 몸무게 살짝 아래 정도로 원상복귀는 시켜놓았으나 이것도 몇 달 안가 다시…무너짐) 더 이상 왠간한 방법이 먹히지가 않는 상태다.


그렇게 다시 손 쓸 도리 없이 무너져가기 시작했던 습관과 몸은, 현재 인생 최고 몸무게라고 생각했던 그 몸무게를 이미 훨씬, 훌쩍 넘어서 버린 상태.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봄은 이미 왔는데…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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