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부터 시작되었던 지난 100일간의 글쓰기를 무사히 완주했다. 그리고 이어서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기저기 머리를 산만하게 하는 일들 덕분에 계속 미뤄두고만 있었다. 결국 다시 한번 100일 속으로 나를 밀어넣는다.
지난 번에는 매체 두 곳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한 곳은 내부멤버를 위해 다른 분들과 함께 만들게 된 곳이라 내 글이 계속 올라가는게 맞는지 분명하지 않았으나 이제부터 카테고리를 잡고 그냥 꾸준히 올리기로 하였으니 두 곳이 된 셈이다. 사실 2018년 초부터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하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지만 이런저런 핑계와 사정으로 미루어온게 5년이 훌쩍 흘러버렸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아트라이팅을 하시는 분들께 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하곤 하였다. 결국 해주신 말씀들은 글을 꾸준히 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번은 글을 산만하게 올려보긴 했지만 그것이 꾸준히 지속되기가 힘들었다.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꾸준한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첫째로 내 의견과 목소리를 내는 일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향되는 자기평가로 상당한 수치심까지 유발한다. 그런 두려움들로 휘청거리며 주제도 생각도 톤앤매너도 명확히 잡아가기가 힘들었다. 글을 꾸준히 쓰기가 쉽지 않은 두번째이유다.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것. 그래서 그것을 처음부터 분명히 하고 가라는 조언들도 많다. 하지만 나의 경우 (실험되지 않은 상태의) 틀을 아예 고정시켜버리면(이를테면 주제나 목표)그 안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청개구리같은 타입이다. 하지만 마음껏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큰 틀만 잡아주면(이를테면 기간과 공간) 그것은 또 잘 지키는 성질이 있으므로, 100일100장은 그런 나에게 적합한 시스템이다. 이렇게 나의성향을 알고 목표를 향해 가는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만 4~5년간 아무것도 안한 것이 아니다. 늘 조급했고, 불안했고 그래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글을 쓸 수 있는 꽤 많은 경험들을 해왔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조급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늘 할 수 있는 한 씨앗들을 뿌려두며 인내하며 기다릴 시간도 필요하다. 시절인연. 때가 되어야 꽃은 피고 또 진다. 일도 인연도 그렇다.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oct/29/desert-bloomed-in-chile-atacama-driest-place-on-earth
2018년경 호기롭게 이것저것 시작하며 접하게 되었던 기사이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가장 건조한 사막 중 하나라고 알려진 그 곳에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12시간동안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 6개월 뒤… 사막에 꽃이 만발하는 이상현상이 일어났다.
그때도 나는 인내를 이야기 했다. 땅 속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를 궁금해했다. 내 삶도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같기만 한 느낌으로 살지만, 언젠가는(그저 멀리에서 보기에는)기적같기만 한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저 비…7년간 내릴 비의 양이 단 12시간 동안 쏟아져 내리는 그런 일이 없었다면 저 꽃들은 개화하지 않았을거라는 것에 촛점을 두고 있었다. 매해 피는 꽃도 있지만 5~7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필까 말까한 꽃도 있다. 나는 내 삶을 그렇게 본다.
나는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몰라도 더 비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비가 내려도 꽃은 결코 피지 않을 것이다. 비가 내리건 내리지 않건 꽃이 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만약 이런 환경적 상황에 내 삶을 비유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씨앗을 뿌리는 일일 것이다. 그저 기대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아니, 기대하고 실망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힘이 좀 필요하다.
이번 100일 동안은,
1. 나는 나와 환경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나라는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 연구노트, 실험노트 같은 형식을 생각중이다.
2. 매체기고 지속유지: 퀄리티 있는 글을 지속적으로 뽑아내기 위한 글감을 모은다.
3. 플랫폼은 브런치를 넘어 개인 블로그와 밴드 기본, (유투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하여 활용한다.
4. 이번 텀의 목표는,
블로그,밴드 기둥 세우기/카테고리 잡기: 교육프로그램에 활용할 글들을 올린다. 100일 과정 중에 반드시 블로그나 밴드 통해 프로그램 진행하기/멤버용 뉴스레터 발행하기
5. 일희일비하지말고 해야할 일만 묵묵하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실망하지도 말고 그냥 주어지는 모든 결과와 현상에 감사할 수 있도록만 노력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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