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마더 테레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1.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라.
맞는 말이다. 너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참 쉽다. 정직하고 솔직한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관계란 정치하는 것이다. 바르게 다스리는 것. 정치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질서 같은 것. 나 자신의 인생도 정치해야 하는 거고, 두 사람만 모여도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치행위가 필요하다. 내 안에는 부정과 긍정의 감정들이 시시때때로 요동치는데 이걸 다스리는 것도 정치다. 무엇에 솔직하고 정직해야 하는 걸까. 어느 정도로 솔직하고 정직해져야 하는 걸까. 또 무엇을 위해 솔직하고 정직해져야 하는 걸까.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는데… 사람이 옷을 입는 것처럼, 상대방에 대한 태도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이… 그런 것 처럼 다들 옷을 입고 있는데 나만 벌거벗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너무 지나치게 솔직하고 정직하면 당연히 상처를 받지 않을까? 즐겁게 카드게임을 하자는데, 내가 가진 패를 초반에 다 까버리면, 게임도 안되고 재미도 없지 않을까.
물론 거짓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실 나는 재미없게 정직하고 순진한 사람 쪽에 가깝다. 솔직과 정직은 관계의 신뢰를 쌓아가는데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나와 너와 우리의 어떤 관계를 위해? 어떤 때에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을까. 그런 질문들이랄까.
노트2.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Definitely... Expect nothing, be grateful for everything. Just do what I can do with good will.
노트3.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 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총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그런데… 위대한 생각이란 뭘까.
노트4.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나도 물론 그렇다. 나의 경우 내가 생각하는 강자는 권위가있는 자료나 사람이다. 그런데 그 주어지는 권위가 실제의 실력과는 좀 다른 경우들이 있기도 하고, 권위에 대한 의미가 다소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Chatgpt에게 확인을 요청해 본다.
"권위"는 한국어로써 다음과 같은 뜻을 갖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나 권한.
어떤 분야에서의 전문적인 지위나 영향력.
남에게 존경과 존중을 받는 특성이나 성질.
이러한 뜻으로 사용되며,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존경과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authority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승인되는 그런 의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어로는 힘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 한국어를 먼저 검색해보고 나서 영어단어를 물어봤다.
"Authority"는 명사로 사용되며, 여러 가지 의미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한 의미와 관련된 어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권한과 영향력: "Authority"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지위나 권한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는 어떤 조직, 기관 또는 개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하거나 영향을 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authority"는 "권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전문성과 지식: "Authority"는 어떤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나 권위자를 의미합니다.
"Authority"의 어원은 라틴어 "auctoritas"에서 비롯되었으며, "auctor"는 "주인"이나 "창조자"를 의미합니다. 이로부터 파생된 "authority"는 권한, 지위, 영향력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authority"는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위나 개인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나 전문적인 지식을 의미합니다.
노트 5.
저 위의 문장은 힘의 불균형에 관한 문제와도 연결되는데 힘의 불균형 상태는 가능한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다만, 나는 소수의 약자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생존이 가능한 상태가 아닌 사람으로서 약자의 위치에서 가진 자들의 동정을 받는다는 건 그리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각자가 가진 힘의 종류와 정도를 이해하고 그 힘들이 유연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게 어떤 권한을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싶고 주체적인 힘을 가지고 싶어 한다. 동정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을까?
노트 6.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그런 마음가짐. 정말 참 중요하다. 나는 늘 내가 품게되는 희망에 배신을 당하게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번번히 배신당하면서도 번번히 다시 품어야만 한다. 세우면 무너지고 세우면 무너진다. 신기루같다. 그런데 또 다시 망상(에일라 멋대로 사전:희망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예술가로서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표현해주는 은유는 ‘도피처’이다. 내가 혼자 들어가 세계와 그것의 복잡함들을 처리하고 정리할 수 있는 내 머릿속의 도피처. 그것은 내 내면의 오두막이고, 나는 그 안에서 기꺼이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
정신분석가 스티븐 그로스Stephen Grosz가 쓴 글에는 프랑스에 있는 집을 새롭게 꾸미는 일에 대해 늘 이야기하는 환자가 나온다. 이 환자는 앞으로 그 집을 어떻게 장식하고 가구를 어떻게 새로 배치할 것인지를 궁리하는 이 주택 개조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몰입감과 기쁨을 안겨 주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삶이 너무 힘겨워질 때마다 머릿속으로 주택개조에 관한 생각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있는 집에 관한 멋진 계획을 짜는 것이 그에게는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신치료 과정이 마무리되어 상담실을 막 나가려던 그가 돌아보며 말한다. “알고 계시죠, 그로스 선생님, 프랑스에 집 같은 건 없다는 거. 알고 계셨을 거예요.”
나는 그 말에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그가 한 말이 내 안에서 공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가는 그 장소, 그곳이 바로 그가 예술가가 되는 도피처였다.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중 182page _그레이슨 페리, 2020
하루 밤 사이에 무너져도 다시세워야 한다는 말에 나는 왜 이 책의 구절이 떠올랐을까.
노트 7.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이건 좀 응?! 싶은데,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질투를 느낀다고? 음…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행복해하는 사람을 보면 또 행복해야한다고 강요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럼 감정이 들기도 하고, 내 속은 시끄러워 죽겠는데 나는 아무치도 않은걸? 하는 사람을 보면 야속하기도 하다. 하지만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가지는 진짜 평화와 행복감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는 행복감에 누군가 질투를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 이긴 하다. 나도 반대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꼬여있는 사람이라도 진짜 인정이 되는 평화로움과 행복감은 좀 다르지 않을까. 의문이 생긴다.
노트 8.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언제나 부족해 보이지만,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를 최선의 마음으로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하다. 근데 세상한테도 나한테 필요한 선물을 제발 좀 받고 싶다.그래야 좀공평한 거 아닌가? 이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 하며 받아도 투덜거릴 거면서…
차카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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