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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un 15. 2023

[100-21] 눈앞의 일들부터 헤쳐 모여!

날 것의 생각노트

노트1.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내내 고민한다. 한동안 브런치에 노트를 하지 않았더니 그 영향도 큰 것 같다. 요즘은 A4에 먼저 노트를 하고 나서 정제된 글로 올려보려고 시도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통합적인 작동이 아직 잘 되지 않는다.


노트2.

어느 순간 말을 하려다가 느끼게 된 것 중 하나. 글로 쓰는 것과 말로 하는 것 역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 무언가 본 것이 있어 그걸 말하려고 하는데 도무지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는 중이라고 느끼고 있다. 문자로 타이핑을 할 때는 생각나지 않거나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게 내가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경향이 심화되는 것이다. 말로 할 때 나오지 않는 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닌 것이다.


노트3.

글을 써야 하는데 내내 미루다 가는 마감시간을 지키지도 못하고 글이 막힌다. ‘나는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지금부터 또 찾으려니 시간도 부족하고 참 모르는 게 왜 이리 많은가’ 라며 글에 대한 열등감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총체적 난국이다. 막힘. 장애물. 나를 점점 둘러싸더니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노트4.

참고해서 또 공부를 해야겠다며 평소에 이런 식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책들을 뒤진다. 그 중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석박사를 홍대 예술학과에서 박사를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영국 골드스미스까지 다녀오신(걸로 알고 있다. )학위를 여러 개 축적해 놓으신, 그뿐 아니라 한 신문매체의 문화부장으로 미술기사를 쓰면서 글도 엄청나게 축적해 놓은, 미술계에선 꽤 많이 알려진 문소영 선생님의 에세이집을 들춰보는데, 첫 장, 첫 문장이 이렇다.


나는 늦게 꽃핀 예술과 학문 대가들에 엄청 관심이 많다. 나도 혹시 늦게 꽃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색하고 애잔한 소망 때문이다. 서른이 가까워오자 서른 이후에 꽃핀 사람들을, 마흔이 가까워오자 마흔 이후에 꽃핀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왔다. 아마 이 탐색은 쉰 넘어 꽃핀 사람들, 예순 넘어 꽃핀 사람들, 일흔, 여든, 아흔… 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 같다.

문소영 에세이, 광대하게 게으르게 중


이 문장을 보면서, 나는


참… 어렵다… 인간생활…

이 열등감의 끝은 결코 오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대체 퀄리티 높은 글은 어떻게 자발적으로 써나갈 수 있는 건가… 저리 학식도 많고 공식적인 글도 써내며 개인적인 책들을 써내는 사람조차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아득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눈앞의 일들을 헤쳐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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