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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ul 18. 2023

[125•20-4]익숙함과 생경함

날 것의 생각노트

노트1.

어딘지 모르게 가야 할 것만 같던 곳. 그리고 잘 알던 사람들도 아닌데 자주 본 듯 익숙하고, 익숙한 것 같다가도 너무 낯설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모르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기에는 왠지 익숙한 그런 만남들.


노트2.

끼어들지 못하는 대화를 불편해한다. 잘 알지 못하는 나를 탓하게 되는 탓이다. 정답이 있다는 한국식 교육의 입막음현상. 가만히라도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내가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질문하는 법을 모르는 탓이다. 질문도 사실 뭘 좀 알아야 한다. 입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생각들이 나를 잡아먹을 듯 하기 시작한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비난이 시작되고 곧이어 수치가 따라오며 나를 허겁지겁 감추기 시작한다. 오만함과 오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 그 말을 내뱉기가, 표현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가.


노트3.

팩트라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괴로워지는 팩트(?)를 마주하며 의문을 갖는다. 사실, 현상? 그것에 대한 옳고 그름은 이미 내 안에서 자를 대고 그어버렸는 걸. 그러다 보니 미움이 올라온다. 너의 잘못이다. 그리고 내가 그 잘못들도 용인하고 참고 견디기만 하는 호구가 되지 않으려는 발버둥. 그 발버둥은 용서할 수 없는 미움으로 가득해진다. 내가 괴롭다. 내 마음이 고통으로 가득해진다. 관점 차이에 의한 표현 한 끗 차이로.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어! 라던 그 마음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증오로 변해버리는 건 순간이었다.


몰라서 그러는 걸, 해보질 않아 굳어진 습관인 걸, 그리고 그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을 텐데. 그다른 한 끗을 찾아 안고 품어낼 수 있어야 사라지는 ‘나의 고통’이다.


오늘, 밀란 쿤데라의 한 문장을 들었다. 내내 곱씹는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예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서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p. 147)


하찮고 의미 없다. 무의미하다. 그것이 본질이다. 그런 하찮음을 사랑할 수 있어야 사랑이 무언지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단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의미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 모든 생각들이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이 하찮은 감정들을 그냥 한번 예쁘게 봐줘보자.


강아지가 하찮게 짖어대는 것이 참 예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지도…


#졸려서하는말 #아파서토하는말 #하찮은내미움들 #날것의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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