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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ul 22. 2023

[127•20-6]

2019년 어느날의 브라이튼… 내가 숨 쉬던 곳.

노트1.

자글자글한 감정들,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것.

어제 이상한 경고알람이 계속 떴다. 국제우편물에 관한 것이었는데, 전국적으로 대만 쪽인지에서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발송되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그리고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공교육현장의 면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칼부림이 있었다고 했고, 대통령의 장모의 법정구속 이야기가 있었다.


노트2.

징글징글하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머릿속이 온통 엉클어진다. 나 자체도 진흙탕 같은 감정 속에서 몸을 일으켜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 지독한 무기력상태를 참 오랜만에 다시 경험하고 있네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노트3.

이래야 한다는 둥 저래야 한다는 둥 영상들도 글도 제각각 호소하고 있다. 그 와중의 광고들과 나의 영상을 보게 하려는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제목들. 안타까움을 느낄 새도 없이 지쳐버리고 만다. 내가 그들의 아픔과 슬픔과 억울함, 한스러움, 부조리함들에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노트4.

숨 쉴 수 있는 청정한 곳으로 슈웅~!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흔들림 없는 나무가 되어 온갖 이산화탄소들을 식량 삼아 청정한 산소를 내뿜을 수 있는 존재.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건만, 지금의 나는 흙 밖으로 빼꼼 나와서 몸을 꿈틀대다 그저 땅 밑으로 무력하게 들어가 바리고 마는 마치 지렁이 같구나.


노트5.

어느 영상에서인가 오은영선생님의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 오은영선생님을 많이 참고하지만, 늘 조심스러웠던 건 저렇게 한 사람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부분의 크기와 영향이 클 수는 있어도 케이스바이케이스에 따라 적절하게 이해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는 항상 생기기 마련인데. 결국 미망과 무명.


노트6.

최근 나는 왜 내 감정과 내 생각을 믿지 못하고 늘 다른 이야기들을 들으려고 애를 쓰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문가의 생각, 예언가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왜 내 말은, 내 의견은 듣지 못하고 믿지 못하나. 누가 아는데? 내 인생의 전문가는 나 자신이다. 그러면서 적절한 협력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 텐데. 이 프로세스에도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내 말이 옳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 아무튼 여전히 나도 이 깜깜한 어리석음 상태에서 단 한 발 짜욱도 못 나가는구먼. 그래도 저 시끌시끌하고 징글징글하고 우당탕탕 하고 어지러운 곳에서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슈웅~! 날아가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흑….


노트7.

All is well. 오늘 네가 할일만 잘하면 돼.


#미망과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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