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스터 김은 오늘도 달린다.
나는 집중을 잘 못하는 타입이다. 꼭 해야 할 핵심 과업에는 도통 집중을 못하고 딴짓을 하면서 그 주변만 슬렁 슬렁 맴돈다. ‘니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을 좀 하라고!!!’ 어느 순간 참다 못한 내가 아무리 나에게 소리를 질러대도 쇠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습관이 잘 잡혀있지 않은 탓이고, 회피적인 성향 탓이다. 해야 할 일을 그냥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그래서 참 존경스럽고 부럽기만 하다. 이렇게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다 보면,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다른 사람들 혹은 다른 사소한 이유들에 괜한 불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들, 소음들, 감정들에 신경은 곤두서버리고 마음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머릿속과 마음은 점점 카오스 상태로 진입 시작. 그래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도 머릿속과 마음 속은 이미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잡동사니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가 된다. 머릿속과 마음속이 바쁘니 안정을 취하기 위해 몸은 점점 느려진다. 그러니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시간은 손에 쥔 모래처럼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갈 뿐이다.
루이스 캐롤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얼떨결에 체스 게임에 참여한 앨리스는 붉은 여왕과 함께 달리지만, 달려도 달려도 나무와 주변의 다른 것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앨리스와 함께 달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주변의 것을 앞서나가지 못해 의아해 하는 앨리스에게 붉은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여기서는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두 배를 빠르게 뛰어야 겨우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말까 한 현대사회의 거대한 흐름과 속도감. 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뿌리 내리며 깊이 있게 성장해 갈 수 있을까.
최형길 작가는 한국사회에서 흔한 성씨인 Mr. Kim미스터 김과 Miss Kim미스 김의 모습을 수많은 집들로 형상화 한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작가는 말한다.
“모두가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공의 기준, 그것은 돈이고 돈은 곧 행복일까? 현대인들은 세상의 통념에 따라서 부의 기준을 만들고, 생활패턴이 만들어지며 그곳에서 보다 더 나은 사회적 위치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경쟁하며 미래를 향해서 뛰어다닌다. 나의 작품에서 집은 부의 상징적 표현이지만, 집은 가족의 보금자리라는 본질적 의미에서의 진정한 행복감을 찾고 싶다.”
물질적인 안정감과 마음의 안정감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 집일 것이다. 그 안전함과 안정적인 상태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불안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달릴 수 밖에 없다. 우리들은 하루에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SNS, 메일 알림, 까페 알림 등등에 더해 게을러 보이기만 하는 자신들을 어떻게든 일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기계발 인증(매일 독서나 운동인증하기) 또는 취미모임에까지 자신들을 밀어 넣는다. 이런 실정 이다 보니 우리들의 뇌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와 속도에 안정감 같은 걸 느낄 틈이 없다. 집을 품은 채 달리는 미스터&미스 김의 모든 풍경들은 혹시 그저 스쳐 지나가고만 있는 건 아닐까. 미스터&미스 김과 우리들은 사람을, 사물을, 일거리를 좀처럼 집중해서 깊이 있게 볼 시간이 없다.
현대사회의 거대한 흐름과 수많은 정보, 엄청난 속도 속에서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뿌리내리고 성장시키면서 단단하고 든든한 안정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걸까.
혹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