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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06. 2023

[100-6] 너무 진지해져 버리는 건 싫다.  

(feat. Joseph Ducreux)

너무 진지해져 버리는 건 싫다.  


며칠간 2018년에 방영했던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선샤인]에 푹 빠져 있었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조선을 일본에 빼앗기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낭만을 그린 시대극이다.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 그 사이에서 자신을 지킬 힘조차 없이 약하기만 한 조선. 질 것을 알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는 질긴 희망들, 그런 힘의 역학관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아슬아슬 처연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낭만들.   


드라마의 주연들 중 몇몇 캐릭터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김희성이다. 그는 선대의 악업들을 자라는 동안 자신의 아픔으로, 내면의 상처로 품은 채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킨다. 오랜 시간 그는 그 미안함과 불편함들을 거름 삼아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 낸 인물이다. 적어도 내가 본 김희성은 그랬다. 그는 심각한 드라마 내에서 종종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감초역할을 하곤 했는데, 그가 자주 했던 말은 이것이었다.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가벼운 것, 의미가 없는 것들은 사실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좀 더 깊어지고 싶고, 좀 더 밀도가 높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진지해져 버리는 건 싫다. 너무 진지해졌구나 싶을 때가 바로 진짜 유치해지는 그 순간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될 때,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바로 그 순간 말이다. 그럴 땐,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농담들, 웃음들, 살랑거리며 간지럽히는 바람들, 보는 순간 환해지는 꽃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동물들…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 그림이 떠오른다.  


좌: Le Discret, c. 1790 우: Self-portrait, yawning, c. 1783 출처: wikipedia

조셉 뒤크레(Joseph Baron Ducreux, 1735~1802)는 프랑스의 궁정화가였다. 당시의 프랑스 궁정을 생각해보면 꽤 엄격하고 권위적이었을 것 같다. 당시의 초상화들도 보통은 꽤나 진지하거나 엄숙하거나 표정들이다. 그는 마리앙투와네트의 초상화를 그렸고, 루이 16세가 처형되기 전 그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던 실력 있는 궁정 화가였다. 그런데, 그런 시대에 이런 유쾌한 표정들의 자화상이라니…!


어떻게 해야 이런 유쾌함들을 배울 수 있는걸까?

Portrait de l'artiste sous les traits d'un moqueur, c. 1793 (Louvre) 출처: wikipedia


좌: Etching by Ducreux, 1791 우: Marie Antoinette, in 1769 출처: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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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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