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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12. 2023

[100-12] 고독한 현대인?!

(feat.에드워드 호퍼)


현재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의 대규모 회고전이(2022년 10월 19일-2023년 3월 5일) 진행 중이다. 그리고 2023년 4월에는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한국에서의 그의 첫 개인전이 열릴 예정에 있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한 그의 그림은 실제로도 1960-70년대 영화 제작자들이나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소설의 한 장면 같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하는 그의 묘사는 감정을 가능한 배제하고 작품 밖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3인칭의 건조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의 내러티브 같다.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Art Institute of Chicago


그는 뉴욕을 좋아했다고 한다. 20세기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그의 그림들은 ‘도시화의 소외감’ ‘도시의 고독’ ‘고독한 혹은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 등의 수식어로 표현되곤 하는데, 실제로 그의 그림 속의 인물들에겐 어떤 표정도, 소통도 없다.


호퍼는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뉴욕을, 사람들을, 내면을 관찰했고 그렸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려했다고 하는데, 훌륭한 예술은 화가의 정신세계를 표출하는 것이라 강조하면서도 어떤 심리적 효과나 의미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싫어하며 오히려 부정했다고도 했다던 이 대목에서 관찰하는 자의 관찰당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보여 살짝 삐딱해지는 마음이 올라오긴 한다. 어쨌건 그는 20세기 뉴욕의 건물과 거리와 사람을 거리(심리적 경계)를 두고 바라본다.


호퍼의 그림이 사실주의로 분류되긴 하지만, 현실과 호퍼의 머릿속에 있는 광경은 혼합되어 있다. 그는 매우 치밀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꽤 오랜 시간 전체 광경을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수 십장의 스케치를 통해 상황과 구도를 완전히 결정한 후에야 붓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 모델과 실제 배경을 그리지만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화가의 머릿속에서 연출된 전체 장면이 화폭에 그려지는 것이다.


또한 그는 그림을 그릴 기분이 나지 않을 때는 일주일 이상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호퍼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창문은 어쩌면 영화의 스크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영화를 어떻게 볼까? 잠시 생각해 보면 영화의 등장인물의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내면에 내 일처럼 동화되는 일은 드물다. 약간은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타인의 드라마를 ‘구경’하는 것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그런 지점에서 보면 수많은 SNS사진과 짧은 영상들을 통해, OTT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그저 빨리빨리 남의 일상을 구경하는 것이 점점 습관화되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집중력있고 깊이있는 이해보다는 관찰과 판단을 통해 재관찰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화 현상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Edward Hopper, New York Interior, c. 1921,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Heirs of Josephine N. H


감사하게도 뉴욕의 전시장에서부터 시애틀을 거쳐 한국의 나에게로 까지 여행을 왔던 이 엽서에는 호퍼가 1921년에 그린 이 그림이 있었다. 그림 속에는 바느질을 하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의 뒷모습이 있다. 그녀는 누구이며 무엇을 수선하고 있는 걸까? 혹은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걸까? 바느질에 몰입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푸른 등의 근육과 올려진 팔의 선, 발레복 같은 그녀의 드레스는 드가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실제로 호퍼의 그림은 에드가 드가의 드로잉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치밀하게도 반 정도 고르게 갈라진 머리는 방 전체의 구도와도 절묘하게 연동되고 있다. 뒷모습은 사회적인 가면, 즉 페르소나를 반쯤은 거둬낸 표정일 수 있어 오히려 솔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뒷모습은 정직하다. 눈과 입이 달려 있는 얼굴처럼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음과 의지에 따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다. 뒷모습은 나타내 보이려는 의도의 세계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세계다.

–뒷모습_미셀 투르니에, 에두아르 부바, 2003



어쩌면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세계. 의도된 듯, 의도되지 않은 듯 마치 수수께끼처럼 존재하는 한 장면 속에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우리들이 있다.



#spooky~

#관찰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참고

https://whitney.org/collection/works/5908


https://m.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18&no=129973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4081312


https://www.sedaily.com/NewsView/29KDTPOG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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