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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22. 2023

[100-22] 날 것의 생각노트::아직…쉿!!!

(feat. 추상과 감정이입)


매일 글을 쓰겠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생각이 많은 머릿속에 멍한 시간이 더 길어진다. 오늘 부로 음력설도 지나니 이제는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기 시작해야 할 텐데, 눈앞은 여전히 짙은 안개무리로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너무나도 무섭고 두렵기만 한 거다.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트이기 시작할 테지만,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오자마자 올무에 걸려 아파할 틈도 없이 문득 폐허가 된 주변을 인식하고 또 놀라 자빠졌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지난 상황도 앞의 상황도 알 수 없도록 짙은 안개무리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저 멀리서 깜빡 거리는 불빛이 앞으로 점점 밝아져 갈 태양의 빛일지 잠시 깜빡거리다가 건전지가 다 되면 뚝 꺼져버릴 꼬마전구의 희미한 빛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데, 그걸 보고 또 눈치 없게 서둘러 자라겠다고 하는 희망들이 때로는 원망스러워 아직, 쉿…. 하고 입막음을 해보는 거다. 아물어가지만, 또 나름의 가면도 준비해 두었지만, 명절은, 늘 나를 한 번씩 이토록 아프게 흔들어버린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들의 집단. 어쩌면 모두가 동시에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수 있는 집단. 가족.   


Hiroshi Sugimoto, Atlantic Ocean, Cliffs of Moher(316), 1989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추상충동과 감정이입충동*. 조금 더 공부해봐야 할 주제이지만, 파울클레* 가 군대에 복무하며 소중한 친구를 잃었던 시기에 쓴 일기에서 추상예술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구절이 있다.   


“세상이 무서워지면 질수록(예를 들어 오늘처럼) 우리들의 예술은 점점 더 추상적이 된다. 반면에 행복한 세상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예술을 가져온다”  

- 파울클레


20세기 추상예술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1907년 출간된 빌헬름 보링거의 [추상과 감정이입]에서 그는 예술의 양식을 형성시키는 두 가지 충동이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이 추상충동과 감정이입충동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술로 현실을 묘사할 때,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되면 ‘감정이입적’ 예술을 발전시키게 되고, 환경과 인간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가시적인 현실을 떠나 어딘가로 올라가려는 추상충동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삶과 감정과 지식이 녹아 승화된 작품들을 추구 하지만 잘 되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어느 날 들은 이 이야기도 뇌리에 박혀 나의 심리적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과 연동이 된다. 상황에 따라 전달하는 언어는 명료해야 하나 예술작품은 가능한 나를 없애고 통로나 거울이 되어주며 해석의 문을 다양하게 열어주는 편이 좋지 않은가… 하지만 어느 쪽이든 더 나은 것은 없다. 구상과 추상 양쪽이 다 필요하며 이는 표현•소통의 방식과 필요, 발란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이라는 이야기.   



*표시는 설명추가해야 할 부분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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