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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24. 2023

[100-24] 저 하늘 너머 어딘가_아트한스푼

(feat. 조지아 오키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처음 비행기 안에서 구름을 봤을 때를 떠올려보려고 하는데, 처음 봤던 구름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언젠가부터의 나의 꿈은 이 땅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늦은 나이에 꿈에 그리던 비행기를 처음 탔던 순간이 생각이 나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늘 떠나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기회만 된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을 꿈꾼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그렇게 떠나고 싶은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이 땅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나로부터의 탈출’이다. 나는 한국이 ‘헬조선’이라고만 생각하지도 않고, 이 나라가 때로는 자랑스럽기도 하다. 한류물결이 퍼지고 있는 이 시대는 분명 한국인이 살아가기 좋은 시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김구 선생님이 소원하셨듯 지금 한국의 시대는 높은 문화의 시대에 가까워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 <나의 소원> 중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소원인가. 아직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있지는 못한 듯 하지만, 모든게 완벽한상태가 되기는 늘 어려운 일이고, 사회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언제나 생길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교육열도 높고 한편으로 보면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인 한국이 언젠가는 세계가 인정하는 스승국가가 될 수 있는 날도 오기를 나는 조금 더 보태 소원해 본다. 소원은 소원이니까. 감히 생각해보고 말해봐도 되겠지.  


나는 그저 구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보았던 그 하얗고 뽀얗던 구름들. 첫 구름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비행기를 많이 타보지도 못했지만, 늘 멍하게 구름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았다. 하늘 위에 떠서 날아다니는 것도신기한 일이지만, 옛사람들이 그려보던 구름 위 신선이 바로 이 시대의 우리들이 아니던가.  



꽃과 사막의 화가로 알려진 미국의 조지아 오키프는 한 때 뉴멕시코 지역에서 일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1963년경 전 세계를 여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비행기 창문에서 보였던 끝없이 펼쳐진 구름. 그 구름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로 3피트(약 91센티미터) 세로 4피트(약 121센티미터) 정도 되는 캔버스에 작고 흰 구름을 묘사하기 시작하여, 점점 양식화된 이미지로 만들어간다. *


An Island with Clouds, 1962
Above the cloud I, 1962-1963


Sky above Clouds IV, 1965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이 그림은 8피트(약 242센티미터) 높이와 24피트(약 730센티미터) 너비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77세의 나이에 하루 종일 난방이 되지 않는 차고에서 구름과 그 너머의 하늘을 그렸다고 한다. *


 사진을 예술로 격상시킨 예술사진가였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는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이었다. 그가 찍은 사진 속 오키프의 눈빛이 꽤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런 눈빛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 대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눈빛이었다. 건조한 듯, 시니컬 한 눈빛의 다소 중성적으로 느껴지던 흑백 사진 속 그녀는 이렇게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하늘을 그리기도 했다.



스티글리츠도 하늘 사진을 찍었다. 그의 추상주의 사진 연작인 Equivalent(등가물) 시리즈는, 사진에 찍힌 피사체는 나의 생각과 동등하다는 의미로 사진을 상징이나 은유로 정의하려고 했던 시리즈이다. *

Equivalent, 1926
Equivalent, 1927


하늘은 늘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닿고 싶어 하는 어떤 이상향 같은, ‘저 너머 어딘가 무언가’의 아득한 느낌이 든다. 저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하늘을 가로질러 정당한 이방인으로 살게 될 ‘나의 집’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땅 위의 나는 오늘도 꿈꾼다. 이상이 일상이 되는 그날을.


Clouds 5/Yellow Horizon and Clouds, 1963-1964
Sky Above Clouds/Yellow Horizon and Clouds, 1976-1977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하늘


https://www.okeeffemuseum.org/


https://www.artic.edu/artworks/100858/sky-above-clouds-iv


https://artlecture.com/article/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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