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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25. 2023

[100-25] 관계에 대해_아트한스푼

(feat. 어린 왕자, Karen Noles)

Karen Noles, A Gentle Place

Karen Noles는 인디언보호구역에 살면서 아이들을 그립니다. 그림들을 보면서 문득 어린 왕자를 떠올립니다.


사막에서 여우를 만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길들여진다는, 곧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많고 많은 남자아이 중 하나, 많고 많은 여우 중 하나였던 그들은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데, 길들인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어린 왕자가 물었을 때 여우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인내심이 필요해.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저쪽 풀밭에 앉으렴. 내가 살짝 곁눈질로 널 바라볼 거야. 그래도 날마다 내게 조금씩 더 가까이 와서 앉아."


그렇게 매일매일 이왕이면 같은 시간에 조금씩 더 가까이 오라고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들였던 시간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만의 장미, 나만의 여우는 누구인가요? 무엇인가요? 수많은 책들 중 나와 관계 맺은 책 한 권은? 수많은 그림들 중 나와 관계 맺은 그림 한 점은?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상의 한 부분은 어떤가요?


세상에는 좋은 정보들, 좋은 프로그램들이 참 많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거저 주는 정보들도 정말 많은데, 문제는 많은 것들이 그냥 스쳐 지나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부자 되는 방법도, 공부하는 방법도, 운동하는 방법도 우리는 사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늘 헛헛한 걸까요? 늘 관계에 목마르고, 사랑에 목마르고, 돈은 없고.... 살은 안빠지고, 지식도 없는 것 같고...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들.


올리버 버크만이라는 영국 가디언지 기자가 시간에 대한 칼럼들을 책으로 펴낸 4000주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해외여행이라도 나가면 보통 미술관을 가게 되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기회가 자주 있을 것 같지 않다 보니 어떻게든 짧은 시간에 가능한 많이 보기를 원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정해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유명작품들을 주파하며 스치듯 보고 일단 인증사진 찍고! 도슨트를 들어도 오오~~~!! 그렇구나 한번 듣고 보통은 잊어버리더라고요?( 안 듣는 것보다 도움은 많이 되지만, 저도 늘 그래요.)


그래서 하버드대의 제니퍼 로버츠 미술사 교수는 학생들한테 한 작품을 3시간 동안 감상하라는 과제를 내주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를 체험해 본 버크만은 "처음에는 시간이 매우 더디게 흐르고 산만함이 몰려왔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불편함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자 작품 속에 있는 세 남자의 슬픔과 경계심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느껴졌다고요.


3시간 동안 한 작품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정말 몸이 뒤틀릴 것만 같은데,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그린 그림 한 장을 조금은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Innocent Delight
Light of Innocence


캐런 놀즈는 특별하거나 성스러운 순간을 묘사하는데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서 성스러운 순간을 찾을 수 있도록 영감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시간에 가만히 서있도록' 하는 스스로의 경험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고요.


나는 선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지와 경험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은 무한하고 보람 있는 경험이다.

Karen Noles


2020.10월 글 중 revised 2023.0125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어린왕자


https://nolesfineart.com/home.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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