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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26. 2023

[100-26] …

(feat. 뭉크)

이쯤 되면 글의 방향을 본격적으로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또 글문이 막힌다.


병에 대해서는 차후에 써보려고 했지만, 오늘 병원에 다녀온 후라 글도 안 풀리는 이 시점에 일기라도. (웬 변명을…)    

나는 이런저런 지병들과 함께 공존하며 산다. 지병(持病)이란 오랫동안 잘 낫지 않는 병, 만성질환을 의미한다. 그중 내가 가장 귀찮아하는 것은 갑상선 항진증이라고 알려진 그레이브스 병이다. 몇 십 년도 전에 진단받았고,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며 약을 처방받아먹어야 한다. 자가면역질환. 쉽게 말해 내 몸이 내 몸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질병들도 가만히 살펴보면 참 오묘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시그널 같은 느낌이랄까. 정신과 몸이 정말 링크가 잘 되어 있다고나 할까. 심리적으로도 나는 주로 나 자신을 공격하면서 산다. 한의원에서는 울화병, 화병과 비슷한 거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한 동안은 병원쇼핑을 다녔었다. 한의원, 내과, 대학병원, 여성외과 등등등 전전하다가 한 개인병원에 정착하게 되었다. 여성외과인데 의사 선생님께서 워낙 꼼꼼하시고, 거리도 나쁘지 않아 꾸준히 다니고 있는 중이다. 유방암을 발견하게 된 곳이기도 했고. 유방암은 이미 5년이 지났으니 지금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는 내가 갑상선 약을 정말 잘 안 챙겨 먹는 지지리도 말 안 듣는 학생 같은 환자라는데 있다. 늘 갈 때마다 ‘이번에는 꼭 잘 먹을게요.’ 하지만, 이젠 믿지도 않으신다.  


오늘은, 몇 달만의 방문이었다. 그러니까 몇 달 동안 약을 먹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면하자마자, 한숨과 함께 하고 싶은 욕을 꾹꾹 삼키신다. 나는 뭔가를 잘못한 학생처럼 주눅이 들어 모기만 한 목소리로 ‘네…. 네…. ’만 할 뿐이다.


너무 오랜만인 데다가, 또 언제 안 올지 모르니, 내친김에 초음파 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상황. 갑상선이 아니라 왼쪽 목 부근에 왠 알 수 없는 낭종이 잡히는 것이다. 물혹일 거라고 하시지만 선생님도 확신하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세침으로 하는 조직검사까지 해야 한다는데, 다 좋다. 그런데…


또 돈이다.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삶을 연명하느라 죽어지지 않을 것이 걱정이고, 또 죽었을 때의 처리비용이 걱정이다…


검사를 하면서 물 같은 걸 빼내긴 했지만, 나는 오늘도 이런 삶이 과연 계속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아무리 건강을 챙긴다 해도 나는 늙는다. 병원은 앞으로도 계속 다녀야 할거다. 돈을 번다한들 병원비로 쓰게 될 삶. 이렇게라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걸까? 간당간당하게 어찌저찌 살아지고는 있지만 참 가성비가 심하게 떨어지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친구에게 들었던 말인데,


‘Life is expensive.’  



피곤하다.        


Evening, Melancholy 1896, Edvard Munch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멜랑꼴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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