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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28. 2023

[100-28] 내가 기억하는 건

(feat. 호수,삽살개들)

자연과 참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 같다.


도시의 삶은 재미있는 것들이 많고 성장하는 즐거움이 있다. 나는 인생을 약간 거꾸로 살아온 경향이 있는데, 한참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을 나이에 산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꽤 첩첩산중 안쪽에 있던 산속이었다. 한 일여 년쯤 생활했었나 보다.


삽사리들과 산과 밭을 헤집고 다니며 혼나기도 했던 기억들. 밭에 돌도 고르고, 나무도 심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겨울을 나야 했다. 나는 유난히 동물들을 좋아해서 어딜가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아이들과의 즐거웠던 순간들이다. 순하기만 한 줄 알았던 삽사리들이 영역을 지키느라 작은 개에게 집단구타(?)를 하던 장면에 진지하게 놀라며 니들한테 실망했다고 투덜거리던 날. 아이들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장면. 함께 룰루랄라 산 아래로 내려오다 지나게 되던, 남의 밭을 온통 헤집고 다녀 왜 같이 내려왔느냐고 같이 혼나던 기억들… 새끼들이 태어났는데 제가 먹은 것을 게워 먹이던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놀라운 마음이 들었던 날. 새끼들이 꼬물꼬물 장애물을 어떻게든 넘어 오는 걸 보며, 장애물이 있어야 기어코 성장하게 되는 거로구나! 무릎을 쳤던 날. 낯선이가 산속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 확인하러 아이들과 가보겠다 하시는데 쭐레쭐레 가던 아이들이 주인은 아니었지만 늘 같이 신나게 다녔던 나에게 ‘같이 안가는거?’ 하는 눈빛으로 동시에 나를 돌아보며 멈추던 장면.


한 아이는 웃는 법을 배웠더랬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허리가 돌아갈 정도로 꼬리를 흔들며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시늉을 한다. 저들끼리 산에 갔다가 한참을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던 날. 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들의 입에 물려 있던 기다란 꿩의 뼈에 놀라던 날. 아. 한동안 산에 갔던 녀석 하나는 며칠을 돌아오지 않았었다. 전전긍긍하며 찾아다녔는데 늘 헛수고였다. 그런데 이 녀석은 분명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던 날. 몇 일만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올무에 뒷발이 걸려 내려오질 못하고 있던 거였다. 용케 찾아 데려오던 날. 허옇게 드러나 보이는 뒷다리의 상처에 마음 아파하던 날. 그 아이는 늘 나와 장난을 치곤 했었다. 아궁이 불을 땔때면 어느새 슬그머니 와 앉아 앞에서 불을 쬐며 은근히 손을 올리곤 했던 녀석. 아랫길이 다 내려다보이던 작은 언덕 위에서 뭔가 초월한 듯한 모양새로 지긋이 내려다보곤 하던, 마치 도인 같구나 생각하게 되던 아이였다.


매일 글을 쓰기로 한지 28일째. 며칠째 집중을 못하고 있다. 쓰고 싶은 글들은 있지만 그런 글을 쓰려면 며칠은 공부하고 써야 할 것 같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저 멍하니 워드의 하얀 바탕만 바라보다 호수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저수지가 있었다. 좋은 시각을 가지고 싶어 산으로 들어갔는데, 산속에 살다 보니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는 삶이 되어가는 듯해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고 부딪혀가며 성장할 수 있는 도시로 도망치듯 나왔고, 이제는 전시를 많이 볼 수 있는 도시가 더 좋아~라고 외치곤 하지만,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 나, 바싹바싹 메말라가고 있구나.


발란스가 필요해.



미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가장 행복지수가 높고 스트레스지수가 낮은 직업군이 벌목꾼들과 농부들이라고 한다.

아래 각 직업군에 관한 통계자료가 있다.*(추후보충예정)

Envy the lumberjacks, for they perform the happiest, most meaningful work on earth. Or at least they think they do. Farmers, too.

Agriculture, logging and forestry have the highest levels of self-reported happiness — and lowest levels of self-reported stress — of any major industry category, according to our analysis of thousands of time journals from 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American Time Use Survey. (Additional reporting sharpened our focus on lumberjacks and foresters, but almost everyone who works on farms or in forests stands out.)

washington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business/2023/01/06/happiest-jobs-on-earth/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날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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