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yla J Feb 02. 2023

[100-33] 나에게는 너무 무겁기만한…

(feat. 독자와 청중은 늘 3가지를 궁금해합니다)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문방구를 하셨었다. 그 당시에 우리 문방구에는 잡화점처럼 많은 것들 것 있었던 것 같은데, 한 구석에는 책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다 보니 목이랑 어깨부근이 늘 저리고 아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매년 12월에 되면 듣게 되는 질문, 올해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는 그 물음에 나의 요청은 언제나 책이었다. 물론 나는 당시로서는 조금 이른 시기인 유치원 정도의 나이대에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책은, 나에게 친구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점점 머리가 자라면서부터는 사실 읽지도 않을 책들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도 책에는 욕심이 나서 밥은 어딘가에서 얻어먹고 그 돈으로 책을 샀다. 엄마는 책을 살 거면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시기도 했다. 왜냐하면 정작 문제는 내가 읽는 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아니, 늘 읽고 싶어 사지만 늘 머리가 복잡해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나의 고질적인 자책감의 원인 중 하나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책벌레라기보다는 그냥 사 모으는 북컬렉터에 가까웠다.  


게다가 역마살이 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늘 돌아다니는 삶을 살았는데, 물건을 안정되게 장기적으로 보관해 둘 장소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늘 짐이 많았다. 물론 그 짐의 대부분은 나의 무거운 책들이었다. 책짐을 둘 곳이 없어 늘 전전 긍긍했다. 너무 무겁기만 해 이사를 다닐 때마다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렇다고 무슨 교수님들처럼 책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퀄리티가 좋은 책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습관처럼 나는 늘 책을 사들였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다. 나의 온 생애를 돌아보면 늘 책 덕분에 삶이 무겁고 부담스러웠는데, 그것이 어쩐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 언젠가는 꼭 이 책들을 읽고 글을 써 이 억울함을 풀겠노라 다짐하곤 한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나가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으나, 이런저런 마음 바쁜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 미루기만 한다. 그러던 중 글쓰기에 관해 기억해 두어야겠다고 캡처해 두었던 문구가 생각나 그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 적용해 보아야겠다 하면서 ‘나는 대체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겨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 내보는 중이다.   


생각의 시작이 되었던 다음의 문구는 글쓰기에 관해서뿐 아니라 어떤 형식의 소통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소통. 대체 무슨 말을, 누구에게, 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독자나 청중은 언제나 3가지를 궁금해합니다.

1.     무슨 내용이지?
2.     왜 그래야 하지?
3.     그래서 어쩌라고?  


P.S.

책 이야기인지 글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조선시대에 지그려졌던 책거리 그림들을 찾아본다. 그런데 서양미술사안에 책이 이렇게 나와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겠다.


책가도, 冊架圖, 조선, 19세기 이후, 작자미상, 소장처: 국립중앙박물관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책사랑

작가의 이전글 [100-32] 보따리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