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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Mar 02. 2023

[100-61] MBTI를 말해볼까.   

나 INTP 똘아이임/적응•설명•변명 귀찮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글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나를 자꾸 드러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회부적응자였다. 사춘기 때는 인간관계에(가족관계, 또래관계등)에 심리적인 불편함을 겪으며 자랐고, 유난히 걱정과 근심이 많은 가족력 덕분에도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심리상태에 줄곧 놓여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좀 편한 사람에게는 입바른 소리를 잘해 특히 엄마를 많이 속상하게 했다고 한다. 감정을 이해해 주기보다는 팩폭을 날리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자라면서 자아가 분열되기 시작한다. 눈에 뵈는 것들은 온통 부조리하거나 비논리적, 비도덕적인 것들 뿐인데, 나 역시 이상적인 자아상에는 당연히 아주 많이 먼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데다가 생각이 많은 습성까지 더해 나 자신의 부조리함은 점점 통제가 불가능 해져갔고 통제되지 않는 감정들은 결국 무력감과 삶에 대한 무기력함으로 바뀌어갔다. 나는 철저하게 잘못된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사회부적응자였던 것이다.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했다면 그렇게까지 심화되지는 않았겠지만,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시기에 나는 산으로 도망치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국 늦은 나이에 다시 사회로 복귀하며 처절하게 곤란을 겪다가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이 암에 걸렸던 사건이며 동시에 영국에 다녀오게 되었던 시기이다. 그 이후 내 심리상태는 조금, 아주 조금은 편해졌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에 어쩐지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만성적인 우울증이 있어 상담, 역학, 종교 등을 쇼핑하며 귀동냥해 왔던 것들과 내면의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통해, 나는 인간과 인간에 감정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결이 맞는 사람들에게는 참 따뜻하게 공감을 잘해주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나는 물론 따뜻한 마음도 타고났다. 다만 드러나는 부분에 있어서 감성적이 보다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편에 가까워 사람들이 종종 오해하는 말들을 하게 된다는 게 문제다. 착하고 따뜻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가끔씩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이상한 말들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야 할 일들이 생기고, 면접을 봐야 할 일들이 생기고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나는 다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편감을 겪기 시작했는데, 이번의 불편감은 이전과 종류가 좀 다르다. 사회부적응자라는 본질은 같으나 어린 시절의 내가 잘못된 인간이라는데 초점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똘아이라는데에 초점을 둔다.


그렇다. 나는 INTP똘아이다. 적응하는 거, 설명해야 하는 거, 변명해야 하는 거 착한척하는 거 솔직히 좀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라는 인간이 똘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냥 살아볼까 싶다. 그동안의 실험들을 통해 몇 종의 가면들은 만들어두기도 한 것 같으니 적절할 때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말이다.  


카톡에 MBTI를 설정해 둘 수 있게 되면서, 나 INTP똘아이임/적응•설명•변명 귀찮음 이라고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 하다가는 글로 풀어보는 중이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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