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흘러내린 옷, 혹은 입다가 만 옷일까. 축 쳐진 어깨에 망연자실한 뒷모습의 그녀는 그 끝을 알 수 없고 풀 한 포기 없는 땅을 바라보고 있다. 땅은 메말라 갈라져 있는 걸까. 일정하지 않은 땅의 구성들이 복잡하다. 그림을 기대하며 맞춰가지만 거의 다 맞춰가는데도 아무런 그림이 나오지 않는, 마치 삐뚤빼뚤한 퍼즐 같기도 하다. 저 앞에 보이는 다른 땅들과는 다른 색을 한 부분은 혹시 물일까? 짙은 회색빛의 하늘은 땅끝으로 가면서 그나마 밝아진다. 새벽녁쯤일지도 모르겠다.
비정형의 각들이 날카로운, 예상컨대 바위인듯한 저곳에 걸터앉아 그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끝이 없는 길.
광야의 길.
현실에는 없는 풍경 속,
그녀는 대체 왜 입을 옷조차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오늘 나의 심정이 그랬다.
어깨의 통증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아트 한 스푼을 진행하며 사람들의 그림보기, 자신의 내면과 동기화시키며 일상 속의 먼지들을 털어보는 시간들을 진행하며 삶을 용서하고 사랑하고 삶 속에서 노는 법을 천천히 길러주고 있었다. 적어도 그게 나의 미션이었다. 나를 위한 수업은 될 수 없었다. 나는 다만 안내자이자 촉진자이자 서포터였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과 그림과 삶의 소통을 서포트 한다. 그런데 나는? 정작 내 삶의 아트 한 스푼은? 그래서 내 삶에도 아트 한 스푼 일일노트를 시도해본다.
나는 잘 울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보니 정말 울고 싶었다. 아니 거의 울 뻔 했다. 눈물도 나오지 않을만큼 내 감정은 메말라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울컥했다.!
‘정말 정말 힘들다. 나‘
…
도무지 끝도 시작도 보이질 않아…
대체 언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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