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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클루니 Dec 15. 2024

19화 사람은 사람으로

꿈이 이루어지는 길1

사람을 만나고 떠나는 과정은 

삶을 배우며 성장하는 시간이다.


- Paul Cluny -


"당신 얘기 내가 회장님께 들었었네. 회장님 모시기 싫다고 했다며? 아무 소리 말고, 회장님께서 당신 승진시켜서 입사할 때 원했던 인사팀에서 근무하도록 하라 하셨으니 그렇게 하시게."


퇴사를 결심하고 회장님께 말씀드린 후, 인사팀 임원께서 이런 깜짝 제안을 해주셨다. 5년간 열심히 근무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감사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2007년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제주도로 떠나는 일정을 마지막 의전 업무로 수행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나갔다. 공항에 도착한 회장님은 “그동안 수고했다”라고 짧게 말씀하시고 돌아서셨다. 뒤이어 사모님께서도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회사 그만두더라도 우리 아들이 있으니 언제든 복직하고 싶으면 편히 돌아오세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서 재무상담사로 꼭 자리 잡아 회사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처음 입사하며 마음먹었던 대로 5년 1개월간의 업무를 마무리했다.


함께 일하기로 한 선배 형에게는 몸이 불편한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회사 부도 이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퇴직금과 마이너스 통장에서 2천만 원을 꺼내 빌려드리고 일을 시작했다.


주중에는 보험상품을 공부하고, 주말에는 재무상담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했다. 운 좋게 6개월 만에 한국재무설계협회에서 인정하는 AFPK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다음 단계인 CFP 자격증은 비싼 수강료를 내고 교육과정은 이수를 했지만 두 차례 시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AFPK 자격증에 만족하며 다른 증권사 투자 자격증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보험과 재무상담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은 전 직장을 방문했다. 배운 내용을 실무에 적용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 갈 때마다 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하나는 "연봉이 1억이 넘느냐"라고 묻는 시선이었다. 나는 돈을 보고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상담자의 신뢰를 얻어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거기에 맞는 해답을 제시하다 보면 필요한 상품도 추천하게 되고, 실행되면 연봉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의전 담당으로 일할 때는 앞에서 좋은 얘기만 하던 사람들이, 퇴사 후 보험사에 근무하자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었다. 어느 날,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던 동료와 마주쳤다. 인사를 하자 동료가 대뜸 말했다.

"어디 가실 데가 없으신가 봐요. 회사에 자주 오시네요."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포기하지 않고 꼭 신뢰받는 재무상담사가 되어야지.'


그렇게 선배 형과 함께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관 차이를 느꼈다. 형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큰돈을 벌려는 목적이 컸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돕는 일에는 관심이 적었다. 그러던 중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한 명과 가까운 후배 두 명이 재무상담사의 꿈을 가지고 합류했다. 나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더 열심히 일했지만, 노력과 시간에 비해 성과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선배 형은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없는 걸 보면 상담보다는 사람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더 적합하다”는 말을 주변에 하고 다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게 어려워지자 다른 회사로 함께 가서 사람들을 관리하는 하는 매니저를 하라고 권유했다. 

나 스스로도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내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고

반대를 했다.


결국 그는 후배들을 설득해 2008년 말 겨울, 자신에게 유리한 다른 회사로 떠났다. 그 과정에서 전 직장 동료는 상처를 받아 힘들어했기에, 나는 이직을 권유했고, 동료는 전 직장 선배들의 도움으로 재입사했지만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이 사람이 차면 저리 가고 저 사람이 차면 이리가는 버림받은 공 같았다.


어렵게 결정한 이직이었기에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혼자 남겨지니 점점 지쳐갔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다 교육 중 만났던 나보다 10살 많은 매니저님이 떠올랐다. 겉보기엔 차가워 보였지만, 이론적인 지식도 많으시고 믿을 만한 분이라 생각이 들어 본부님께  부탁을 드려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이 만남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인연이었다. 매니저님은 재무상담을 통해 소비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셨다.


내가 상담 중 소비자에게 도움 되는 두 가지 플랜을 두고 고민하며 의견을 여쭤보면, 그분은 항상 객관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이로운 방안을 추천해 주셨다.

비록 속도는 느리고 과정은 힘들었지만, 좋은 멘토를 만나 판매자 중심의 사고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마음을 지키며 내가 꿈꾸던 재무상담사의 길에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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