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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클루니 Dec 08. 2024

18화 나의 소명

꿈이 이루어지는 길

용기는 두려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두렵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 Paul Cluny -


입사 3년 만에 간절히 바라던 청와대를 내려다보며 광화문 본사 근무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출근해 저녁 8시가 넘어 퇴근했다. 주말에도 출근하며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본사에서 1년 반이 흘렀다.


그즈음, 승진 인사철이 다가왔다. 같은 부서에 대학교 3년 선배가 있었는데, 내가 조기 승진하면 그 선배의 승진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배의 승진을 막아가며 내가 조기 승진하는 게 맞을까?’ 이런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회장님을 모시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룹사 임원분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니 늘 초조하고 걱정스러워 보였다.


물론 계속 근무하면 계열사 대표나 임원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들 보기에는 좋아 보이겠지만, 그런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고, 미래의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입사 당시 청와대 경호실 꿈을 잃고 결심했던 5년 근무의 시기도 어느덧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 회사를 운영하던 친한 형이 찾아왔다. 사업 실패 후 보험사 세일즈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는데,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미국에서는 재무상담사가 정년도 없고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야.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 네 성향에도 잘 맞을 것 같아. 지금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바로 시작할 수 없으니, 보험사에서 위험 관리를 배우며 재무상담사로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4년 전,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너한테 영정사진 앞에서 함께 일하자고 했잖아. 네가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너 도움이 꼭 필요해.”


형의 진심 어린 부탁에 재무상담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년이 없고 사람들을 돕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보험사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고, 안 좋은 선입견도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려운 길이라 생각했지만, 신뢰를 잃지 않고 보험사 일을 잘 해내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사 때 결심했던 5년을 채우고 퇴사해 형을 도와 재무상담사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저녁에 만나자며 연락이 왔다. 광화문의 삼겹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한 친구가 이혼을 결심했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는 “왜 이혼하려 하냐? 좀 더 참아보지 그래”라고 조언했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너는 잘 나가는 자리에 있으니까 모르겠지. 사는 게 너무 힘들다.”


그 말에 나도 고민이 있다며 이직 준비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친구들은 놀라며 물었다.

“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둔다고? 무슨 일을 하려고?”


“재무상담사를 해보려 해. 친한 형이 사업 실패 후 보험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함께 일하자고 부탁했어. 4년 전에 힘들 때 도와주기로 약속했는데 지금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구들은 격하게 반대했다.

“인생 막장이나 가는 보험 일을 네가 뭐가 부족하다고 그런 일을 하냐? 절대 하지 마! 지금 네 위치에서 말도 안 돼.”


대화는 격해졌고, 술자리는 말다툼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혼하겠다는 친구의 마지막 말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너 이직을 3개월 미뤄라. 나도 이혼을 3개월 미룰 테니까...”


술에 취해 기억도 못하겠지만, 그 한마디가 내 마음 깊이 남았다. ‘보험사에서 일하는 게 이렇게 신뢰받지 못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사무실에서 명함통을 꺼내 보험사나 재무상담 일을 하는 지인들의 명함을 펼쳐보았다. 약 50장을 살펴보니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해도 쉽지 않겠구나.’ 퇴사를 결심했던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그런 고민 속에서 회장님께서 제주도 출장 지시를 내렸다. 출장길에 교육 사업을 하는 멘토 선배님과 저녁 식사를 약속했다.

술 한잔 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배님, 요즘 고민이 있는데요. 친한 형이 보험사 일을 제안했는데, 주변 반대가 너무 심합니다. 회사에 남으면 승진도 빠르고 임원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삶이 행복할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배님은 특별한 조언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숙소를 잡아 쉬게 해 주셨다.

다음 날, 선배님 사무실을 방문하니 대표실 벽에 '히피의 보물지도’라는 제목의 큰 보드가 걸려 있었다. 가운데는 가족사진, 주변에는 다양한 바람이 이미지와 함께 적혀 있었다.


수영 1km 완주

금연

은혼식 해외여행

큰아들 서울대학교 입학

제주도 교육관 설립...


그 보드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재무상담사가 되어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의 바람을 알고 실현하도록 돕는다면 내 삶이 가치 있지 않을까?’


보험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소한의 위험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결심했다.

‘용기를 내보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뢰를 얻어 사람들의 꿈을 돕는 일을 해보자.’


그렇게 첫 회사에서 5년 1개월을 근무하고 퇴사를 하고 2008년 1월 1일부터 재무상담사가 되기 위해 보험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사명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올바른 재무설계를 통해
잊고 사는 소중 꿈과 웃음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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