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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효 Feb 13. 2024

끊지 못하고 끊어버린!

#여행에이유있나 #새해결심조기실패 #여행끊지못해티켓또끊어버림

지난 해 말, 나는 결심한 것이 있다.

'2024 새해엔 여행을 하지 않겠다'


혹시 여행도 회피기제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고,

또 한편으로는 올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매진해야하는 해이기도 해서였다.

누군가 온힘을 다해 애쓰는데 나만 놀러다니는 것이

배신하는 느낌도 있고,

'1년 간 여행금지' 방침을 그에게 밝히진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과 격려...랄까.


하지만 벌써 나는 그 다짐? 혹은 약속?을...어겼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지난 주,

5월 초 연휴에 맞춰 여행을 예약해버렸다.

"미안하다,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다"


놀라운 건 여행을 하지도 않았지만,

'예약'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하락했다는 점.

 


지난 해 내가 여행으로 보낸 날은 30일 정도 된다.

견디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괴로움에

차분하게 일상을 영위하면서 헤쳐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물론... 훌쩍~ 공간을 옮겨서 시간을 지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어떤 관점에선  '돌아옴''복귀'가 전제된 여행이  

살짝 시간을 피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분명,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돌이켜보면, 무용한 걱정과 염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그래서 타격감이 덜했을 뿐.

일어날 일은 다 일어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월했다고 자평하는 것만 봐도

중요한 건 '마음'이기 때문.

 


마음이 다치는 상황은 예고가 없다.

어떠한 일에도 다치지 않는 마음으로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겠으나

모자란 사람이라 그렇다.

"상처 받은 자"라고 쉽게 말했지만

(아주아주 자비롭게) 따지고 보면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은 없다.

셀프 상처... 가해자 없는 피해일 뿐"   


이를 테면 '자차보험' 같은 것이 여행인지도...


지난 주, 마음이 복닥거려서 셀프금기를 깨버린 것도

사실 나와는 관계도 없는 일인데,

지켜보면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타인의 고통을 예감하며

내 마음이 힘들었다는 사실에

어리석음을 자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는 하다.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도 반복하고,

무시하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래서 끙끙대고, 그 끙끙거리는 시간이 힘들어서

다른 돌파구를 찾고,

거기서 예상치도 못한 즐거움을 덤으로 얻으면

잠시나마 행복하고...

그러면서 채워지는 삶이다.


오랜 친구 중 하나가 올해 목표는 '더 격하게 여행가기' 라길래

즉흥적으로 예약까지 마친 나의 5월 여행일정을 밝혔더니

'나도 델고가' 하길래

비행기표와 호텔예약상황을 보내주니...

아이처럼 들떠한다.


예정에 없이 잔소리꾼 모시고 여행하게 생겼다만,

이 또한 즐겁다.


이미 나는 복닥거릴 시간, 무쓸모 걱정에 할애했을 시간의 상당부분을

떠나지도 않은 여행으로 벌써...아끼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 여행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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