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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효 Feb 13. 2024

나, 관종이었어? 관밍아웃

#어느관종의블라인드토크 

"나는 관심이 싫어요"


참 배부른 고민이지만 어렸을 때 나는, 

특히 사춘기 시절 나는,

'나를 아무도 몰라보는 곳에서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울생활을 꿈 꾸었고 

미국 같은 데 가면 나는 성공할 수 있을 텐데...라고도 생각했다.


서울이나 미국에 가면 주위에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테고,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이든 관심이 없을 테고,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내가 신경쓰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관계에서 오는 중압감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누구의 손녀, 누구의 조카, 누구의 딸, 누구의 누나, 언니, 일가 친척, 제자, 이웃...

비교적 가까운 관계로 얽혀 있는 동네인 것이 어린나이에 부담이긴 했으나

돌이켜보면 그들이 엄청 대단한 기대를  나에게 갖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기인한 비겁한 생각이었다.


'누구든 나한테 실망해도 괜찮아'

하는 여유가 없었을 뿐인데

그저 내가 처한 환경이 나를 옭아매고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핑계대며

용기 없는 나를 합리화한 것이다.


나에 대한 타인의 과도한 관심을 극혐하기 때문에 

나 역시 타인에게 관심갖지 않는다며 

혼자 쿨한 척, 따뜻한 말 한 마디 조차 아끼며 살디보니

이제는 조금만 내 마음을 표현해도 '츤데레' 소리를 들을 만큼 

나는 살가움만 잃었는지도 모른다. 



'돋보이고 싶어서' 학력을 위조하고

'관심받고 싶어서' 죽을 병에 걸렸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찬사나 동정을 구걸하는 인간들은 답이 없지만

적당히 관심이 고픈 것은 어찌보면 인간적인 일이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어 하고, 

잊히지 않고 싶어하는 마음에 '관심'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관종'이 대화의 주제가 될 때 마다 나는 

어느 자리에서든 관종을 한심해하는 쪽이었을 테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관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잘 모르겠다. 이제 와서!


나는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하고

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고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단속하는 것은 사실이다.


너무 화려하게 멋을 부리면 사람들이 쳐다볼까봐 

무채색의 옷을 즐기고 했던 것 역시

'관종 아님 증명'이라 여겼는데 

그건 그냥 나의 취향이었거나,

부족한 미적감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서!

 

문득 내가 관종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동료 유튜버라 해야하나...유튜버 선배라 해야하나...

여튼 대형 유튜브 채널장이 대화중에 무심코 던진 말,

"걔도 관종이야. 유튜브는 관종만 할 수 있거든" 

에 생각이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관종? 


그러고보면 나는,

'노출'이 전제된 공간에 "지금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고, 

'지식'이나 '경험', '재능'을 뽐내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으며, 

'관종'만이 할 수 있다는 유튜브를 하고 있고 

최근엔 회사일에 관련된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어느새 지극히 사적 관심사가 되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까지 기웃거리고 있으니...

이 정도면 나는 관심에서 결코 초연한 사람은 아닌 것이다. 



내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진 않지만 

혹시 그건 딱히 경쟁력이 없는 외모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 이제와서!

무엇이든 판이 커지면 귀찮은 일에 엮일까봐를 먼저 염려하는

용기 없음 때문일지도... 이제 와서! 

내가 쏟을 수 있는 관심의 대부분이 바깥 보다

내면을 향하는 내향적인 성격 때문이지

결코 관심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을 수도. 이제 와서!  


더욱이 나는...

나의 기분이나 생각을 말로든 글로든, 가급적 적확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반응과 소통 역시 소중하게 생각한다. 

타인의 평가에 대한 민감성은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둔해졌고, 

이러쿵 저러쿵 남의 일에 말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진 않지만,

나에 대한 무심함이 결코 감사하지 않은 사람이다.


오히려 나에 대해 세심한 관심이 아니면 없는 것을  

먼저 아는 척 해주고, 선물을 주고, 위로와 격려해주는 사람들 덕에 

얼마나 감동하는 일이 많았던가.

그 따스한 순간들을 다 갚고 살려면 정말 오래 살아야겠다고 

일기를 쓴 날도 불과 며칠...전 일인 것을...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병적일 만큼 지나치다 / 지나치지 않다 라는 

판단 기준은 모호하기 때문에 

굳이 나는 관종이 아니야~~라고 우기는 것도 우습고

노출된 공간에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만 따지면

나도 관종, 여느 관종에 못지 않... 

유명세에 뒤따르는 구설을 감당할 힘이 없어서일 뿐,

어떤 구설에도 초연할 만큼 자존감이 월등히 높지 않을 뿐, 

그만큼 성숙한 인간이 아닐 뿐...!


전지적 관종 시점에서 보면, 나는 그저 찌질한 관종인 것이다.


그래, 나도 관종이었어!


그랬군 그랬어.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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