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기원하지. 몸의 안위를, 마음의 안녕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 누구는 로또를 꿈꾸고, 또 누구는 백살 꽉 채울 건강을 원하기도 하고, 소박하게 인서울 대학도 바래보고... 그리고 아마 다른 누구는 나처럼, 귀인을 가슴에 품고 살겠지.
거 왜, 어설픈 운세 풀이에 자주 등장하는 말 있잖아 - “동서쪽에서 귀인이 오리니…”
귀인(貴人) 이라… 귀한 사람. 갑갑한 인생을 한방에 확 뒤집어 엎어 줄 능력자겠지? 귀하디 귀한 그 분.. 나는 귀인을 세번 만났어. 정확히 말하면, 내게 오셨던 그 분은 귀인(貴人)보다 한수 더 위, 귀인 (鬼人) 이야.
팔십년을 너머 사는 동안 정확히 세 번 오셨어. 그래서 복 3자 였나? 아니면 죽을 고비를 세번 알려준다는 마음 넉넉한 옥황 상제님 덕분일지도 모르고.. 세번이나 보내신 그 운도 다 했는지, 이제는 잠잠해. 정말 또 오실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하고, 혹여나 이번에 온다면 그만 날 데려가려나 싶어서 꺼림직해.
그래도 있잖아, 욕심 많은 이 속마음에는, 죽기전에 딱 한번만 더 오셨으면 좋겠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 집사람도 있고, 장사하는 자식한테 아무것도 줄 게 없는 내 텅 빈 통장도 그렇고.. 또, 죽어라 공부하기 싫어하는 큰 손주가 있어서, 정말로 마지막으로 말이야. 절마다 시주함을 꼭꼭 챙기면서 공손히 빌었는데, 소식이 없네. 전처럼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나름 그럴듯한 위로를 하지.
어디보자, 마지막으로 그분이 오셨던 게 언제였더라..
이제부터 아무도 믿지 않을, 우리 집사람한테만 털어놓은 무시무시한 귀인(鬼人) 이야기를 해 볼까 하네.
1. 첫번째 귀인 - 전쟁 다녀 온 앞집 아저씨
내가 스무살도 안됬을 아주 옛날에, 전쟁 끝나고 간신히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왔어. 피난민들보다야 덜했겠지만, 전에 없이 가난하고, 슬픔만 가득했지. 어린 나이에 따라 나섰다가 총인지 포탄인지에 맞아서 못 쓰게 된 다리로, 아랫목에 누워만 지냈어. 매일 밤낮을 후유증에 시달렸지. 누가 지나가면 그 발자국 소리, 비가 오면 빗소리가, 꼭 적군들처럼, 아니면 그놈들 총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아 발이 갑자기 저리기라도 하면, 더 심한 불구가 될까봐 어머니를 부르며 울기도 했어. 천장 어디서 뭐가 떨어질지, 또 다른 곳을 다칠지, 혹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괜한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하는 아주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을 거야.
그때는 남들도, 두끼 먹으면 행복했었어. 다들 많이 어려웠지. 게다가 나는, 온종일 지속되는 통증에 약을 살 돈은 없고, 싸구려 사카린만 연신 입에 털어 넣으며 버텼어. 그때 들려오는 소문에, 옆 마을하고 맞닿은 산등성이에 새로 온 무당이 있다는 거야. 이북에서 내려왔는데, 김일성이 젊었을때부터 몰래 불러다 점괘를 봤다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대. 진작부터 일본이 망할 거라 예언했고, 우리가 남북으로 쪼개져 둘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봐. 이사람 저사람, 어려워도 많이 가서 뭐라도 한 것 같아.
우리 어머니와 누이도, 종일 허드렛일로 번 돈을 그 무당에게 고스란히 쏟아부었어. 난리통에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으려 했는데, 벌써 돌아가셨다고 하더래. 객사한 귀신은 구천을 머문다면서, 영혼을 만나 위로하고 보내자해서 접신굿을 올렸지. 나도 그때 그 사람을 처음 봤고... 땅딸하고 목소리가 우렁찬, 사내다운 얼굴이었어. 근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길에 누워있어 너무 춥다는 거야. 새로 수의를 짓고 이불도 한 채 올려 장례를 치뤘어. 어머니 머리에 둘렀던 수질 (새끼줄로 된 테) 끝을 잘라서 불에 그을리고, 아버지께 올렸던 술잔에 담아 사방팔방에 뿌렸어. 그래야 한을 풀고 편히 가신대. 시키는 대로 다 했어. 그가 정해준 날짜에 매년 제사를 드린다고 약속도 하고. 그런데 무당이, 아버지가 아주 만족해 한다면서, 내 다리가 낫도록 도와주실거라더군.
정말 신기하게 그 날 이후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어. 혼자서 벽에 기대어 앉아 요기도 할 수 있었고, 어머니와 누이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커졌지. 그런데, 그렇게 신임을 얻은 무당이 말이야, 내 누이와 혼인을 해야 한다고 했대. 누이가 신당에만 꼭 틀어박혀 기도를 올려야 내가 낫는다고. 아버지의 령과 누이의 정성이 나를 완전히 새것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대. 둘은 쉬쉬하며 이야기 했지만, 내가 잠결에 다 듣고 말았지. 안된다고 펄펄 뛰었어. 누이를 팔아 다시 걸을 생각없다고 난리를 쳤지. 내 앞에서는 수긍하는 척, 나를 안심시키고 아무일 없는 척, 날 속였더라고.
동생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간 누이가, 아버지 연배의 무당에게 시집을 가기로 한거야. 정갈한 육신과 정신을 위해 일체의 바깥 출입을 삼가하고, 누구와도 말을 나눠서는 안되고, 삼일간 빈 신당에서 물만 먹으며 혼례날을 기다리라 했대. 3일 전에 누나를 신당에 혼자 두고 돌아온 그 날, 어머니는 분명 울고 있었을 거야. 뭔가 이상해서 누이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는 사람 집에 병구완을 도와야 한다고 둘러대서 또 그런가보다 했었지.
"오늘만 참으면 된다. 있다가 올 때 먹을 걸 가져 올거야. 밥을 좀 끓여 놨으니까 그거라도 마시면서 기다려."
어머니가 몇날몇일을 잠도 안자고 바느질 한 이불보를 챙겨들고 새벽 일찌기 나갔어. 뭘까 궁금했지만,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묻지도 못했어. 며칠째 집에는 쌀 한 톨 구경하기도 힘들었거든. 밥을 끓여놓았다고는 하지만 희멀건 물이었고.. 돈 벌기가 힘든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래도 이렇게 자꾸 누워만 있다가는, 걸어보기는 커녕, 누이도 못 보고 굶어죽겠구나 싶어 두려웠지. 조금씩 몽롱해지면서, 끝이다, 이젠 누구라도, 아무라도 나를 좀 발견해 줬으면 좋겠다, 하고 마냥 기다렸어.
그 때 누가 갑자기, 우당탕 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야. 억지로 눈을 떠 올려다 봤더니, 어떤 남자가 산처럼 커다랗게 서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어. 어디서 본 모습 같기도 한데... 새까맣게 탄 피부에 더부룩하니 머리가 자라서,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애. 게다가 방안에 신발까지 신고 들어 왔어. 군인들 신던 군화 있잖아, 끈 묶는 거, 그걸 신고 있었어. 그것도 아주 더러운 거... 불에 탔는지, 새까맣게 재가 묻어 있었지. 뛰어왔는가 숨이 여기까지 차서 물어보더라고.
"살아있냐? 그럼 나랑 가자."
그러더니, 자기가 앞집에 산다면서, 어머니에게 가야 한다고 나를 한방에 확 들쳐 업는 거야. 거절할 힘도 없고, 아무 생각이 없었지. 그냥 이사람한테라도 발견되어 다행이다, 죽어도 어머니한테 가서 죽을 수 있다... 그런 생각들이 막 나더라고.
그때 내가 젊은 남자애라고는 해도, 사실 잘록 묶어놓은 지푸라기 한 단 밖에 안됬을 거야. 바짝 말라가지고 헬렐레하는 나를, 탄탄한 등짝에 업고서는 날라가듯이 달리더라고. 아, 이 근처에 군부대가 들어왔다더니, 아마 거기 군인인가보다, 단단하니 힘이 좋구나 했지. 그렇게 쉬지도 않고, 한방에 신당까지 뛰어가서, 막 혼례가 벌어진 굿판에 나를 내려주었어. 어이고, 거기 앉은 누이를 딱 보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지.
“누이? 뭐하는 거야? 내가 이거 하지 말랬잖아!"
“경수야..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누나를 지나쳐 무당 놈에게 바로 따지러 갔어.
"너 뭐야? 어디서 사기를 쳐? 당장 이거 그만 둬!"
"어허, 이게 무슨 짓이야? 네 아버지가 바라시는 일인데!"
무당이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를 쳤지. 그래도, 요만큼도 망설이지 않고 그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어.
“너 이 무당 자식, 순진한 사람들 꼬시는 거 그만해. 너 이미 혼인했잖아. 부인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어머니와 누이가 기겁을 하지,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막 그렇게 말이 쏟아져 나오더라고.
“뭐라고? 혼인을 했어?”
“이 자식, 부인이 여러명이에요. 이 주변 동네마다 하나씩 살림집이 다 있어요!”
죽일듯이 달려드는 나한테 기가 죽었는지 무당이 말을 바꾸더라고.
“보살님, 그게 아니고, 이번이 진짜 혼인이에요. 지금까지는 다 신령님이 점지 하신거고, 나한테는 오늘 이게 정식으로 혼인하는…”
“뭐가 어쩌고 어째?”
퍽, 퍽, 퍽... 마구 때려줬어.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바닥을 기어서라도 도망갈라 그러길래 발로 막 꾹꾹 밟아주다가, 탁! 멈추었지. 내가 발길질을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한참을 치고받고 했다고?? 간신히 눈만 뜨고 숨만 쉬던 내가, 백두산 곰만한 이 놈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고 있었어. 그것도 혼자 힘으로 두발로 딱 서서..!
그때부터는, 어찌 알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속에 어린 아이를 업은 여인네도 하나 달려오는데, 둘째를 가졌는지 배가 불룩하더라. 저만치 뒤따라서 또 다른 아이 엄마가 오다가, 이쪽을 보면서 말도 잇지 못하고 넋이 빠져 있고... 아, 저 무당 놈 부인들이구나... 사람들이 막 화가 나가지고 달려들었지, 에라이 나쁜 놈아, 너같은 놈은 맞아야 돼, 죽어라...
누이가 혼례복을 입은 채로 나를 끌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랑 셋이 마주 앉았어.
"경수야, 얘기 좀 해봐라, 어떻게 된거야?"
"앞집 아저씨가 알려줬어. 빨리 가야 한다고."
"앞집 누구?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거기 간거 아무한테도 얘기 안했는데..."
뭐 밖에는 시끌시끌 난리였어. 사람들이 무당을 끌고 내려와서 경찰서로 데리고 가더라고. 우르르 몰려가니까, 다시 조용해지고, 어머니하고 누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먹을 거리를 좀 구해 온다고 나가더라고. 말리지 않았어. 그동안 돈이고 음식이고 벌어서 다 그놈 주느라 정말 집에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래서 이렇게 밖이 약간 어둑어둑 해지는데, 아랫목에 혼자 앉아서 다리를 이래저래 만져봤지. 아이고 참 신기하다, 어떻게 갑자기 확 나았을까... 그러다가 앞집 아저씨가 생각나더라고. 너무 고마우니까, 빈손이지만 그래도, 나라도 먼저가서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문을 열고 나왔지. 근데, 이 동네가 집이 별로 없는거야.
한번 싸그리 피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 빈 집도 많고, 누가 살든 안 살든, 많이 망가졌고 말이야. 이 앞집도 어째 좀 사람이 살기에는 위험해 보였어. 지붕은 뼈대만 남았고, 새카맣게 타가지고.. 그을린 게 손에 아직도 묻어날 만큼,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어. 이상하다 하고 밖에서만 기웃기웃 서있었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말을 거네, 그집에 아무도 안 살아요... 하는 거야.
"다 어디 갔어요?"
"피난 가고나서 안 돌아왔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 누굴 찾아요?"
"아까 낮에 저를 업고 산에 가주셨던 분이요, 젊은 아저씨 였는데, 군인 신발 신고요.."
"누가 업어요? 못 봤는데? 그리고, 군인 아저씨 안 산다, 이 집에... 하긴 아까 누가, 무당한테 빨리 가라고 소리치는 거는 들었는데? 그래서 다들 뛰어갔지, 무슨 일인가 하고. 근데 군인 아저씨는 못 봤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침 어머니랑 누이가 들어 오길래 물어봤어. 어무이, 아까 나 업고 산에 갔던 아저씨 생각나요, 했더니, 못 봤다는 거야. 혼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툭 튀어 나와서 무당하고 막 싸우는 것 부터 봤다는 거지.
"왜, 좀 까맣고, 덩치 좋고, 여기서부터 나를 업어서 산까지 뛰었는데?"
"얘는, 아무리 힘이 세도.. 경수 너를 업고 거기까지 어떻게 뛰어가? 한참 가파른데.."
"이상하다, 앞집 아저씨라 그랬는데... 이 부근에 다른 집, 어디 젊은 아저씨 사는 집 있어?"
"다 전쟁 나가 죽었지, 이 동네에 젊은 군인이 어디있어? 난 근데, 너 갑자기 나타나서 바락바락 소리치고 싸우던게 더 신기하다. 그 힘이 어디서 났어? 산길은 또 혼자 어떻게 갔구?"
"그러니까, 그게.. 그 아저씨가 업어줬다니까?"
나도 이상하고 답답하니까, 그 집에 대문이 있었을 자리가 있잖아? 문은 없고, 휑 하니까 그리로 이렇게 고개만 째끔 내밀고 들여다 봤어. 근데 정말 빈 집인거야. 대문도 없고, 벽도 무너졌고, 거의 집터만 남아 있었어. 이거 참, 이상하다, 그러면서 안으로 몇 발짝 들어갔는데, 다 무너지고 한 반쯤 남았나, 저쪽으로 집 끝에, 요, 한 허리 높이만큼 벽이 남았는데, 새까맣게 불에 그을린 자국이 보이는데, 멀리서 보니까 이게 딱... 철모를 쓰고 있는 군인 아저씨 모습인 거야. 약간 뒤에서 보는 옆모습 있잖아, 대각선이라 그래야 되나? 철모 아래로 코는 보일듯 말듯하고, 양 옆으로 이렇게 어깨선까지? 그 시커먼 자국이, 딱 뒤쪽 옆에서 보는, 약간 몸을 숙인, 분명 철모를 쓴 사람의 모습이었어. 그리고 대문 자리부터 그 벽까지, 흙 바닥에 군화 발자국이 탁탁탁 찍혀 있는거야.
아니 이거, 내가 완전히 깜짝 놀라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옆에 누이한테, 벌벌 떨면서 손으로 이렇게 가르키면서, 누이, 저기 사람 보여? 저 벽에 군인 아저씨가, 철모 쓰고, 옆 얼굴에 이렇게 어깨 있고... 뒷모습, 저거 보이나? 했더니, 누이도 비슷한거 같다 그러더라고. 와, 소름이 쫙 끼치면서.. 근데 그 아래에 뭐가 볼록 나왔길래 가까이 가봤더니, 불에 탄 볼펜이 하나.. 잿더미 속에 떨어져 있네? 그래서 그때는 내가, 아이구, 아저씨가 왔었구나, 하면서 거기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지.
그 아저씨는, 전에 내가 전쟁에서 다쳤을때 말이야, 피 줄줄 흘리면서 쓰러져 있던 나를 업어서 구해 준, 그 군인 아저씨인거야. 나 피 나는 거를 빠짝 묶어놓고,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서 그 안으로 이렇게 끼우더니, 손으로 돌려서, 꽉 쪼이고 있어라.. 그러더라고. 그래야 지혈이 된다고 가르쳐 주는거지. 업고 뛰면서 계속 말을 거는 거야, 꼬맹이, 아프지? 이름이 뭐냐? 몇살이야? 집에 가서 어머니 만나자, 내 덕에 살았으니 나중에 국밥 한그릇 사라 … 무섭고 아파서 엉엉 우는 나를 달래면서, 산 밑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데까지 업고 가서 맡겨 놓고, 자기는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다친 사람 하나 또 업어 오고, 내려 놓자마자 또 가서 업어 오고.. 그러다가 수류탄이든지 뭐든지, 뭐가 펑 터지더니, 거기서 죽었어.
그 아저씨가 그때 지혈하라고 줬던 볼펜이 나한테 돌아 온 거야. 그것도 우리집 앞에! 신기하지? 내가 등에 업혀서 바라봤던 아저씨의 그 철모 쓴 옆모습은 벽에 그려져 있고.. 그 다리 짤릴뻔한 어린 애가 집까지 잘 돌아 왔는지, 보러 왔었던 거지. 그러고나서 생각하니까, 아까 낮에 방문 벌커덕 열고 뛰어 들어와서 나를 내려다 본 그것도, 그 커다란 산처럼 버티고 서있던 그 모습도, 내가 다리 다쳐서 꼼짝 못했을 때랑 똑같은 거야. 그때도 아저씨가 나한테 그렇게 뛰어왔거든.
"살아있냐? 그럼 나랑 가자."
내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아저씨 죽은 날 있잖아? 나 살린 그 날.. 아저씨 제사를 지내. 죽어서 가족을 만났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집에 국밥 드시러 꼭 오신다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