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미군 기지, 평택-오산 지역의 험프리 베이스를 아시지요? 소규모 제조업과 곡물, 과실수 재배가 주요 산업이던 이 지역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에 따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다,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요, 일부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늘어난 외지인과 유흥업소들로 인해, 주택난과 물가 상승, 치안 등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여름이었죠, 큰 이슈가 되었던 미군 사망 사건이 있었습니다. 험프리 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주한 미군 네 명이, 술에 취해 우리 시민을 폭행하는 사건이었는데요,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았고, 양측 모두 술에 취해 일어난 시비 정도로 일단락 되는 듯 했습니다만, 가해자였던 네 명의 미군 중 한명이 심장 발작으로 사망하면서, 이슈가 됩니다. 일명 <험프리 미군 사망 사건>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군 측이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자세한 것은, 유현웅 피디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겨우 스무살이었죠? 한국에서 근무 한 지 딱 두 달 된, 제이콥 앤더슨 일병, 젊고 건강하던 미국 청년이 사망했습니다. 지병은 없었고, 마약류와 기타 약물 복용에 의한 급성 심장 마비라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유현웅: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8월11일 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 반,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 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택시를 기다리던 이들과 그 옆을 지나가던 우리 시민들이 부딪치면서, 시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서로 툭툭 밀치는 정도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일단 진정시켜 놓고, 신고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한 민국 영토에서, 우리 국민들과 시비를 벌였더라도, 상대가 미군이라면 우리 경찰은 조사권이 없습니다. 아직도 개정되지 않은 소파 협정 때문인데요, 어쨌든 큰 유혈 사태는 아니었다는 상호 판단 아래, 미군 측에서 이들을 데려 가게 됩니다.
이때가 대략 새벽2시15분 입니다. 당시의 CCTV 자료 화면에는, 길가에 앉아 있는 미군 한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셋은 비교적 멀쩡해 보입니다. 이들이 자기 발로 걸어서 차량에 탑승 하는것에 비해, 이 마지막 한명 – 앤더슨 일병이죠, 운전자의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탑승합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 역시, 한 사람은 술에 취해 자꾸 길에 누워 자려고 했다, 그러나 나머지 세명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많이 취하지는 않았었다, 라고 증언합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이들 중 가장 많이 취한 것 처럼 보였던 앤더슨 일병이, 부대 복귀 직후인 새벽2시44분에 호흡 곤란을 일으켜, 약 30분 후인 3시17분에, 기지 안에서 사망합니다. 부검 결과, 알콜과 두가지 이상의 마약류가 검출 되었다고 해서 더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미군 측에서는, 만 20세로, 법적 미성년자인 앤더슨 일병이, 알콜과 함께 불법 제조된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면서, 바깥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서정은: 사실, 미군 부대 주변의 마약 문제가 하루 이틀 된 것은 아니잖아요. 새삼스럽게, 우리 정부에 공문까지 보내서 수사를 요청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이전의 사건들과는 어떤 점이 다릅니까?
유현웅: 지금까지 미군과 관련된 마약 사건/사고가 주로 미군들에 의해서 유통되고 판매 되었고, 그 피해자가 미군 관련자이거나 우리 국민이었다면, 이번 <험프리 미군 사망 사건>은, 우리 쪽이 공급한 마약으로 미군이 사망한, 첫번째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 된 것 같은 데요,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마약이 많이 퍼져있다, 라는 뜻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 경찰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간, 평택-오산 지역의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그중에서도 마약 등의 불법 약물, 무허가 식품 혹은 알콜 제조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예상 하셨듯이, 불법 또는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인구가 늘어나면 벌어지는 상황인데요, 현재 우리 나라에는 15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합니다. 그 중 안산에만 7만 명, 평택에는 무려 6만명 이상으로, 도시 전체 인구의 7%가 넘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의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3%인 것에 비하면 두배를 훌쩍 넘는데요, 여기다 불법 체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 됩니다. 숫자는 늘어나는데 수입원은 한정되어있고, 더구나 외국인 거주자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자, 불법적인 일이라도 할 수 밖에 없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게다가 평택은, 지리적인 특성 상, 중국와 인천이 가까워 밀항과 밀수의 위험도 그만큼 커집니다. 이번 험프리 미군 사망과 관련된 마약도, 바로 이 뱃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는데요, 놀랍게도 이들은 북한산 필로폰을 밀수입해 유통 해 왔습니다.
서정은: 불과 몇년 전에, 동남아 지역에서 북한산 필로폰을 아주 쉽게 구한다고 들었는데, 이젠 어쩔 수 없이 한국에도 많이 유통 되었겠죠?
유현웅: 그렇습니다. 북한 내에서는, 마약을 제조하거나 유통시키는 것 만으로도 공개처형에 처해질만큼 중범죄이지만, 대외적로는 아시아 전역으로 판매되어 엄청난 외화를 벌어 들이고 있는, 정책 사업 중 하나입니다. 기존에 유통되는 타국 제품들에 비해 저렴하고 순도가 높아, 훨씬 더 심한 환각 현상과 뇌손상이 나타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정은: 이번 <험프리 미군 사망 사건>의 원인이 바로 이 북한산 필로폰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10월과 11월, 두달에 걸쳐, 평택-오산 일대의 모든 유흥 업소에 대대적인 수색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려 17곳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적발 되었습니다. 액스터시와 대마초, 필로폰 뿐 아니라, 일반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 감기약, 수면제 등을 개인이 혼합해서 조제한, 정체 불명의 환각제까지, 모두 40여종의 불법 향정신성 약품들을 압수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VIP 룸을 사용하거나, 속칭 2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접대부를 통해 판매 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외국인 접대부라면, 불법 체류자들 인가요?
유현웅: 모두 다는 아닙니다. 평택시와 오산시의 합동 작전으로, 모두 26명의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을 적발했지만, 아홉명을 제외하고는 합법적인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것은 속칭 ‘외국인 연예인 비자’로 알려져있는 E6-2 비자인데요, E6-1 비자는 예술인, 2는 연예나 유흥 활동을 위한 종업원 비자로, 주로 가수, 댄서, 서커스 등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발급됩니다. 사실상 특별한 증빙을 요구하지 않고, 현지 고용주나 에이전트 계약서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해, 아주 쉽게 악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여성들 중 일부는, 이 2년짜리 연예인 비자로 들어와 일을 하다가,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에 주로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는 한국 남성과 결혼 해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법 체류였던 아홉명은 본국으로 송환되었고, 나머지 여성들에게는 성매매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쳤습니다. 또한, 현재까지도 재판 중인 일부 여성들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 신청된 상태이긴 하지만, ‘소량을 심부름 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6개월 이상의 처벌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서정은: 이 여성들은 사실, 고용되었으니까, 시키는대로 일을 한 것 뿐이잖아요. 이들에게 이런 일을 시킨, 정확히 말하면, 이들을 한국에 데려오고, 또 약을 들여온 사람들은 따로 있을텐데, 잡혔나요?
유현웅: 불법 영업을 한 몇몇 업주들도 현재 기소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험프리 미군 사망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다국적 마약 조직이 잡혔다는 소식입니다. 이들은 외국인 여성만을 고용하는 특정 업소에서 불법 행위를 해왔는데요, 한국이 아닌, 필리핀, 홍콩, 중국 등, 여러 나라 국적의 외국인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홍콩에서 대규모 연예인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비지니스 비자나 연예인 비자로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었습니다. 국내의 연예 기획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서정은: 그럼 잠깐 여기서, 정리를 좀 해 볼께요. 지난 8월에, 평택-오산의 험프리 미군 기지에서 마약에 의한 미군 사망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군 측의 요구로, 9월과 10월, 두달에 걸쳐 이 일대 유흥 업소들을 단속하게 되구요, 마약을 유통시킨 업주들과 종업원들을 체포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 한 특정 업소가, 험프리 미군 사망과 직접 연관이 있다, 이 말씀인데요, 이 업소를 운영하던 외국인들이, 최근 수년간 평택을 비롯한 경기 남부 일대에 마약을 공급해왔고, 더 조사를 해 보니, 홍콩의 유명 연예 기획사 직원들이다, 이렇게 되네요?
유현웅: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연예인들의 피해 사례는 접수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계속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이 기획사는 상당히 큰 규모로, 우리 나라 대형 기획사들을 여럿 합한 만큼의 자본과 매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H.S. 인터네셔날 엔터테인먼트> 라고, 편의상 H.S 라고 부르겠습니다. H.S,즉 홍콩 (H)과 싱가폴 (S) 을 베이스로 한 다국적 기업인데, 아시아에서는 연예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힙니다. 우리 나라 가수들의 해외 공연은 물론이고, 직접 음반 제작에도 나서서, 현재 활동 중인 유명 가수와 아이돌 그룹 등을 배출한, 실제로 황금알을 낳는 연예 기획사 입니다.
서정은: 그런 세계적인 회사가, 우리의 연예인 비자를 악용해 성매매 여성들을 들여왔다, 마약도 함께, 이거죠? 혹시, 이 회사가 마약을 주로 유통하고 있고, 이름만 연예인 기획사 일 수도 있나요?
유현웅: 아직 이 시점에서는, 기획사와 마약상, 둘 중 어느 것이 주력 사업인디는 판단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마약 판매를 위해, 기획사 이름을 이용해 온 것은 확실합니다. H.S. 라는 이름 하나로, 어느 나라로든지 쉽게, 성매매 여성과 마약을 공급했고, 각국의 고위층으로 침투해, 거액의 투자금까지 융통했던 정황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상적인 사업을 하면서, 뒤로는 그걸 이용해 마약을 팔아온 거죠. 어쨌든 그런 큰 회사에서 보증하는 여성들이었기에, 어떤 비자로든지, 또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로든지, 취업하기가 수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K팝의 유행을 타고, 지난 6년간, 이들을 통해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사람은 무려 2500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체류 기간이 끝나고 돌아간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정확히 몇명이 남아있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러시아와 필리핀 국적자가 가장 많았고, 카자흐스탄, 네팔, 베트남도 상당수 입니다. 이들은 모두 유흥업에 종사 한 것으로 추측 됩니다.
서정은: 2500명이면 매년 400명을 데려왔다는 건데, 아무리 유명한 기획사라고 해도, 한 회사에서 들여오기에는 너무 많잖아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나요?
유현웅: 거기에는 또다른 배후가 있습니다. 바로 호텔 사업을 하고 있는 힐 포인트 그룹입니다. 아시다시피 힐 포인트는, 국내에 두군데, 해외에 4개의 리조트를 가지고 있는데요, 자회사로, 외국인 전용 클럽과 관광 호텔 - 역시 외국인만 출입 할 수 있죠, 주로 서울 ,수원, 부산 등 대도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 전용 클럽과 호텔을 하다보니까 외국인 직원이 많이 필요하고, 또 해외 리조트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한국에 들어와 실습을 한다, 뭐 이런 이유로, H.S 에서 보내는 인력들을 직접, 간접적으로 고용하면서, 오랜기간 동업을 해 왔습니다.
여기서 주목 하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그룹이 소유한 네 개의 외국인 전용 관광 호텔 중, 가장 최근에 생긴 네번째 호텔이 바로 이 평택에, 그것도 험프리 미군 기지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서정은: 기가 막힌 우연이네요. 마약 업자가 운영하는 연예 기획사와 오랜 동업 관계인 호텔이, 최근들어 마약 유통이 활발해진 이 평택에, 그것도 미군 기지 바로 앞에 있다… 그렇다면, 아까 처음에 이야기했던, <험프리 미군 사망 사건>과 이 힐 포인트의 네번째 관광 호텔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겁니까?
유현웅: 경찰에 따르면, 당시 휴무를 맞았던 이들은, 부대 앞의 이 호텔 카지노에서 마지막으로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앤더슨 일병은 성매매 여성과 호텔방을 사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약을 투약했을 것으로 추측 되구요, 이후 약 두시간 후에 사망 합니다. 경찰은 이 호텔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여 성매매와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여러가지 불법적인 정황들을 찾아 냈구요, 관련자 6명을 현재 외국인 구치소에 구금 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H.S. 인터네셔날 앤터테인먼트의 직원들로 밝혀지면서, 두 회사의 관련 여부를 집중해서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서정은: 앞뒤가 잘 맞는군요. 다국적 마약 조직인 H.S.에서 직접 이 호텔을 운영 했다면, 외국인 접대부를 고용하고, 마약을 유통하는 그 모든 과정이, 한번에 아주 용이했을 것 같습니다.
유현웅: 바로 그 점 입니다. 이들은 별 부정 없이, 모두 죄를 인정하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한사람이 조사에서 빠졌습니다. H.S. 의 실 소유주인 로이드 린 인데요, 불법 행위에 직접 가담한 증거가 없어, 참고인으로만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경찰에 자진 출두해서, 자신은 해외에서 사업을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한국의 어떤 일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힐 포인트와의 관계도, 고객이 원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알선 해 준 것 뿐이며, 입금 된 돈은 합법적인 커미션이고, 어떠한 불법적인 일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이슈> 팀에서는, 이 수상한 H.S 창업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현재까지도 H.S의 오너로 재직하고 있는 로이드 린은, 아직 젊습니다, 1990년 생이죠. 이 사람은 필리핀에서 호텔 사업을 하는, 중국 화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싱가폴과 태국 등지에서 명문 사립 학교를 나오고,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 합니다. 오랜 유학 시절에 익힌 중국어, 영어, 한국어 등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기반으로 다국적 사업을 시작하는데요, H.S. 인터네셔날 앤터테인먼트 역시, 그가 홍콩에서 대학생일 때 만든 회사라고 합니다.
서정은: 대단하네요,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해서, 순식간에 세계적인 기획사로 성장을 했어요.
유현웅: 예, 그렇죠? 그는 2018년에, 타임지가 선정한 10인의 아시아 청년 사업가로 뽑혀 유명세를 탔는데요, 사실 그 이전부터, 필리핀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모델 활동을 했습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잘생긴 젊은 모델이 운영하는 깨끗한 기획사다, 해외 취업률이 높다더라, 라고 알려지면서, 매년 수천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몰려들었구요, 실제로 라스베가스 쇼 비지니스에서도 명성이 놓다고 합니다. 현재 그곳에서 쇼걸로 활동하는 아시아 여성 댄서들이, 대부분 이 회사를 거쳐 진출했다고 합니다.
서정은: 그러면 정말 사업을 하기는 하고 있네요. 유령 회사는 아니고.
유현웅: 이들은 아시아 7개국에서 지사 형태로 일을 합니다. 바로 이 점이, 로이드 린의 변명이라면 변명이 되는데요, 그는, 자신은 계속 해외에 체류를 하기 때문에, 평택의 호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동업자 관계인 포인트 힐 측에서, 정식으로 사장단을 구성할 때까지만 임시로 관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자기 직속 부하 몇명을 보내 운영을 도와주었을 뿐이다, 라고 증언 했습니다. 성매매와 마약 문제에 관해서는, 성매매가 일상화 되어있는 동남아 지역의 직원들이다 보니, 한국 실정을 잘 몰랐던것 같다며, 이들을 너무 믿어, 백프로 맡겼던 것이 잘못이었다, 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고객들, 주로 미군들이었겠지요, 그들이 원하는 걸 다 제공해서라도 매출을 올리려다보니, 점점 욕심이 과해진 것 으로 보인다, 회사 대표로서, 희생자와 평택 시민들께 사과 드린다, 라는 발언을 한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정은: 역시나, 뭐, 일은 다 아랫 사람들이 다 했다, 나는 몰랐다, 이거죠?
유현웅: 그렇죠. 분명 힐 포인트 그룹을 등에 업고 여러가지 범죄를 저지른 정황은 있는데,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결국, 지난 달, 검경 합동 수사에서도 무혐의로 풀려났습니다.
서정은: 아, 안타깝네요, 처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직접 마약을 팔지는 않았어도, 쉽게 말하면 그 조직의 보스 잖아요? 주 수입원이 기획사인지 마약인지 아직 모르지만, 분명히 불법적인 행동을 했고, 사실 또, 그쪽 일에는, 당연히 여권, 비자 관련한 공문서 위조, 국적 세탁 같은, 다른 범죄들이 얽히지 않습니까? 지금 무혐의를 받으면, 앞으로는 더이상 조사 권한이 없는 건가요?
유현웅: 다른 범죄가 드러나지 않는 한, 우리 쪽에서는 조사권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서류 위조 같은 문제는 우리 나라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홍콩이나 필리핀 측에서 수사를 시작해줘야 하는 상황인거죠.
서정은: 그럼 그 나라들하고 공조해서, 사실 이 사람이 마약상이다, 뭐 이렇게 진행을 하면요? 그쪽에 베이스를 두고 있으니까, 분명 유통망이 있을 거고, 피해자도 나올거구요. 거기서 잡아내면, 오히려 우리보다 처벌 수위가 높지 않습니까?
유현웅: 그 부분에 관련된,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있습니다. 로이드 린이 무혐의로 풀려난 직후에, 저희 <이슈> 팀으로 제보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H.S.의 로이드 린이, 힐 포인트 정한석 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서정은: 친자 확인이요? 힐 포인트와 부자지간이다? 아, 지금까지는 그냥 동업자이고, 중국계 필리핀 사람이라고 알려졌었죠?
유현웅: 그래서, 힐 포이트 리조트와 HS 엔터테인먼트, 그 둘 사이의 숨겨진 관계를, 저희 <이슈>팀에서 단독 취재했습니다.
로이드 린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힐 포인트 그룹 정한석 회장이 필리핀 유학 당시에 낳은 아들이며,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도 다 인정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 회장이 현재 부인과 결혼 하기 훨씬 이전에, 다른 사람과 낳은, 혼외자인거죠. 이들의 인연은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장에 따르면, 정한석 회장이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은 1988년 입니다. 당시 부유층에서 비밀리에 유행하던 조기 유학, 도피성 해외 유학, 뭐 이런거였던 것 같은데요, 이때 이미 정한석 회장의 선친이, 한국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고, 필리핀에서도 중국계 동업자와 함께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당시에 고등학생이던 아들을, 필리핀으로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2년 후, 필리핀에서 대학에 진학하던 그 해에, 정한석 회장의 여자 친구이던 필리핀 여성이, 당시에 나이가 16살이라고 하네요, 출산을 하게 됩니다. 힐 포인트에서는, 현지 동업자인 중국인 부부에게 아이를 부탁하게 되고, 그게 바로 로이드 린 이라는 겁니다.
서정은: 놀랍네요. 90년생이면, 우리가 코피노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그 훨씬 전이잖아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아마 이분이 거의 코피노 1세대가 되겠네요.
유현웅: 그렇습니다. 로이드 린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1세대 코피노로 태어났지만, 친어머니가 돈을 받고 자신을 포기했고, 한국인인 친할아버지의 명령으로 중국계 필리피노로 성장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것으로는 부족함 없이, 오히려 어릴때부터 사업가 훈련을 제대로 받으며 자란 것 같습니다. 겨우 스무살에 다국적 기업의 총수가 된 것도, 사실은 본가인 힐 포인트의 조력이 상당했을거라 추측 되는 부분이죠.
로이드 린의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서, 유전자 검사 신청서와 함께, 그동안 힐 포인트로 부터 받은 자금 지원 내역과 통화 내역, 가족 여행 사진 등을 추가로 제출 했다고 합니다.
서정은: 가족 여행 사진이 있다.. 그정도면 기정 사실이군요. 힐 포인트 측 반응은 어떤가요? 정황을 보면, 입양은 보냈어도 외면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법적으로도 아들이 되는 겁니까?
유현웅: 먼저 비슷한 사례들을 잠깐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들어 코피노들의 소송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도망간 친아버지를 공개 수배하는 사설 서비스나 웹사이트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친자로 확인 되더라도, 이들이 되찾을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제한적 입니다.
실제로 한국 국적 취득 소송은, 작년까지 통틀어 58건이 신청되었지만, 성공 사례는 겨우 4건에 불과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등이 겹쳐 더더욱, 한건도 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소송이 기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친자로 확인 되더라도, 친부 측에서 가족으로 받아준다는 동의를 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국적 취득에 필요한 절차를 시작해 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 집행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아버지 쪽의 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신청에 비해 취득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서정은: 친자인걸 인정하고, 양육비도 줄 수는 있는데, 법적인 가족도 안되고, 국적도 주기 싫다?
유현웅: 예, 그렇죠. 재산 상속 등의 다른 문제들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바로 지난 주에, 로이드 린의 친자 확인 소송 승소와 함께, 한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승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례적으로, 힐 포인트 측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서, 최단기간에 국적을 취득하도록 협조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 입니다 – 필리핀 측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겠죠.
한국에서 더이상의 추가 범죄를 밝히지 못한다 해도, 말씀 하셨다시피 필리핀에서는 마약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아주 큰 범죄 입니다. 만약 현지에서, 공문서 위조라든지, 실제로 국적 세탁 같은 다른 범죄가 행해졌다면, 지금처럼 필리핀 국적으로 살아가기에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서정은: 게다가 아직은, 한국에서 무혐의 상태니까, 뭐라도 나오기 전에 빨리 바꾼다, 이거였군요. 서둘러 친자 확인을 끝내고 국적까지 깨끗히 갈아 치웠다… 그런데 차라리요, 비록 필리핀 정부의 처벌을 피하려고 소송을 하긴 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되면, 아들이니까, 평택 관광 호텔의 실소유주가 로이드 린 이었다는 걸, 역으로 주장할 수 있지 않나요? 사태에 대해서 뭐라도 조금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유현웅: 부자지간으로 확인 되었더라도, 아니면 내일 당장 평택의 호텔에 사장으로 출근을 한다 하더라도, 처벌 할 권한이 없습니다. 혼외자는 도덕적인 문제지, 불법은 아니니까요. 법적으로, 상속권이나 경영권을 승계 받는다는 게 확실해졌을 뿐이지, 여전히 앤더슨 일병의 사망이나 그에 관련된 기타 범죄와의 연관성을 증명 할 증거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담입니다만은, 혹시라도 어떤 불법 행위에 관여하거나 지시했다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도덕적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 나는 정도이지, 주식이나 배당금에는 전혀 강제성이 없습니다. 만약 이런 행위들이,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코피노이기에, 친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힐 포인트의 명령을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다, 뭐 이렇게 주장 한다면, 오히려 동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로이드 린은, 중국인 양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 리조트에서, 코피노 자녀를 둔 싱글맘들을 우선 채용해 왔고, 코피노 어린이를 위한 장학 행사를 수년간 주최했습니다. 아마, 이런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왔던 것 같습니다.
서정은: 돈이 있고, 머리까지 좋은 사람이니, 여러가지로 빠져 나갈 방법을 만들어 놨겠지요. 결론은, 사망자까지 나온 마약 사건에,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처벌 할 수 없고, 게다가 새로 국적까지 취득하게 해주어서, 오히려 살 길을 마련해 주고 있다는 거네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유 피디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열 명의 아시안 청년 사업가. 그의 화려한 비지니스 명함 뒤에는,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갈, 북한산 필로폰이 숨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연예인 비자법을 악용해 성매매 여성과 약을 공급하고, 책임은 모두 직원들에게 떠넘긴 채 혼자 빠져나갔습니다. 그는, 법을 우롱하고, 벌은 피해 가고 있습니다. 그가 벌여온 사업에 누군가는 이용 당했고, 누군가는 부당한 이득을 얻었을 겁니다. 결국 한 젊은이의 목숨을 빼앗았고, 어디엔가 숨겨진 피해자가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평택 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든지,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끝이 여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어디까지가 본인의 죄인지,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는 이 다국적 범죄자의 뒤에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적까지 바꾸어 줄 수 있는, 막강한 한국인 아버지가 있습니다. 1세대 코피노로 태어난 로이드 린은, 삼십년만에 친자 확인을 하고, 불과 며칠 전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축하 할 일인데, 마음이, 그렇게 착하게 움직여 주지가 않습니다. 그는 이번 한국 국적 취득을 통해, 필리핀 측의 처벌 조차 아주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여기에서도, 유전무죄의 원칙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립다 못해 이제는, 대한민국을 혐오하고, 저주한다는 3만 4천명의 코피노들. 그리고 돈에 팔려와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야하는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들, 또한, 알게 모르게 범죄에 희생되는 우리 국민들께, 결국은 또, 한국은 돈이면 다 된다, 라는 메세지를 남기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지금까지, 라디오 시사 탐구 <이슈를 찾아서>의 서정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성명, 상호, 지명 등은 모두 허구 입니다. 혹시라도 같은 이름을 쓰시어 불편하시다면 알려주세요. 시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