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자락. 또 비가 쏟아진다. 답답한 먹구름에 숨이 막힐듯, 성질드런 하늘만 탓하고 있다. 가뜩이나 사람 구경하기 힘든 한여름 시장통에 빗줄기가 굵어진다. 퇴근시간 하나 보고 장사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면 다 꽝이다. 팍팍하다. 상권이 살아나네 어쩌네 해도 상인들 속은 아무도 모른다. 재래시장 잘 된다고 하루 아침에 백화점이 될 수는 없지 않나.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손님이 없고, 날이 좋으면 날이 좋아서 손님이 없다. 평생 번 돈 기부하는 노점 할머니, 삼남매 대학 보낸 분식집 부부… 뉴스에 나와 줄 만큼 기적같은 일이다.
<인덕 주단>
일부러 목 좋은 곳을 등지고 이 깊숙히까지 들어왔다. 평생을 보낸 길음동 상가에 그대로 있었으면 죽을때까지 걱정없었을텐데, 갑자기 넘기느라 권리금도 못받고 땡처리했다. 새 주인은 바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돈방석에 올랐다지만, 막차로 간신히 들어온 이 연신내 자리는 어찌어찌 밥값만 겨우 한다. 역시 돈이라는 놈은, 낯가림이 많다. 아무나 덜컥덜컥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도 죽기전에 쓸 복이 좀 남았었는지, 딱 한 자리, 오랫동안 세가 안 나가 조합에서 창고로 방치하던 이 우중충한 뒷자리를 싸게 건졌다. 시장 끄트머리라 기름 냄새 배일 일 없고, 가게 앞이 한적하니 새 옷들고 나가실 손님, 오토바이 조심할 일 없다. 간간히 맞은 편 노래방에서 술취한 험한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런거라도 없으면 재래시장 맛도 없다.
인덕 주단 할머니가 시침핀을 하나씩 빼내며 빵꾸난 자리마다 촘촘히 바늘을 놀린다. 눌림질이 잘 되어 결이 제대로다. 대충봐도 분명 예쁜 소매선이 나올 것 같다. 도수 높은 안경을 잠시 벗고 멀찌기 소매를 펼쳐본다. 좌우 꼭같은 대칭에, 쭈글한 실수 하나 없이 매끈한 게, 역시 천직이다. 유행이 자꾸 달라지니 감은 많이 떨어져도, 사십년 바느질 내공은 쓸 만 하다. 마무리만 남은 저고리를 내려놓았다. 잔뜩 혹사시킨 목과 팔을 위아래로 움직여본다. 저녁 8시가 지나니 오늘도 한 열시간은 꼬박 그러고 있었나보다.
어둠 가득한 유리문은 이미 한밤중이다. 내일은 비가 그쳐야 하는데… 점심먹고 남은 동치미 국물에 밥 한 숟가락을 말았다. 옷감에 뭐라도 튈까봐, 가게에서 먹는 끼니는 항상 맑은 물김치와 흰밥 뿐이다. 새콤한 깍두기 한조각이 땡기지만 이거면 되었다.
“이모는 인제 저녁을 먹어요? 안 들어가나?”
모퉁이 지나 여성복 파는 송이네가 들어왔다. 젖은 우산을 탈탈 털어 물방울을 쳐낸다.
“일이 좀 남았어. 어째 벌써 닫어?”
“비가 이렇게 오는데 누가 와요? 집에가서 반찬이나 할라고. 다 큰 가시나가 먹을 거 없다고 자꾸 시켜먹어서 안되겠어요.”
“여자 혼자는 배달도 조심하래.”
“그러게요. 티비에서 위험하다던데, 아우, 컸다고 말을 안들어.”
송이네가 앉지도 않고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를 꺼낸다.
“잘 나왔어요? 세장이에요.”
할머니가 종이 봉투를 가져왔다. 반쯤 열어 보여준다.
“이쁘지? 근데 너무 빨리 먹어, 좀 줄여.”
송이네가 웃는다. 붉은 병을 살살 흔들어 본다. 짙게 가라앉았던 밑바닥이 파도 밀리듯 올라오다 다시 흩어진다. 말해도 안들어요… 하는 얼굴이다. 외동딸 송이가 대학 갔다고 시장통에 떡을 돌렸었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학년이다. 취업준비한다고 학원에, 다이어트에… 딸 하나에 온갖 정성이다.
“옆구리가 많이 빠졌대요. 피부는 뭐, 아유, 애가 너무 좋아해. 성형할 돈은 없고, 이거라도 먹고 이뻐져야지. 취직도하고 시집도가고...”
“안그래도 이뻐. 밥이랑 같이 먹으라 그래, 속 버려.”
“오새는 머리감느라 더 써요. 탈모 때문에 내가 조금씩 썼는데, 이 가시나가 머리결 좋아진다고 지는 막 팍팍 쓰네, 머리도 길어가지고...”
수제 식초다. 제철맞은 과일로 그때그때 바꿔주니 주문이 끊이질 않았다. 한동안 성인병에 좋다고 토마토 식초만 찾더니, 요즘은 복숭아, 바나나에 맛들었다. 아가씨들 취향이긴 하다.
“이모, 이거 우리 제대로 해서 팔자니까요? 병만 좀 이쁜 거 해서, 요거 반만한 걸로 갖다가 마개도 좀 코르크 같은 거, 비싸보이는 거 있잖아, 왜? 해서 단골들한테 팔면 대박날거에요. 유기농 식초라 그래요, 여드름, 비듬, 다이어트, 다 좋은데 왜 안 해요?”
“큰일 날려고. 사람 먹는 식초를, 허가도 내야될거고, 아무거에나 유기농이라고 써붙이면 안되지. 그냥 조금씩 아는 사람한테나 팔고, 과자값이나 받으면 되.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 일 해야지, 바빠.”
송이네가 식초를 코치 가방 안에 깊숙히에 집어 넣었다. 딸이 사줬다고 매일 들고 다닌다.
“그럼 내가 팔게 물건만 넘겨요. 열병에 두병 공짜 어때요? 우리 단골 많아서 꽤 될건데?”
할머니가 웃는다. 솔깃하지만, 알다시피 돈이란 건, 따르고 싶은 주인만 따른다. 칠십 평생, 돈이 따라 오는 적은 없더라... 벌컥… 뒤집어질 듯 유리문이 열린다. 비 냄새와 함께 들어 온 시커먼 남자가 비틀거린다.
“어? 아줌마 왔네? 아니, 누님! 아니, 아니, 누나! 송이 패션 누나! 식초 사러 왔나? 아예 짝으로 사서 마셔, 영초잖아, 영초! 몸에 좋은 영! 초!”
홀딱 젖은 몸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벌써 이만치 가게 바닥에 퍼진다. 흰자위까지 벌건 꼴이 또 부어라 마셔라 했다.
“영환이 왔어? 비온다고 엄마 모시러 왔구나?”
“모시긴? 흐흐, 우리집이요, 택시가 안가요. 저런 산꼭대기 닭장집을 누가 가? 거기가 턴이 안되서 뒤로 빽해서 나와야 되요, 누가 꼴랑 삼천원 더 받자고 거길 가나? 그래서 나는, 요 큰길에서 내려서 걸어요.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그래, 너는 내려라, 나는 맞는다!”
할머니가 밥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다시 안경을 걸쳤다. 저고리를 펼치는 표정이 좋지않다. 힐끔 눈치보던 송이네가 우산을 펼쳤다.
“어떻게 맨 정신일 때가 없어? 엄마 고생하시는데 그만 마셔.”
“아하, 누님, 걱정 말어요! 제가요, 내일부터 술 딱 끊을라고 오늘만 마셨어요. 진짜 내일은! 울 엄마 등에 업고 집으로 모신다! 택시 대신 내 등짝으로, 응? 알죠? 하, 아들이잖아, 그러니까 송이도, 누님한테 잘 하라그래. 비싼 식초 처먹는데, 잘 해야지. 아니면 돈 버리지 말고 그냥 마트가서 투 포 원, 싼거 사! 저 돈이 다 누구 뱃속에 들어가는지 알기나 하고 그러나? ”
“에이구, 참, 어떤게 술주정이고 어떤게 진심인지… 하도 들으니까 주정도 진짜 같애. 이모, 저 가요.”
대답도, 눈 인사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밀고 나선다. 쏴아아…. 사정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우산이 버겁다. 흔한 일이다. 매일 저녁, 매일 새벽… 바느질하는 어머니와 술 취한 아들. 그래도 오늘은 비 때문에 좀 일찍 왔구나. 못난 놈. 나이 마흔이 코앞인데 저러고 산다. 영환이 젖은 옷을 벗으려 애쓴다. 고급진 일이 아니라 양복 입을 일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충 주워 걸어놨다가, 아침에 고대로 걸치면 된다. 현장에서는 작업복이 따로 있고, 이미 알콜중독이라고 소문 다 났으니 창피 할 것도 없다.
“엄마, 나 보면 꼭 일하는 척 하지? 잠깐 놔두고, 나랑 얘기 좀 해.”
한복집이다. 사방에 널린 게 천조각이니 아무거나 끄집어 땡겨 얼굴을 닦는다. 못마땅하지만 참는다. 배시시 웃으며 기어 올라 꼭 무릎을 베고 눕는다.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오늘은 얼마나 하려나? 십분? 길면 십오분?
“오늘요, 누가 또 여자를 소개시킨다잖아요? 온 지 얼마 안된 애가, 나보다 어리니까 애지, 근데 그 자식이, 지 처제를 소개 시켜준다고… 근데 갑자기, 법대 나왔다면서 왜 이런걸 하냐고 묻네? 하, 참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요, 그죠?”
대답없이 바늘만 바쁘게 돌린다. 곧 잠이 들거다.
“사생활이라는 게 있지않냐구요? 내가 지금은 땅이나 파고 있지만, 그래도 인서울 그 힘든 대학공부 다 하고, 때려쳤지만 대학원도 다녔었고.. 그 잘난 대기업도, 짤리기 전까지 잘 나갔는데… 엄마, 나 대학원 다시 갈까?”
늘 고요히, 바짝 마른 강바닥처럼 다 죽어 없는 척, 감정 한번 드러내지 않고 괜찮은 척 해왔었지만, 습관이 된 한숨은 숨기지 못했다. 아무렇게나 누웠던 아들도 느꼈을까, 잠시 말을 멈추었다. 곧 이어지는, 술기운 싹 사라진 건조한 목소리.
“아냐, 아냐, 그냥 술 먹어서 해 본 소리야. 다 잊었어요. 이것도 할만해. 스트레스 팍팍 풀리고… 다다다다 시맨트 깨지는거 보면 기분 좋아.”
싸늘한지 이불보를 가슴까지 끌어 당긴다. 작업대 옆에 접어 놓은 담요를 끌어다 덮어주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아직도 많이 젖었다.
“그래서, 내가 그 놈한테, 그랬어. 하나도 안 꿀리게, 힘 빡주고… 나보다 더 잘나가던 누나가 어느날 이상한데 가서, 그 빚을 내가 갚고 있다, 신용불량이라 취직도 안되고, 땅 파서 버는 족족, 얼굴도 모르는 어떤 새끼 똥구멍으로 처박고 있다, 그러니까 소개팅은 사양한다, 8년 사귄 여친도 떠났는데, 이 꼬라지를 누가 좋아하겠냐…”
영환이 담요를 감고 모로 돌아 눕는다. 어려서부터 옆으로 누워 잔다. 이제 좀 잠이 오나 보다. 얼른 자라, 자고나서 또 내일을 살자..
“그 기집애 또 왔었지? 요새 하고 있는 저거, 다 거기 거죠? 왜 아직도 저렇게 멍청한 것들이 많은거야...”
반복. 무한 반복해 온 이야기. 아무 흥분도, 감흥도 없는, 일상이 되어버린 재미없는 이야기. 그래, 어디서들 그렇게 잘 낚는지, 끊임없이 새 식구가 들어온다. 적금, 전세금, 신용카드에 대출까지 얹어서 싸들고 오면, 제일 먼저 들리는 데가 한복집이다. 속세에서의 의복은 다 태우고, 맑은 령으로 기도 드린다며 한복을 맞춘다. 이불과 베게도 한번에 열개, 스무개씩 산다. 한명이 카드로 왕창 긁고 나면, 우르르 다음 가게로 몰려간다. 혹시라도 누구하나 제정신이 들까봐, 그들은 항상, 여럿이 움직인다.
음식을 준비한다며 쌀을 한 트럭씩 산다. 찬거리용 야채, 건어물도 박스째 들여간다. 상인들 말로는, 배추나 무우는 정기적으로 몇 박스씩 주문한다며, 합숙하는 인원이 많을 거라고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잘 쓰지않는 싸구려 비누와 칫솔치약 외에는, 어떤 것도 사지 않는다. 샴푸, 린스, 로션 사는 것도 못 봤다. 카드 한도액이 넘을 때 까지, 연체 될 때 까지, 아니면 뒤늦게 눈치 챈 누군가가 정지 시킬 때 까지, 그들의 구매는 계속되고, 고스란히 가족들의 빚으로 남는다.
“누나라는 게, 그 잘난 유학까지 갔다온 게...”
영환이 중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손목에 찌릿한 통증이 온다. 쥐었다 풀었다 잼잼을 해본다. 바짝 말라 부러지는 손톱, 지문도 문드러진 엄지검지, 겹겹이 올라온 굳은 살에 손가락도 손등도, 무척 두툼해졌다. 왠만큼 찔려서는 아프지도 않다. 이제는 바늘에 찔린다기보다는, 그저 손이 긁혀 헤지는 정도다. 상처를 감싸며 솟던 새 살은 세월 속에 방패가 되고 갑옷이 되었다. 다친만큼 피흘리던 몸도 마음도, 이젠 감각을 잃었다. 어떻게 이러고 사느냐고 아들이 흐느껴도, 가죽이 두꺼워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했다. 찔러도 통증없이 둔하다. 살을 베어도 베인 줄 모르고, 코를 잘라도 잘라진 것 같지 않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도, 죽지 않고 이렇게 산다. 상처 받을 속살이 남았다면 꼭꼭 숨겨라. 세월만큼 두꺼워진 껍데기 아래에서, 죽은 척, 아프지 마라.
그들 말고는 손님 기대하기 어려운 외진 한복집. 아들은 몇번이나 그만 하자고 했다. 그들이 없는 곳으로, 누나라는 그 여자가 없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작업대에 걸어놓은 한복을 바라본다. 이것만 해주고, 한달만 더 해주고, 올해는 해주고… 그러다 오늘까지 왔다. 수백벌, 수천벌을 만들었어도 늘 사죄하며, 이제 제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땀한땀 정성을 쏟았다. 이만큼했으면 놓아 주겠지, 조금 지나면 보내주겠지… 아침일찍 찾아 갈 물건들이다. 귀한 집 자식들이 또 우르르 엮었다. 호기심 많은 순진한 얼굴로, 동아줄 찾은 어린 애처럼 감사하며 기도하겠지. 다 해결될거라 믿으며 스스로를 대견해 할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은이처럼.. 그렇게 될거다.
강남의 내노라하는 어학원 강사였던 딸 영은이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치정에 얽힌 큰 범죄일거라고 했다. 워낙 따르는 남학생이 많았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친하던 몇몇은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실종, 인신매매, 살인… 남은 흔적이라고는 기적처럼 찾은 지하철CCTV - 종로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눈이 빠지게 뒤졌지만, 어디서 내렸는지는 찾지 못했다. 누굴 만나러, 어디로 갔을까… 곧이어 날아들기 시작한 카드 명세서, 들은 적 없던 대출금, 제 3금융권이라며 불쑥불쑥 쳐들어 오는 사람들... 억대 연봉을 받던 아이라 은행에서 내어준 금액도 엄청났다. 다단계? 사기? 절대 도박은 아니라 믿었다. 그럴 시간도 없던 애였다. 카드 쓴 곳을 확인해봐도 전국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었고, 유령 업체도 많았다. 연체 금액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일곱개의 카드가 모두 정지되었다. 명세서 대신, 채권자들의 독촉장이 우편함을 채웠다. 그래도 그렇게 고지서라도 날아들면, 아직은 살아있을거라는 믿음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쏟아지던 고지서가 잠잠해졌다. 한도액이 넘고 연체가 시작되면서 더이상 쓸 수 없어진 것 같다. 경찰은 ‘경제 활동이 끊겼다’ 며 생존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에서조차, 차라리 빚을 갚지 말고 신용 불량으로 만들고, 은행에서 대출 사기로 신고를 하면 수배를 해서 찾는게 빠를거라고 했다. 그럴 수 없었다. 실종 전단을 뿌리며 발품을 팔았다. 어디선가 젊은 여자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올때마다 기절할 듯 놀랐다. 우리 애는 아니다, 살아있다… 그럼에도 협박 등의 범죄 증거가 없기에, 여전히 단순 가출이었고, 그렇게 살아있기만을 바라던 어느 날, 영환이 앞에 나타났다. 깡말라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출근하던 영환이를 납치했다. 함께 온 건장한 남자 셋을 이겨내지 못하고 승용차로 끌려간 아이는, 어깨에 천귀가 앉았다며 손발이 묶여 매일 밤 기도에 끌려갔고, 계속되는 금식과 잠을 안재우는 탓에 기력을 잃어갔다. 물도 못삼키고 다 토해내는 지경에 이르자 처음으로 동네 입구의 약국으로 데려갔는데, 평범치 않은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한 약사가 몰래 경찰을 불러주어 겨우 구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그래도 동생이라고 직접 약국에 데려가 일부러 놔준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영환이는 치를 떨었다.
돌아온 아들이 전하는 영은이 이야기는 믿기가 어려웠다. 언젠가 경찰이 어렵사리 이야기 꺼낸 적 있던 종교 문제였다. 그것만은 아닐거라 흘려버렸던, 바로 그 사이비였다. 주로 영은이가 사라진 종로 주변에서 포교를 하고, 3호선이 지나는 연신내의 한 창고 건물에서 합숙한다... 영은이가 사라진 것과 딱 일치했다. 영은이는 여자들과 윗층에, 남자들은 지하층을 쓴다. 매일 저녁 7시면 바깥으로 통하는 모든 문이 자물쇠로 잠기고, 1층 본당에 모여 자정까지 기도를 한다. 한명씩 앞에 나와 반성하고, 조언하고, 비난하고, 축하하고… 서로 울고 웃고 격려한다. 어쩌다 누가 새로 들어오면, 그 날만은 비판이나 교육없이, 명절처럼 하하호호 잔치를 벌인다. 학과 앰티라도 온 것 처럼 게임을 하고, 음악을 틀고, 통닭을 시킨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친구를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는 음식을 준다. 함께 있어야 생존한다…
영은이는 이미 ‘선우’라는 직책으로 불리우고 있었고, 밑으로 십여명의 ‘인덕’을 두고 있는 중간 관리자라고 했다. 본명은 감추고, 김 인덕, 정 인덕, 강 인덕… 으로 불리운다. 이들은 직장에서의 사수나 팀장같은 역할을 하는데, 새벽 기도를 마치면 1대 1로 신입들을 데리고 선교를 나간다. 개인 소유가 하나도 없으니, 종일 발로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꼬득인다.
“성령님, 안녕하세요, 저, 김. 인. 덕. 입니다. 몸은 좀 나으셨나 해서 왔습니다.”
간신히 탈출해 집에 오긴 했지만, 매일 같은 시간, 오후 한시 반에 그들이 찾아왔다. 여자 둘 남자 둘로 팀을 이루어,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시간에 초인종을 눌렀다. 연신내에서 출발해 걸어서 길음동에 도착하는 시간인 것 같다. 쥐죽은 듯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문앞에서 딱 삼십분을 머물다 돌아간다. 다시 걸어서 연신내까지 돌아가야 할테니, 5분 10분의 오차도 없이 재깍재깍 시한 폭탄처럼, 태엽 인형처럼 움직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엿들으려 해봤지만, 네 명 모두 똑바로 자세로 서서 문만 바라보고 있다. 꼭 다문 입술과 냉기 서린 눈동자에 아무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같은 시간에 사라지는, 스산한 방문이 계속되었다.
“성령님, 안녕하세요, 저, 김. 인. 덕. 입니다. 몸은 좀 나으셨나 해서 왔습니다.”
토시 하나 틀리지않고 똑같은 글자, 말투, 속도, 톤… 영혼 없는, 정말로 영혼을 다 빨아먹혀버렸을 저 남자의 진짜 이름은 뭘까. 고향은 어디고, 가족은 어디 있을까. 영은이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그래도 얼굴은 매일 보겠구나… 영환이는 몸을 추스르자마자 운동을 핑계로 집을 비웠다. 전화벨도, 그들의 목소리도 듣기 싫어했다. 일부러 늦은 아침에 나가 저녁까지 이리저리 뒷골목으로 숨어 다녔다. 날씨 상관없이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처음 전화기와 소지품을 빼앗겼을 때, 당사자는 물론, 친구와 친척들 연락처까지 다 알아냈을거라고 했다. 저들이 먼저 놓아주지 않는 한, 어디로 도망가도 찾아 올 거라며 두려워했다.
“죽었다 깨도 7시까지는 돌아가야 저녁을 먹어요. 통금이나 마찬가지에요. 늦으면 굶으니까. 작업이 좀 먹히는거 같으면, 핸드폰이 없다고 잠깐 빌려달라고 해요. 근처에 있는 선우한테 전화해서 늦는다고 보고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빨리 와달라는 이야기에요. 선우라는 애들은, 말빨이 달라. 달라붙으면 반은 넘어가나봐요. 거기다가 핸드폰에 그 사람 전화번호가 남으니까, 그날은 그냥 보내주더라 나중에 계속 연락하는거지.”
영은이는 아마, 말 잘하고, 예쁘고, 많이 배운… 사람 끌어들이는 데 딱 적합한, 최고의 미끼였을거다.
“근데 왜 그렇게 바짝 말랐대? 밥을 적게 주나?”
“하루 두끼 먹어요. 밥 요만큼하고 나물 하나, 김치 밖에 없어. 배고프니까 선교 나가서 누구하나 꼬실려고 그렇게 열심하는 거에요. 어깨에 억울하게 죽은 조상이 앉아있다나? 죽은 사람 중에 안 억울한 사람 있나? 주위에 한두명씩은 다 죽잖아?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 아무한테나 던지는 건데, 그게 어떤때는, 멀쩡하던 애들도 갑자기 정신이 확 나가요.”
영은이도 그랬겠지. 억울하게 죽은 조상… 그렇게 다 털리고, 그래서 또 다른 사람을 털고…
“ 어디가서 밥부터 먹자면서, 지들은 수련하느라 돈이 없대요. 그러면서, 컵라면이나 캔커피라도 사달라 그래서 어디 앉아서 선우 올 시간을 버는 거에요. 윗 사람이 오면 절대 못 벗어나. 민족 정기를 잇는 모임이고, 돌아가신 분께 보은재를 지낸다. 채식으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수련원이다. 그렇게 하다 넘어가는 거지.”
“서울 한복판에 있는데, 경찰은 왜 못 찾을까? 가출 신고도 다 되있는데, 검문이 없어져서 그러나?”
제일 먼저, 신분증을 뺏는다고 했다. 다 내어주고, 동전 하나, 교통 카드 하나 없는 빈털털이 들이다. 이름을 물어도 그들은 모두 ‘인덕’이고 ‘성령’이다. 주민번호를 물어도 사람의 령은 숫자로 표기 될 수 없다고 거부한다...
“성령님, 안녕하세요, 저, 김. 인. 덕. 입니다. 몸은 좀 나으셨나 해서 왔습니다…”
어김없이 같은 시간, 그들이 찾아왔다. 외출한 아들 모르게, 이야기 좀 하자고 집안으로 들였다. 두 시간을 마주앉아 이야기 했지만, 단 한마디도, 영은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남자는 그저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성령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천귀가 떨어지지 않으니, 보은재를 올려야 합니다… 천귀… 한창때 죽은 남편이라 했다.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그렇지, 어떻게 지 아버지 귀신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오라고 가르쳐요? 당신들도 부모님 있잖아요?”
“저는 큰 성령님을 모십니다. 그분이 제게 붙었던 천귀를 모두 없애주셔서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수련할 수 있습니다. 여기있는 우리들 모두, 성령님과 어머님도, 큰 성령님처럼 모든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 집에도 억울한 조상들의 천귀가 가득해 자손들에게 해가 갑니다.”
잘 듣고 외운 모범 답안. 그나마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나머지 세사람.
“해는 당신들이 끼치고 있잖아요. 영은이도 그렇게 꼬셨죠? 얼마나 세뇌를 시켰으면, 그 똑똑한 애가 그런 걸 다 믿을까?”
김. 인. 덕. 이 입을 다물었다. 통달한듯, 무심한듯, 속을 들여다보는 불쾌한 미소가 싫다. 줄줄이 앉은 네 사람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과일과 커피는 벌써 다 먹어버렸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헐뜯어서는 건지는게 없겠다 싶었다.
“나는, 내 자식이 보고 싶어요. 건강히 잘 있는지 봐야되요. 어디 사는지는 알았으니까,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어떻게 해야 되요? 잠깐만 내보내 줄 수 있죠?”
“저희는 누구를 들여오고 내보내고 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의사로 결정합니다.”
“도망나온 우리 아들은 다시 데려가려고, 이렇게 매일 찾아오잖아요? 이건 뭔데요? 큰애는, 속았든 어쨌든, 지가 걸어들어갔다고 쳐도, 둘째는 당신들이 억지로 잡아끌고 갔어요. 더이상 찾아오는 것도 협박이에요, 이러면 안되죠.”
“성령님은 보은재를 마무리 하셔야 합니다. 그냥 놔두면 천귀가..”
“지 아버지라면서요, 놔둬요, 지 자식 어떻게 할 사람 아니에요. 당신들이나 귀신짓 그만 하고, 부모한테 살아있다고 안부 전화나 한통 해요.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아요?”
김. 인. 덕. 이 지긋이 바라본다. 저 나이에 절대 정상이지 않은 느릿한 말투와 몸짓. 마치 부처님 옆자리를 차지한 보살처럼, 너를 다 알고 있다… 하는 얼굴…
“정말 안부 전화 한통이면 되시겠습니까?”
저 눈… 정 없는, 뜻 없는, 생기없는 저 눈이 사람 미치게 한다. 전화 한통이면 되냐고? 영은이가 전화만 한통 해주면 다 되는 거였나? 아니다, 전화 한통으로 바뀌는 건 없다. 아이가 돌아와야하고, 옆에 있어야 한다…
“도데체 어떻게 해야 내 딸을 볼 수 있어요? 내가 거길 들어가면 되요? 우리 아들말고, 날 데려가요. 지금 같이 갑시다.”
김인덕이 일어섰다. 훈련받은 것처럼 한번에 빠르게,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났다.
“성령님께 전해주십시오. 언제든지 돌아오시라고, 저희는 항상 기다린다고요.”
“아니요, 우리 애 안가요. 그러니까 더이상 여기 오지 말아요. 그리고, 영은이 돈 다 쓰고 없으니까, 누구돈이라도 더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필요한거, 내가 다 해줄테니까, 영은이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처음으로, 아주 잠깐, 김.인.덕.의 얼굴이 밝아졌다. 금새 무표정으로 바뀌더니, 전화 한통만 쓰자고 했다. 재빨리 헨드폰을 내주었다. 영은이보다 높은 누군가에게 거는 것 같았다. 이후의 모든 일은, 그들의 지시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엄마가 잘못 한거야, 그때 그냥 죽은 셈 쳤어야지…”
영환가 잠결에 중얼거린다. 무릎에 얹은 머리를 조심조심 베게로 옮겨 뉘였다. 아들… 어쩌면 제일 큰 피해를 입은 게 아들이다. 회사, 학교, 가족이 전부 산산조각났다. 상대집의 반대로 진행 중이던 결혼마저 깨졌고, 갚을 수 없는 빚만 떠안았다. 이해 못하겠다고, 혼자라도 떠난다고 난리를 치더니, 그래도 엄마라고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같이 무너지고 있다. 작지만 방 세칸 빌라를 정리하고 새로 이사 한 곳은, 언제 무너질까 걱정뿐인 다세대 쪽방 하나다. 여덟 집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쓴다. 남은 살림살이와 사계절 옷가지를 쌓아놓고, 잠은 늘 가게에서 잔다. 아들은, 정상적인 취업은 꿈도 못 꾸고, 그날그날 되는대로 시장에서 지게도 지고, 공사판에서 돌도 깬다. 누나 때문에, 어미 때문에, 대기업에서 비서하던 놈이 흙먼지를 파먹고 산다.
잠시 잠들었을까. 맑게 개인 아침을 맞았다. 일찌감치 일 나갔을 아들 소리도 듣지 못했다. 곧 그들이 올거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선교를 떠나면, 숙소에 남는 몇몇이 물건을 찾으러 나온다. 커다란 종이 가방을 꺼내 하나씩 이름을 확인한다. 이연주, 오정은, 강희선… 각자 색깔있는 한복과 흰 치마저고리 한벌씩. 화려한건 행사 용이고, 흰옷은 보은재 때 입는다. 도사 다 되었다. 씁쓸하다. 정은영과 정혜영은 자매라고 했다. 둘이 똑같이 청포도색 고름을 주문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좋아하던 색이란다. 철없는 것들, 하늘에서 네 어미 속이 찢어지고 있을거다. 속는 너희가 무슨 죄겠냐 하겠지만, 글쎄다, 이만큼 되고 보니 속이는 놈도, 속는 너도, 똑같다… 유리문이 열린다.
“안녕하세요? 박인덕입니다, 다 되었죠?”
그놈의 인덕 타령. 지겹지만 억지로 웃어 보인다.
“어서와요, 비 많이 쏟아졌는데 별일 없지요?”
“저희는 걱정 없습니다. 밖에 사시는 분들이 위험하시죠.”
가방 다섯개를 받아들고도 열어보지 않는다. 성복이라 부정타면 안된다. 조금 떨어져서 여자 하나가 들어온다. 맨 얼굴에 부시시한 단발, 바닥에 깔린 눈… 여전히 인사 말 한번 건네지 않는다.
“영초 판 돈이랑, 지난 달 옷 값 들어온거 다 넣을께요. 오늘은 한번에 다섯명이라 너무 바빴어. 새벽까지 바느질하느라고 미리 챙겨놓지를 못했네, 잠깐만요… 이달 꺼 들어오면 바로 연락 할께요. 다행히 영초가 잘 팔려, 여름이라 그런가..”
한마디라도 답을 들을까해서 일부러 길게 말을 이어보지만, 여자는 여전히 침묵이다. 돈봉투를 건넨다. 이상한 거래… 새 사람이 들어와서 카드로 계산을 하면, 다음달 카드사에서 들어오는 금액을 찾아 고스란히 저들에게 돌려준다. 치성이다, 정성이다, 설득했다. 힘들게 벌어 끝도없이 쏟아붓는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영은이가 돌아온다면, 아니, 가끔 한번씩 살아있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안심인거다.
“잠 열심히세요. 큰 성령님께서도 말씀 전하십니다. 그럼 이만…”
박인덕이 꾸뻑하고 뒤돌아 나갔다. 여자는 돈 봉투를 낡은 가방에 넣고, 실밥 다 뜯긴 낡은 스카프로 가린다. 참 오래 된 가방이다. 제대로 잠기는 걸 본 적이 없다. 한지에 싼 조각보 두개를 내밀었다.
“가져가. 하나는 위에 드리라고 두개 만들었어.”
여자가 잠시 망설인다. 어쩐일로, 이번에는 받을 마음이 있는가 보다. 이때다.
“가방 사줘도 안 쓸거잖아. 돈 넣고 다니는데 흘리면 큰일나니까, 이걸로 잘 싸서 넣어.”
멀뚱이 서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조각보를 쑤셔 넣었다. 별 대응없는 걸 보니, 거절할 생각은 아니구나... 다행이다. 가서 뭐에다 쓰든, 일단은 받아가라…
“밥 잘 먹어. 아직은 동생 돈으로 메꿀만 하니까 걱정말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휑하니 나가버렸다. 유리문 밖까지 몇 걸음 따라 나서지만, 여자를 부르지 않는다. 뭐라고 해야 할지, 참 이상하다. 저들처럼 ‘선우님’ 이라고 해야 하는지, 전처럼 ‘영은아’ 해야 하는지... 언제나처럼 뛰다시피 사라지는 뒷모습을 눈으로만 뒤따른다. 내 걸음으로는 십오분, 저렇게 뛰다시피하는 빠른 걸음으로는 딱 오분 거리. 쓰레기 하치장 옆 골목의 시커먼 철문 <큰 성령 기도회>. 절대 한눈 파는 일 없이 곧장 뛰어 들어갈 거다. 괜찮다. 그래도 요즘은 죽일듯이 달려들지는 않는다. 이년만에 처음 만나던 날, 아버지가 엄마 때문에 죽었다며 악을 썼었다. 동생 살리느라 자기가 기도회에 들어왔다고 핏대 터지게 쏟아내던 저주, 악의 길로 가던 자기를 구해줬다는 보은재...
“미친거야, 미쳐서 저래. 저거 없는 셈 치자고!”
펄펄 뛰던 아들 모습이 생각난다. 부들부들 떨며 입을 틀어막고 앉아 엉엉 울기만 했었다.
“어디 못 가지. 하루라도 저 기도회 건물을 못 보면, 이젠 내가 못 살겠는데 어딜 가나. 머리는 아닌데 가슴이 자꾸 우기니, 어쩌겠어... 영은이가 제발로 걸어 나올때 까지는...”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 고개를 숙여야 간신히 울 수 있다고 했다. 그걸 다 짜내고 나야, 단단한 새 살이 자란다. 꽁꽁 숨어 아프지 않다. 방패가 되고 갑옷이 되어, 아무리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다. 슬퍼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오늘도 그렇게, 한복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