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아있는 네 계정, 네 사진, 네 비디오.. 왜 연락 한번 안 했을까? 왜 만나자고 말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바쁘지도 않았는데, 바이러스는 핑계였을 뿐, 사실 카톡으로도 충분히 웃어줄 수 있었는데..
감히 소리를 켜지 못하고 화면만 봤어.
너만의 목소리, 숨소리, 웃음 소리... 들으면 눈물이 날까봐, 그냥 바라만 봤어. 유튜브에 남은 네개의 영상, 추모글이 끊긴 SNS, 네 이름만 쏙 빠진 네 회사... 클릭하지 못하고 눈으로만 훑어보는데도, 심장이 벌써 알고 울고 있더라.
가기전 며칠을 내 꿈에 찾아들던 너.
인사였겠지? 신들릴 정도는 아니어도 꽤나 예민한 나에게, 감이, 촉이, 느낌이 좋은 나에게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를 보냈던거겠지. 너는, 감지하고 있었을까 갑작스런 죽음을..?
그때를 기억하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러지고 끝나는 건지, 이렇게 가는구나 서서히 멈추는지, 영화에서처럼 시야가 흐려지고 몽롱해지면서 엄마, 아빠,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는지.. 알아, 나까지 떠올릴 틈은 없었을거야.
아팠을까 ... 아니었길 바래.
고통없이 죽는게 큰 바램이 되었어. 내 일로 와닿으면서, 언젠가 당연히 겪을거다 받아들이면서, 죽음 자체보다 그 순간의 고통이 더 두려워졌어. 내게 마지막이 될 가장 큰 위로는, 편안히 가셨습니다...였으면 좋겠어.
너 때문에 어떤 것들이 참 많이 특별해졌어.
2주 빠른 네 생일, 다커서 휘젓고 다니던 놀이터, 밤새우던 만화 영화, 둘이 클럽 갔다 늦게 들어와 혼나던 거... 먼저 결혼하는 나에게 보내준 축하 문자와 처음 만난 우리 첫째 번쩍 안아 태워주던 비행기..
만난 날, 함께 한 날, 떠나 보낸 날...
365일 너만 생각하지는 않아도, 네가 타던 차, 네가 피우던 담배, 네가 좋아하던 가수를 기억해. 한국어 겨우 한두마디 따라하면서 엄청 뻐기던 유치함도, 다른 남자 전화를 커트해주던 엉뚱함도.. 전부 다 기억해. 인사도 없이 가야했던 그날도 계속 생각날거야.
여지껏 다 잘못 알고 있었어.
떠나는 슬픔이 아니라 다시 볼 수 없는 아픔이었어. 죽으니까 슬픈 줄 알았지. 그래서 우나보다 했고, 그러니까 시간처럼 다 지나가버리면, 저절로 흐려질 줄 알았어. 그런데 네가 없다는 사실은, 살아가는 매일매일마다 점점 더 진하게 떠올라. 우리는, 나는... 그래서 우는 거였어.
널 거절했던 철없던 나... 용서했니?
설레임만 주고 미련없이 사라진 나를, 연락도 없던 나를 미워했을까? 그리웠다면, 짜증났다면... 그래도 가끔 내 생각을 했다면, 이젠 네가 이긴거야. 너 없이 나는 여전히, 꾸준히... 여기 남아 너를 추억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