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16화 끝 5

마지막 회

by 신소운

16.5.1 서계동



왔던 길을 되돌아 뛴다. 멀지않은 곳에 진우의 SUV가 보인다. 몇 걸음 앞에서 멈춰서서 큰 그림을 본다. 활짝 올라가있는 트렁크 문 아래에 쓰러져 있는 진우, 차 안팎으로 튄 혈흔을 추적한다. 각도, 방향... 박 형사의 말을 떠올린다.

/... 넘어진 각도, 피 튀겨나간 방향, 총알 들어온 쪽 잘 계산해서 거꾸로 따라가봐. 그 놈이 있을거야.../

뒷문 유리가 다 부서져 길을 덮었다. 그렇다면 같은 높이가 아닌 최소 30도 이상 위쪽 - 2층 이상? 혈흔의 방향은 정중앙.. 일직선, 사정거리는..?? 사제총이니까 조금 적게 잡고, 권총은 2-30미터, 엽총은 3-40미터..


"진우야!"

뒤따라온 석호가 진우에게 달려간다.

"앞쪽으로 옮기세요. 뒤에 두 집 중 하나에요."

석호를 도와 진우를 옮긴다. 총을 손에 쥐고 차 뒤에 숨어, 두 건물을 살핀다. 둘 다 벽돌집이라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범해보이는 베란다에 잘 펴진 빨래와 아이 보행기가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다..


석호가 119를 부르는 동안, 시환이 무전을 친다.

"강진우 다발성 외상 보입니다. 산탄인 것 같습니다. 현재 위치 서계동 보암로길 25. 사람이 거주하는 다세대 건물로 보입니다. 추가 인명 피해가 생길 위험..."

타당....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번째 총성이 울린다. 차 뒤로 바짝 몸을 숨긴다. 바로 옆의 길바닥을 치고 튕겨 나간다. 피시식... 일자로 불꽃이 피었다 사라진다.


"실탄을 바꿨습니다. 산탄이 아니라 예광탄입니다. 차를 목표로 하는 것 같습니다. 연료통이나 가스관에 맞으면 화재 위험 있습니다."

"총기는?"

"단발격발인 걸로 보아 아직 엽총일겁니다. 총격 후 재장전하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가 만든거라 그렇겠지... 개새끼.. 예광탄도 만드나?


"현장 도착했습니다. 진입 할까요?"

정환이 끼어든다. 골목 어귀에 모습이 보인다. 손짓을 한다.

"정확한 위치는?"

시환이 예광탄이 파고 지난 흔적을 눈으로 따라간다. 각도가 나온다. 오른쪽 집이다.

"차 트렁크에서 두시 방향, 어두운 벽돌색 집 입니다. 몇층인지는 아직.."


타당...

총소리가 나자마자 시환이 고개를 불쑥 내밀고 건물을 본다. 석호가 소리친다.

"미쳤어?"

시환이 담담하게 무전기에 답한다.

"2층에서 3층 올라가는 계단 2/3 지점입니다. 총구 확인했습니다. 파이프 재질의 장총입니다."


석호가 자신의 헬멧을 벗어준다.

"류시환, 제 정신이야? 그걸 내다 보고 있어, 헬멧도 없이?"

"죄송합니다, 급하게 오느라고.. 감사합니다. 진입 준비됬습니다. 1조 들어갑니다."

석호 헬멧을 받아 쓰고 정환과 눈을 맞춘다. 놈이 재장전 하느라 잠시 몸을 숨긴 동안, 건물 앞으로 뛴다. 박형사와 조 팀장이 재빨리 석호 옆으로 옮겨온다.


입구에 붙어서서 시환이 속삭인다.

"예광탄을 연속해서 쐈으니, 지금쯤 총구가 많이 뜨거울거에요. 장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조준할때 흔들릴 수 있어요. 제가 먼저 접근해서 총격을 유도하겠습니다. 마무리는 선배가 해주세요."

"총격을 유도하다니, 거기 서서 총을 맞겠다고?"

"저도 공포탄을 쏘겠습니다. 근거리라 제대로 맞으면 한번에 끝날 수도 있구요."


"야.. 다 니들 교과서처럼 되면 얼마나 좋겠냐. 택도 없는 소리 하지말고 비켜. 시간을 벌어줄 테니까, 네가 뒤에서 제대로 조준하고 쏴."

"안돼요. 선배 곧 둘째 낳잖아요."

"내가 낳냐, 마누라가 낳지.."

정환이 문으로 들어선다.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고 구급차가 들어온다.


"젠장, 벌써 들어오네... 안돼는데...?"

급해진 정환이 혼자 뛴다.

"선배, 위험해요!"

시환이 만류하지만 이미 앞서간다. 따라 뛴다.

타당...


구급차 앞유리를 정통으로 뜛는다. 끼이익...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가속이 붙으며 벽에 들이받는다. 단숨에 2층 계단을 뛰어오른 정환 앞에 놈이 마주보고 섰다. 뜨거워진 엽총은 옆에 세워놓고, 정환의 머리 높이로 소총을 겨누고 있다. 두 손을 들어올리며 실수인척, 권총을 계단 아래로 떨어뜨린다. 시환에게 주는, 오지 말라는 신호다. 발소리를 죽이고 계단 중간에 우뚝 멈춰선 시환. 양도훈의 목소리가 들린다.


"왔어? 같이 볼래? 구급차 아저씨 죽었겠지?"

"구급차는 왜 쏴? 무기도 없는 사람을?"

"119잖아, 1자 들어가는 거 다 싫어. 119 , 112.. 그거말고도 많아. 1301 마약, 117 학폭, 1366 가정폭력.. 1은 다 싫어."

한손으로 소총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내려놓은 엽총을 집는다. 정환을 경계하며, 총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총알을 장전한다. 철컥.. 준비가 된다. 소총을 정환의 이마에 대고 위로 올라오라는 고갯짓을 한다. 양손을 들고, 계단 두개를 마저 오른다. 아래쪽 골목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세우고 엽총을 내민다.

"총 잘 쏴? 경찰이니까 나보다 잘 쏘겠지? 터뜨려. 보고싶어."


"뭘? 뭘 터뜨려?"

정환이 모른척 한다. 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엽총을 겨드랑이에 끼워준다.

"이걸로 저 차, 기름통을 쏘라고. 불꽃놀이 좀 해보게. 왜? 친구들 때문에? 괜찮아, 하나둘은 살아. 차가 터져도, 내 총에 맞아도.. 운 좋은 놈들은 다 살아."

"양도훈, 아직 죽은 사람 없어. 여기까지만 하자. 너 아직 살인은 아니야."


"인제 할거야.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시키는대로 하면 아저씨는 살려줄께."

총을 든 손에 힘을 준다.

"설마 내가 만든 거라고 무시하는 거야? 못 죽일것 같애? 이렇게 가까이에서 쏘면 얘기가 달라. 지금 여기있는 사람들 중에서, 아저씨가 제일 위험해. 모르겠어?"


*****


석호가 옷으로 진우를 누르고 있다. 여기저기 심한 곳을 먼저 묶어 지혈을 한다. 한번 더, 구급차를 요청한다.

"빨리요, 있는대로 보내주세요. 출혈도 계속 되고, 체온도 떨어집니다."


상황을 지며보던 박 형사가 공포탄을 빼고 실탄으로 채워넣는다. 조팀장이 말린다.

"좀 더 두고 봐."

"뭘 더 두고 봐요? 어떻게 죽나, 몇발 맞아 죽나, 쪼가리가 나나, 뻥 뚫리나.. 그게 궁금해서 두고봐요?"

"나가면 바로 죽어. 명령 기다려."

"기다리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명령해요. 3초 기다리고 나갑니다. 하나, 둘..."


*****


정환이 한숨쉰다. 소총에 떠밀려 기울어진 머리를 돌려 총구를 피하며 조금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한발 쏘면, 나는 살려주겠다? 약속해? 얼마나 오래 살려둘건데?"

"사격 솜씨 봐서. 한방에 확 터지면 오래 살려두고.. 곧 경찰들 몰려올거잖아. 내 편도 하나 있어야지."

"인질이겠지."

"아무거나.. 준비됬어?"


"쏜다. 대신 딱 한방이야. 더는 안 쏴."

정환이 자세를 잡는다. 조준하는 척, 총구 길이를 가늠한다. 이렇게 긴 총으로, 옆에 딱 붙어있는 놈에게 쏜다는 건 불가능하다. 총을 돌릴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다.. 총격에 방해되지 않도록, 양도훈이 한 발짝 물러서서, 정환의 귀 뒤로 소총을 갖다댄다.

"대신, 못 맞추면, 내가 아저씨 쏠거야. 기대해."


*****


탕, 탕, 탕...

박형사가 차 옆으로 뛰어나오며 계단을 향해 총을 쏜다.

탕, 탕...

빠른 속도로 도훈도 응대한다.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춘 정환이 양도훈을 밀친다. 박형사를 향해 총을 쏘던 도훈이 벽으로 밀리며 남은 몇발이 발사된다. 정환이 쓰러진다.

탕...

단발 총알이 양도훈의 목을 관통한다. 무너진다. 시환이다.


축 늘어진 도훈의 상태를 확인하고 , 총을 집어 넣는다. 정환이 살짝 미소 짓지만, 숨이 가쁘다.

"잘 쏘네... 거봐, 책 대로 안된다니까..."

쓰러진 정환의 몸을 살핀다. 간단한 지혈을 하며 무전한다.

"정환 선배 부상입니다. 오른쪽 팔과 허벅지, 보호대 바로 위로 화상과 출혈 있습니다."

"용의자는?"

조 팀장이 묻는다.


양도훈을 돌아본다. 끔찍한 모습에 차마 자세히 들여다 볼 엄두가 안난다. 하늘을 본다.

"잡았어? 죽은거야?"

조 팀장이 재차 묻는다.

"... 사살했습니다."

무전을 마친다. 누워있는 정환 옆으로 가 벽에 기대어 앉는다. 허벅지 출혈을 손바닥으로 눌러 막아본다. 그제야 조금씩 몸이 떨려온다.


"괜찮냐?"

"아니요... 선배는 좋죠? 애기 보러 갈 수 있겠다.. 병가 쓰고."

"귀한 애기야. 애비가 온 몸을 던져야 볼 수 있는."

"저는 지금.. 막 미치겠어요... 속도 이상하고, 손발도 이상하고.."

"생각하지마. 기억도 하지마. 좋은 것만 생각해. 저녁에 뭐하냐? 친구 만나?"


박 형사가 뛰어 올라온다. 널부러진 양도훈과, 간신히 고개만 들었다 안심하며 다시 드러눕는 정환, 그리고 아무 표정없이, 하얀 입김만 가쁘게 내뿜는 시환을 본다. 총을 집어넣고 시환 옆으로 간다. 한 계단 위에 올라 앉아 시환의 헬멧을 쓰다듬어 자기 무릎 쪽으로 당긴다. 가만히 기대온다.

".. 춥다, 그치?"

"... 예."

"괜찮아. 겨울이라 그래... 조금 지나면 잊혀져. 사건 현장 간거랑 똑같애. 많이 봤잖아, 그거라고 생각해.. 경고 세번 했어?"


"위급할때는 안해도 돼."

정환이 누운채 답한다.

"그래도 해놔야지, 나중에 문제 생겨. 투항하라, 투항하라, 투항하라.. 정환이 다 들었지?"

"그럼, 아주 잘 들렸지."

사이렌이 울린다. 구급차, 경찰차...


"왔다보다. 추운데 빨리 좀 오지..진우 추웠겠다."

여러대가,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운다. 맨 앞차가 진우를 싣고 출발한다. 들것을 들고 뛰어올라와 정환을 싣고 간다. 눕고 싶다. 쪼그리고 앉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까스로, 박형사가 일으킨다. 누군가 덮어놓은 하얀 천 아래 양도훈이 있다. 피가 흐르다 멈췄다.. 안보는 척, 큰 걸음으로 훌쩍... 놈의 몸을 넘어 계단으로 간다. 심장이 쪼그라들며 마구 뛴다. 다리 힘이 빠진다. 박 형사가 꼭 안고 걸으며 다독인다.


"잘한거야. 여러 사람 구했어. 차 탈때까지만 참자, 잘 하고 있어.."




16.5.2 경찰서




경찰 간부들과 위원들 앞에서 브리핑에 나선 석호, 바쁘게 메모하는 사람들, 질책, 변명, 싸움, 중재...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증인으로 나온 정환과 박 형사가 교대로 대답을 하고, 석호와 조팀장도 불려 나온다.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시환이 보청기를 빼어 손에 쥔다. 소음이 반으로 줄었다. 혼자 조용히 허밍한다. 모두가 지쳐간다..


".. 류시환 경위, 질문에 답하세요. 고의성이나 개인 감정이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보청기를 다시 끼우고, 질문자를 바라본다. 그가 다시 묻는다. 이미 서른번도 더 나온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2미터 전방에 있는 사람을 쐈습니다. 그것도 이미 넘어져 있는 사람을, 총알도 다 썼다는 걸 알았을텐데, 머리를 쐈어요.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도 아니었잖아요?"

시환이 그를 본다. 모르는 사람이다. 아마 40대 초반, 계급장은 경감... 이석호 경감, 조 상현 경감과 같은 계급이다. 가족이 있을까? 아이는??


"류시환! 대답 안하고 뭐해?"

석호가 부른다.

"어, 아니.. 예... 계속 같은 거 물으셔서, 저도 또 같은 대답을 드립니다. 양도훈은, 저희 팀원에게 중상을 입히고, 구급차 운전자에게 총격을 가했고, 또다른 동료를 총기로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석호가 나서려 하지만, 시환이 말을 잇는다.

"2미터 앞이면 안 위험합니까? 누워있든 엎드려있든... 노리는게 저였든, 이미 부상당한 동료였든... 경감님은 총이나 흉기 가진 사람하고 마주 서 봤잖아요. 영화처럼 사랑하는 사람 얼굴이 스쳐지나면서, 나나나 노래가 들리고, 슬로우로 총구를 내리고... 부들부들 떨면서도 꾹 참고 수갑을 채워 모시고 내려오는.. 그럴 수 있는 맨탈이면, 저도 좋겠습니다.."


"질문에만 답을 해요. 고의성이 있었습니까?"

"말씀하신 2미터 앞에서 사람 목이 뚫렸어요. 어떤 그림인지 아세요? 뒤통수가 터져요. 그거 좋아서 일부러 그랬냐고 물으십니까?"

"류시환, 그만..."

석호가 말린다. 들리지않는다.


"7명입니다. 경찰 넷에 민간인 세명... 그 중 두명은 아직 위독합니다. 들고 있던 소총에는 다 쓰고 없었지만, 그놈 주머니랑 가방에는 실탄이 수북하게 남아있었고, 계단 벽돌 담장 뒤에 안전하게 숨어서, 왕처럼 내려다보며 펑펑 쏴대도록, 그냥 놔두실건가요? 경감님이라면, 그러실겁니까?"

"절대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면, 가급적 총은 사용하지 않는게 원칙입니다. 그리고 쏘더라도, 팔다리를 쏘도록.."


"대한민국에서는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하거나 만들지 않는게 원칙이죠. 쏘더라도, 사람이 안 다쳐야 하구요.. 그놈을 먼저 가르치지 그랬어요? 아, 알아도 안 듣나? 너무 절실하고, 절박해서? 그럴수밖에 없어서? 해 봤어요? 사람 죽여봤어요? 경감님 대가리에 총 들이대고 실실 웃는 놈, 만나봤냐구요??"

석호가 시환 앞을 막아서며 브리핑을 종료한다.


"질문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류 경위도 현재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구요, 안정이 필요합니다. 징계 여부는 알아서들 검토하시구요, 분명한 건, 저희는,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상태에서, 더이상 두고 볼수 없는 상황이었고, 검거 과정 중 범인이 끝까지 투항하지 않아서 일어난, 예기치 못했던 결과라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시환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선다. 복도에서 기다린던 민규가 막아선다.

"밖에 못나가세요, 기자들 꽉 찼어요. 그냥 사무실에 계시는게.."

"병원 가봐야지, 진우형 어떤가.. 나 그냥 짤르라 그래요. 감방 가라면 갈께요, 근데 형 살아나는거 보고 간다고 전해요."

경찰 뱃지를 벗어 민규에게 집어던지며 밖으로 나선다. 몰려드는 기자들.


"류시환 경위! 인터뷰 좀 해주세요!"

"잠깐만 멈춰주세요, 사진 한장만요!"

석호와 민규가 막아보지만, 밀려드는 힘을 당할 수 없다. 혼자서라도 비집고 빠져나가려는데, 한 기자가 소리친다.

"다친데는 없습니까? 병원 계신 분들 상태는요?"

시환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본다. 기자가 다시 묻는다.


"총기 사고.. 입니다. 묻지마 칼부림도 큰 충격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묻지마 총격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무장을 하고도 부상을 당하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두 분이 몸으로 막으셨습니다. 무섭지 않으셨어요? 동료가 쓰러졌을때,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시환이 천천히 입을 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마른 침을 삼킨다.

"... 애기... 생각했습니다. 그 선배가, 며칠 후에 둘째가 태어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가 그의 모습을 담는다. 다른 기자가 사진을 하나 치켜든다.

"요즘 인터넷에 돌고 있는 사진입니다. 부상 당한 경찰관의 차량이 맞습니까?"

일제히 사진을 본다. 구멍이 숭숭 뚫린 차 트렁크, 붉은 피를 뒤집어 쓴 꽃바구니와 인형, 매직으로 '귀'자에 X 마크 한 <나랑 사X는 거다> ... 범퍼를 타고 흘러내린 진우의 피가 바닥에 고였다. 주민이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고 했다.


시환이 애써 감정을 누르고, 눈물을 참는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석호가 나선다.

"맞습니다. 차량 소유주 강진우 경위는 다발성 외상에 의한 부분적 장기 손상과 과다출혈로, 아직까지 위중한 상태입니다. 수색을 마치고 여자친구한테 가려던 중에 총격을 당했습니다. 그 여자 친구도, 일전에 양도훈이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보복성 총격인가요? 경찰에게 앙심을 품고..?"

"현재 상태는요? 의식 불명입니까?"

다시 질문이 시작되고, 시끄러워진다. 석호가 만류한다.

"곧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기자들을 비집고 어렵게 차에 오른다. 민규가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피해가며 차를 움직인다. 조용히 중얼거린다.

"다행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우리 편인가봐요."

시환이 눈을 감는다. 강진우... 일어나, 다들 형 편이야.. 진우가 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던 모습과 양도훈이 쓰러진 모습이 오버랩된다... 춥다.



16.5.3 남양주 가족묘 - 4개월 후




황량하던 공원 묘지에도 제법 봄이 왔다. 조화로 가득하던 단상들이 색색가지 생화로 바뀌어간다. 새 순이 돋는 나뭇가지들이 제법 녹색을 띄운다. 강줄기를 따라 굽어지는 큰 길에 적지않은 차량이 오간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마 날씨 탓인가 보다.


혼자 한참을 걸어올라가 가족묘 앞에 섰다. 여전히 위아래 시커먼 옷을 입고, 많이 길어진 머리를 대충 묶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지난번 왔을때 보다 묘가 많이 늘었다. 처음으로 산, 커다란 꽃다발을 내려놓는다. 조그만 케익에 촛불을 켠다. 후 불어 혼자 끄고, 폭신한 분홍 크림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본다. 한참을 멍하게, 앉아만 있다.


"혼자 먹으니까 재미없어. 같이 있으니까 좋아?"

한마디 대답하는 사람없이 조용하다. 케익을 챙겨들고 인사한다.

"가야돼. 행사가 많아. 다음에 다시 올께."

나란히 붙여 놓은 명패를 본다. 강수진, 송시율, 송 기환, 송창률... 작은 소리로 중얼 거린다.

"그러고 있으니까 진짜 가족이네. 생일 축하해... 큰 오빠."


터덜터덜 내리막 길을 걷는다. 공동 묘지도 봄이 가득하면, 나쁘지 않다..



16.5.3 용산 경찰서 - 특진식




외부 인사들까지 참석해 바글바글한 강당, 류형호를 비롯한 간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경찰 특진으로 1계급씩 승진한 이들을 앞으로 불러낸다. 건강해 보이는 정환을 선두로, 휠체어에 탄 진우와 그를 밀며 함께 들어오는 시환. 정환의 아들이 아빠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한명씩 한명씩,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는 서장. 그 모습을 종태가 뿌듯하게 바라본다.

"형님 섭섭하죠? 또 애들이 다 치고 올라갔네."

조 팀장이 진심 반, 약올림 반으로 말을 꺼낸다.

"뭐가 섭섭해? 이쯤 되면, 내가 쪽집게야. 이동네 경감들은 내가 다 키웠어."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같이 학원이라도 하나 낼까? 경감 전문 쪽집게?"

"은석이가 조금 섭섭하려나? 자식, 병원에 있느라 승진 시험도 놓치고, 출동도 놓치고.."

"그래도 정아 잡았잖아. 그거면 됬지, 뭘. 쟤는 승진 신경도 안쓸건데, 뭐."

몇 자리 건너에 앉은 은석을 본다. 박수 칠때마다, 손가락에 낀 반지가 반짝 거린다.


식이 마무리되고, 가족들과 재회한다. 진우가 여기저기 축하를 받으며 인사를 나눈다. 군데군데 남은 흉터에도 환하게 웃는다. 휠체어를 밀고 지율에게 다가간다. 종태와 은석이 멀찌기에서 따라간다. 종태가 삐죽거린다.

"죽었다 살아나더니 지율이만 보이나보네. 역시, 사내 자식은 키워도 소용없어."

은석이 웃는다.


"잘했어, 안 힘들어?"

지율이 무릎으로 앉아 눈높이를 맞춘다. 앉아있느라 삐둘어진 제복과 모자를 정리해 준다.

"아니, 좋아. 오랜만에 오니까, 여기가 집 같애."

"사무실 올라가 볼래? 책상 그대로야, 다른 사람이 쓰지만.."

"복귀하면 다시 내 자리다.. 아님, 아예 너네 팀으로 갈까? 책상도 뺏겼는데.."


"다 낫고 생각해. 퇴원부터 하고.."

어느새 다가온 시환이 휠체어 뒤에 섰다.

"그래, 가자. 병원에 내려줄께. 쉬어야 얼른 낫지."

"다 나았어, 금방 걸을 수 있을것 같애."


"그럼 결혼식 해야지! 어디서 할거야? 경찰서에서 할까? 서장님한테 물어보고?"

"왜 네가 더 좋아해? 아직 일어설 힘도 없어.."

"혼인 신고 다 했다며? 나랑 사X는 거다.. 그렇게 유행 시켜놓고, 얼른 결혼 해야지.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봐도 돼? 뽀뽀는?"

"하지마! 안돼!"

지율을 돌아보며 진우가 발끈한다.


"그래도 그동안 쌓은 정이 있는데... 한번만 안을께!"

"너 안돼, 이 자식..?"

지율이 아닌, 진우를 덥썩 안는다.

"형 인제 남의 꺼 잖아... 슬프다.. 쫒겨나지 말고 잘 살아야 돼..."

휠체어로 모여든다. 지율이 웃는다. 가까스로 시환에게서 풀려난 진우에게, 지율이 키스한다. 동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경찰서를 나선다.




<끝>




/보너스/


스튜디오


진우, 시환, 지율, 리화가 찬호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한다. 각자의 상처대로, 흉터대로.. 더이상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카메라 앞에 선다. 등 떠밀려 들어온 종태와 은석도 합류한다. 경찰복 단추를 풀어 헤치고,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과 영원히 남을 아픔을 함께 공개한다. 디 앤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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