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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Dec 23. 2022

다들 보셨나요

미씽 2

한국 티비를 잘 보지않는 저로서는, 아무 정보없이, 정말 우연히 <미씽>이라는 드라마를 만났을때, 다른때와는 약간 다른 설레임과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넘치는 사심에, 오랜만에 고수님을 본다는 이유가 아마 절반이었을거구요, 허준호님 역시 아무 작품에나 나오는 분은 아니니까요.


역시나...


지저분한 분장과 자극적인 장면, 깜짝깜짝 놀라게하는 원초적 효과음이 아닌, 어지 실제같은 허구로 눈을 떼지 못하게하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알고도 속아주고 싶은, 얼마나 괜찮으면요... 그 아름다운 거짓말에 공조하고 싶은 그런 팬심있잖아요. 신비스런 마을이나 안쓰러운 아이들때문이 아니라, 극 전체의 흐름속에 본능적으로 녹아드는 두 사람의 어리버리한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눈 폭풍으로 옴짝달싹 못하던 이른 저녁에, 그리고 겨울 방학 첫날에... 모처럼의 진지모드를 갖추고 티비를 탐색했습니다. <미씽 2> 라는 반가운 타이틀이 뜨네요... 전과 같은 두분의 주연배우 이름이 얼마나 좋았는지요 (저는 시리즈물에서 주인공 바뀌는 거 싫어합니다... 정말정말 싫어합니다!) 슬슬 배우티가 나는 소희씨도 나름의 캐릭터를 키워가고 있구요. 극 분위기에 비해 조금 가볍고 '업' 되지만 뭐 그런 인물도 있다치고 보면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연습 열심히 한 티가 난다고 해야하나요.. 아직은 녹아들지 못하고 '연기'하는 수준 - 현실과 '그곳'을 오가는 검은 옷의 청년처럼요 (두둥... 스포릴러?)


보셨나요?


지나가던... 정말 무심히 티비 옆으로 지나가던 고딩 딸이 물었습니다. 왜 범죄 드라마를 좋아하냐고.. <미씽>은 범죄 드라마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저의 진심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세상 어딘가에 그런 장르가 있다면, 아니면 우리가 새 장르를 만든다면, 이건 분명 힐링 드라마거든요. 틀에 박힌 범죄자가 우습거나, 힘 빡 준 형사가 거북해서, 아니면 치고, 당하고, 찾고, 잡는 그 당연한 과정이 싫증난다면, 혹은 범죄 드라마가 무섭고 불쾌해 못 보신다면, <미씽>은 정말 다르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 안보신 분들, 혹은 모르고 계신분들 있으시면 꼭 보시라 권합니다. 가능하면 1부부터 다시 찾아보시는게 좋죠. 2부는 아직 2편까지 밖에 안했지만, 후회 안 하실 거에요. 저는 어제 .. 제대로 맛도 못 본 음식을 빼앗긴 사람처럼... 홀로 발동동 구르며 리모컨만 만지막거렸습니다. 아직 방영하지않은 3편이 벌써 업로드될리가 없잖아요. 차라리 꾹 참았다가 16편을 다 모아서 봤어야했나봐요. 저의 겨울방학은 겨우 2주, 그래서 제게는 딱 두번 더 찾아올 월요일 화요일... 시한부처럼 날짜까지 세어봤습니다. 학기중에, 그것도 띠엄띠엄 기다려가며 봐야하다니요.. 너무합니다...


솔직히


어제 공부할게 좀 있었거든요. 원래 오늘 작은 승급 시험이 하나 있었는데, 폭설 때문에 취소한다고 이매일이 왔어요. 공부 하나도 안하다가, 왜 그거 있죠.. 막상 취소되니까 '아, 공부 다 했는데...' 아무 근거없는 억울함... 덕분에 종일 낮잠자고, 군것질하고 탱탱 돌다가 너무너무 할일이 없어서 뒤적거려본 드라마 목록... <미씽> 보고 나니 그 여운을 망가뜨릴까 다른 드라마를 시작하기는 싫고 (골수들만 아는 이 기분..!) 결국 안보던 예능프로까지 몇개 즐기고나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시험 취소만 아니면 정말 공부 열심히 하고, 16까지 꾹 참았을거에요.. 그만큼, 감사한 작품입니다.


작가님께 연락을 드려볼까요.. 너무너무 제 스타일이시라고 ㅋㅋ 배우 팬클럽은 아는데, 작가 팬클럽도 있을랑가요... 에효... 한국에 있으면 혹시라도 제작 발표회 이런거 따라다녔을지 몰라요. 멀리 있으니 그것도 안되네요. 혹시 이 작가님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저 대신 안부 전해주세요. <미씽>은 말랑한 진흙속에 빼꼼히 고개 내민 귀한 눈물입니다. 작가님은 모두의 아픔을 보고, 아끼고, 한곳에 담아낼 수 있는 따뜻한 분입니다. 제가 팬이에요  ♡♡♡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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