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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Feb 06. 2023

팔자 좋은 여자

저는 팔자가 좋습니다...

<서론>


저는  팔자 좋은 여자입니다.


느즈막히 일어나 남은 찬 대충 끌어모아 후다닥 볶음밥으로 한끼를 때워도, 찌부둥한 날씨 탓을 하며 잔뜩 밀린 설거지를 또 한번 못 본척 해도, 세탁실을 점령한 빨래들에 양말짝을 못찾아도, 남편은 잔소리 한번 없이 같이 게으름을 피웁니다.


크게 속썩이는 적 없는 아이들도 저를 닮은건지 무사태평 하구요, 한참 멋부리느라 구두 두 켤레라는 엄청난 과소비를 해버린 첫째가 돈이 없어 밥을 굶기에, 살은 그렇게해야 빠지는거다 인생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격투기에 진심인 둘째는 또 손목이 아프다더니, 병원 갈 만큼은 아니니 고맙지 않냐고 한술 더 뜨네요. 게다가 진심, 스스로 공부를 잘한다고 믿는 막내의 80점짜리 시험지는 우리집의 큰 웃음입니다.


어떤 팔자를 타고 났냐하면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타고 나기를 아주 편안한 팔자를 타고 났다고 했습니다. 주변 인물이며 학업, 관운, 재물… 모든게 순탄하다고 했지요. 학력고사 시절, 여기저기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다니셨던 할머니도 아주 만족하신 얼굴로 돌아오셨습니다.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말로 하는 직업을 하라.. 세상을 내 집 안방처럼 돌아다닐거다… 그리고 마무리는 그 시절 서울대.  


“서울대 아무 과라도 간다. 천재지변이 나서라도 걔는 다 붙고 남들은 다 떨어진다…”


양심상, 서울대는 넣지 않았읍니다만.. (아셨죠? 제가 넣지 않은 겁니다.. 못간게 아니라 안 갔다는…ㅋㅎ) 돌이켜보면 실제로 그렇게 힘든 일도 없었던것 같고, 남들하는 만큼의 갈등, 고민, 노력.. 딱 그만큼 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강도 손에 꼽을 정도의 병치레.. 맹장 떼고, 눈이 나빠 눈 수술 두번, 아이가 셋이다보니 제왕절개 두번… 그 외에는 아직 건강합니다. 40후반부터 혈압이 오르긴 했지만, 살을 빼니 혈압도 저절로 내려가네요…!


이쯤되면, 믿으시나요?


손바닥에 꼭 쥐고 태어나는 가냘픈 손금 몇 줄에,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무슨 띠 몇월 몇일 몇시가.. 과연 인간을 쥐고 흔들만큼의 위력을 가질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믿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강한 부정을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 때문은 아니고, 모두와 평등하려는 이유도 아니고요.. 제 팔자가 아무리 좋아도 저보다 더 좋은 팔자도 있을거잖아요.. 아하.. 그러니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절대권력 팔자를 인정해서는 안되지요. 팔자는 시작일 뿐,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갑니다.  


살다보면 많이 변하죠. 특히 인상이요.. 얼굴, 생김새, 미모가 아니라 인상… 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아온 그림자가 숨을 곳 한뼘 없이 낱낱히 드러나버리는 곳이 바로 얼굴이잖아요. 저는, 손금도, 사주도 안믿지만, 인상/관상에는 긍적적입니다. 선입견이다 부정하실수도 있지만, 사실 한 얼굴을 둘러싸는 수많은 ‘남’들의 시선 또한 무시 못하거든요. 안타깝지만,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해 합격하고, 승진하고, 성공하는 게 인생이지 않은가요.


인상/관상은 어쩔수없이 사회적 행위를 유도하는 몇가지 요인중 하나가 됩니다 – 인상/관상, 경제력,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이 세 가지가 모든 행위의 가능성을 좌지우지하는 핵이 되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생각입니다만, 어쩌면 인상이라는 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팔자라는 허상을 세상에 드러나게 해주는 – 마치 사람의 몸을 빌려 뾰로롱 모습을 드러내는 원귀처럼요..  그리고는 결국 삶을 정리하고 마무리해가는, 마지막 평가가 되나봅니다.


웃으셔야겠죠?


입꼬리가 쳐지고 삐뚜름한 팔자 주름이 사라지려면, 빵빵한 보톡스보다는 자연스런 빙그레 웃음 있잖아요. 살기 넘치는 날카로운 눈꼬리가 싫을때는, 헤벌레 웃어주는 하회탈처럼 잔주름 가득한 너그러운 눈웃음도 좋구요, 툭 튀어나온 잇몸이나 넓은 광대뼈가 우스꽝스럽다면, 아예 더 활짝 크게 목청 돋구어 사람 좋은 나를 내보이는 건 어떨지요.


어쩌다 얻어걸린 팔자보다 내가 노력해 모아가는 팔자가 훨씬 자랑스럽죠. 언제 또 점쟁이 혓바닥에 놀아날지 모르는 딸랑 방울 속 팔자보다, 내 눈에 보이는, 만질 수 있고, 셀 수 있고, 가질수 있는 그런 팔자요. 학교, 직업, 적금, 인맥, 가족, 건강, 손재주, 목소리, 달리기 실력… 현실 속 팔자는 저를 기쁘게 합니다.    




<본론>


오랜 기간 700의 정체에 빠져있던 브런치 구독자 수가 800을 넘었습니다.

제가 노력하고, 작가님들이 아껴주신..

그래서 만들어낸 8 자…

저는 역시 8자가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많이 웃습니다.

저의 팔자는.. 사랑입니다 



<결론>


오늘 하루도 많이 웃으시기를..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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