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듯말듯 그렇게 튕기던 3월이 왔습니다. 봄이라고들 하죠... 했었죠, 옛날에는 저도요.. 매년 3월 2일은 초중고 개학이었고.. 학교가 좋았던 저에게는 아마 생일날 다음으로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할겁니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놀아도 여럿이 놀아야 신나죠..
그러나 이곳은, 아직도 산더미같은 눈이 쌓여있습니다. 한국 뉴스에도 나왔대요, 보셨어요? 미네소타 눈 폭풍.. 제가 거기에 삽니다. (이 동네도 많이 유명해졌죠. 오래전 6.25 전쟁고아를 최초로 입양받아주면서 해외입양의 첫 물고를 터준 곳.. 그리고 최근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며 폭력 경찰 반대 시위로 잠깐 시끌, 이번에는 50센티 눈..) 진짜 봄까지 안 녹고 계속 쌓여있으니 그게 더 문제죠.
제설작업은.. 사람 손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고요, 중장비를 동원해 길거리를 싸악 밀어버립니다. 그렇게 산을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댕댕 얼면 뚝 잘라서 덤프 트럭에 싣고 쩌어기 외곽에 갖다 버리죠. 믿어지세요? 봄이되면 근교의 허허벌판들은 홍수가 나요. 눈 녹은 물이 강을 넘거든요. 엄청나죠?
그러므로 아직까지는, 바깥 날씨는 영 봄이 아니지만, 그래도 3월이라는 그 예쁜 말에 마음으로나마 '봄'이기로 했습니다. 청소도 해보고, 옷 정리도 하구요 - 아참, 이건 제가 부지런하다거나 깔끔해서가 아니라, 지난 며칠 계속된 폭설에 학교가 며칠 닫았거든요. 밖에 나갈수도 없고해서... 집안에서 봄바람을 좀 탔습니다.
아, 그런데... 옷이 다 왜...??
핑계 같지만, 겨울에는 많이 먹게되잖아요. 겨울이 길면 더 먹을거고... 여기는 더더 긴긴 겨울이라 - 한 6개월? - 그 답답한 겨울 속 큰 행복이 되어주던 피자와 라면이 드디어 자태를 드러냅니다.. 신기하죠? 저는 분명 깊숙히 뱃속으로 집어넣었는데 이렇게도 배 밖으로 볼록... 아담시럽게도 튀어나왔네요..
밀가루 안먹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소용없더라구요. 눈에 보이는게 다 밀가루고, 손에 집히는게 다 빵과자인데.. 간식 줄여보겠다고 커피와 차를 늘렸거든요. 근데 그걸 또 그냥 액체만 마시고 있기는 허전하잖아요. 사람들이 왜 커피믹스와 커피빵, 콜라, 쿠키, 카스테라, 쿠크다스.. (어라? 전부 ㅋ자네요? 알고계셨어요? 다이어트의 적은 ㅋㅋㅋ..??) 를 만들었는지, 역시 인간은 항상 발전합니다.
어쨌든 결론은, 헤헴!!
봄은 오고, 살은 쪘고, 옷은 작고.. 팀원 하나가 그만둬서 일은 많고..!? 그래도 봄 방학은 올거니까, 이제부터 저는 글을 쓸겁니다. 앉아만 있기 힘드니까 넉넉한 고무줄 바지 하나 찾아입고 방콕하겠습니다. 배는 더 나오겠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너무 몰두해서 열심히 하다보면 슬쩍 끼니도 거르고, 간식도 줄이고.. 물론 반대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요..
아이디어만 늘어놓고 마무리 못한게 있어서요. 전에 마구 쏟아놓았던 저의 환상/망상을 대본으로 옮기려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머리속에서 자꾸 저를 불러서요.. 드라마 대본이라는게, 몇번 연습해보니 참 비효율적인 일이었습니다. 엄청난 디테일과 노동에 비해 결과물은 양적으로 많이 적더라구요. 그래도 이왕 머릿속에 있는거 세상에 나오게 하려면 대본의 형상은 띄고 있어야하잖아요. 어디 응모라도 해보구요.. ㅜㅜ
다 저의 게으름입니다. 스스로 머리속으로 굴러들어온게 3년 전, 연구/조사 2년 전, 갈겨쓰기 1년 전.. 그리고나서는 지금까지 다듬지를 않아 아직도 탄생을 못하다니요.. 훌쩍 지난 또한번의 겨울 내내, 라면 끓여먹을 시간에 글을 쓸 걸 말입니다.
오늘 이 글은, 반성문입니다. 살찐 반성, 라면먹은 반성, 피자박스 쌓아 둔 반성.. 그리고 글 안 쓴 반성. 마음 속 진실된 곳에서 쏟아지는 반성을 하나하나 아룁고,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면서... 사실 속마음은요, 금방 무너져버릴 작심삼일을 피하기위해 '공표 - 여러사람에게 드러내어 알리다'를 하려는 겁니다. 이렇게라도 작가님들께 약속을 해놓아야, 지지부지 끌다 포기하는 일 없이 끝까지 정주행 할 것 같아서요.
어설프지만 간단한 드라마 대본의 형식을 참조합니다. 전문가분들이야 각자의 요술 기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그냥, 아주 기초적인 효과만 가미합니다. 나머지는 음.. 작가님들이 갖고계신 관찰력과 감성, 공감, 동물적 본능... 그리고 가끔 훅 들어오곤 하는 그 초인적인 상상력 있잖아요. 부디 그 모든 것들의 힘을 빌어 저의 그림을 함께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에이참.. 드라마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맛인데요.. 막상 올리려고하니, 밋밋하니 글자로만 전해야하는 고통이 있네요. 물론 저의 상상을 돕기위해서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들을 곁들입니다 - 인터넷에서 낚아오구요, 사실 이 재미도 쏠쏠해요. 뭔가 쓰다 막히면, 잠깐 쉬면서 남의 눈으로 들어가 세상 구경을 합니다. 그러다 또 뭐가 올라오기도 하거든요. (작가님들이 올려주시는 사진들에서도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답니다)
응원과 격려의 요정 - 브런치 작가님들, 글 자주 못 올리지만 많이많이 진심 감사드리는 거 아시지요? 언젠가는 공모전에 입성 할 그 날을 기다리며, 곧 시작합니다.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