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교실 밖은 황량한, 척박한, 아무 '뷰' 없는 고속도로와 고가도로, 찻길, 대형 광고판 뿐입니다. 가끔 비라도 오는 날에는 용감무쌍하게 무단횡단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심장이 쪼그라들기도 하지만, 그것 빼고는 아무 흥미도, 변화도, 볼것도 없는 무색무취의 건조함 뿐이지요.
오늘, 여름 방학 1주일 전 (두둥...) 내년을 계획합니다. 새로운 책상 배치를 궁리하다가 문득, 창가로 테이블을 옮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왜 한국가면 작은 라면집이나 분식집있잖아요. 한쪽 벽으로 쪼로록 앉아서 먹는... 주로 일행없이 혼자나 간단히 둘이 왔을때요. 저도 예전에는 회사 앞 국수집 같은데에서 후다닥 서서 먹기도 했는데..
저희 학교는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인데, 누가 알려주기라도 한것처럼 딱 5학년부터 식판 들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생겨요. 유행인지, 호기심인지.. 아니면 시끄러운 학교 식당으로부터의 짧은 탈출인지..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삐죽 얼굴을 들이밉니다.
"선생님, 오늘 점심 같이 먹어도 되요?"
이제는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저의 점심 시간은 아이들과의 약속으로 매일매일이 꽉 찹니다. 이쯤에서 휴우... 솔직히 점심시간이라도 혼자 있고 싶지요. 아니면 동료 선생님들 (어른들!!) 하고 수다떨면서 쉬고 싶기는 한데, 사춘기 시작하는 가련한 어린 새들을 거절 못 하네요. 둥지가 되어주지 못하면 나뭇가지라도 되어야한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저의 30분을 양보합니다.
사실, 저는 끼니보다 간식으로 하루를 때우는지라 크게 지장은 없어요 ^^; 식단에 있어서는 좋은 본보기는 아니지만, 이야기도 듣고, 조언도 하고.. 아시나요? 12살의 애증 얽힌 삼각관계는 언제 들어도 쫄깃합니다. 역시 사람 이야기는 뒷담화가 최고이고, 그 중에서도 으뜸은 비련의 주인공들이죠. 어찌나 이 아이들이 저를 웃게하는지, 점심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업하는 책상들 말고, 아예 점심 테이블을 차려주려고요. 이왕이면 창가 뷰... 교실마다 한쪽 벽은 맑고 투명한 유리창이지만, 그걸 등지고 앉아 종일 수업만 하거든요 (공부를 그렇게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구요) 점심 시간이라도 잠깐 창 밖을 내다봤으면 해서요. 멋 하나도 없는 뷰에, 맛 하나도 없는 학교 급식이어도, 빈 교실에 식판들고 찾아와 휴식을 청하는 아이들이 잠시나마 즐거웠으면 합니다.
솔직한 대화는, 마주 앉을때보다 옆으로 나란히 앉았을때 더 잘 한대요. 심리적으로 그렇다죠. 이곳에서는 교사들도 그렇게 훈련받습니다. 아이를 타이르거나 가르칠때는 옆에서, 따끔히 훈계할때는 앞에서 마주보고 이야기 하라고. 그만큼 옆에서 주는 안도감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기차 타보셨어요?
예전처럼 두명, 네명씩 앉아서 가는 거 말고, 옆으로 길게 창 밖을보며 앉아서 가는거요.. 요즘 관광기차가 그렇잖아요. 아니면 예쁜 식당칸.. 앞에 걸은 사진처럼요. 알록달록 기분 좋아지는 인테이어는 플러스...! 소심한 아이들, 힘든 아이들.. 잠깐 와서 힘을 얻고 가는 그런 식당칸이 되어야 할텐데요.
물론 실상은...
(아하하......... 이것이 저의 창문 뷰 입니다. 너무한가요? 괜찮아요, 익숙해지면)
며칠 남지않은 학기를 꽉꽉 힘주어 손가락 꼽아가며 마무리합니다. 하루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구요, 너무너무너무 소중해서요... 언제나 이맘때면 남아도는 미련은 내년을 위한 새로운 각오라 해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합니다 (과제말고 식당칸 먼저...)
가끔 한번씩은 저도,
럭셔리 식당칸에서 힐링 점심을 할 때가 있겠지요. 3개월이라는 정말 긴 여름방학이 지나 그랜드 오프닝을 하면, 업데이트 할께요. 뷰야 바뀔수 없지만, 기분은 좋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