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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Mar 07. 2017

달이 차 오른다

쉴만한 물가 - 49호

20130222 - 달이 차 오른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다녀오기 전까진 달은 쟁반같이 둥근 달이었다. 그래서 그곳에는 토끼가 살고 있었고, 토끼는 달이 차오르기를 매달 기다리다가 달이 다 차 오르면 떡방아를 찧는다고 했다. 그렇게 떡방아를 찧어서 만든 동그란 떡이 많아서 달을 향해 소원을 비는 이들의 마음을 꽉 찬 달처럼 넉넉하게 해준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달은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고, 할머니로부터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은 사랑이 무르익어 가게 했으며, 어른들에게 달은 별과 함께 시간을 가늠케 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고향을 떠나거나 이별한 이들에겐 고향과 님을 생각하게 하는 거울이었고, 나그네에겐 어두운 밤길을 더듬어 갈 수 있게 하는 인도자였다. 밤을 지켜야 하는 이들에겐 더 없는 친구이기도 했다. 


달은 이름도 많다. 초승달, 하현달 상현달, 보름달, 온달 반달, 둥근달 등등. 거기에 달에 관한 노래도 많다. 옛 시에 등장하는 이태백이 놀던 달 같은 수많은 시가(詩歌)에서부터 오늘날 동요에까지 사람들은 달을 가지고 세상과 인생과 풍류를 노래했다. 무엇보다 달에 관한 전설과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렇게 달에 관한 전설이 많은 것은 달은 밤하늘 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그렇게 우리 곁에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오랜 세월 축적된 달 이야기들은 달력(月歷)으로 만들어졌고, 그렇게 만들어진 달력은 농사일이랑 바다 일에 그리고 여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든 일에 때를 따라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많은 일을 해준 달에게 해마다 정월 보름이 되면 달집을 지어 고마움을 표시하고 급기야 그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 보는 바람도 갖게 했나 보다. 


인디밴드 싱어 장기하는 그의 노래 “달이 차오른다, 가자(QR코드 참고)"라는 노래에서 매번 달이 차 오를 때마다 포기했던 그 다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가자고 노래한다. 태양력으로 맞이한 새해가 한 두 달쯤 지나서 찾아오는 보름달이 차 오르는 정월 보름이다. 우리도 올해 다짐했던 그 다짐들을 어느새 잊고 포기하던 이들에게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광양(光陽)에 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캄캄한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햇빛을 반사해 묵묵히 어둔 세상을 비춰주는 달처럼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어서, 외로운 이들이 용기를 얻고 이 험한 세상을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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