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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Mar 07. 2017

새 학년

쉴만한 물가 - 4호

20120306 - 새 학년


며칠 전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고 나온다던 경칩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개구리처럼 웅크리며 집에 있던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아이의 시간표가 달라졌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아침에 나가는 시간이나 오후에 들어오는 시간에 변동이 생기니, 평소 안 하던 일들을 하게 되고, 다른 모습으로 습관화돼가는 것을 봅니다. 초등시절보다 더 분주해지고 복잡해지고 생각도 많아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살아갑니다. 우유 먹는 시간을 주기로 사는 갓난아이들,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을 중심으로 사는 아이들, 학교와 학원 시간을 주기로 사는 초등생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며 학교와 세상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시간으로도 부족한데 게임까지 해야 하는 중학생들. 고등학교에 가면 이젠 공부하느라 정말 시간이 없어집니다. 하루 24시간에서 쉬는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일주일 만에 쉬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자신이 시간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졸업 이후에는 그 차이가 더욱 커집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사월력의 절기들을 따라서 살아갑니다. 산업혁명과 포스트모던을 지나 정보화시대와 스마트 시대인 요즘에는 사람들의 시간이 극명하게 달라졌습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직업과 신분에 따라서 낮과 밤, 그리고 하루와 일주일, 한 달의 주기들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직업이 시간을 만들고 후에는 사용하는 시간이 사람의 관계와 심신의 건강까지 좌우하게 됩니다. 지금 사는 시간이 내일을 결정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급한 일’과 ‘정말 해야 할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중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요? 바라기는 ‘하고 싶은 일’이 ‘급한 일’이고 ‘정말 해야 할 일’이라면 더없이 좋겠죠. 그런데 준비되지 못하면 급한 일 하느라 정말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일들에 끌려 살아가게 됩니다. 그럼 건강도 잃고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새 학년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學)는 해(年)” 그렇다면 새 학년은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매일매일이 새 학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새봄이 시작되는 즈음에 시간을 추슬러서, 시간에 끌려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다스려 준비하므로 새로운 시간들을 살아가면 어떨까요? 새봄은 그런 마음이 새싹처럼 돋아나 다짐하고 시작하기 정말 좋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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