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91호
20140320 - 봄꽃과 운석
흐드러진다, 핀다, 분다, 흩날린다, 절정이다. 화사하다, 아름답다, 환상적이다, 예쁘다… 봄꽃을 보면서 하는 말들이 이 외에도 많다. 추운 겨울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새을 품고 있다가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 내는지 신비롭기만 하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꽃들의 향연에 취하고도 아쉽지 않을 만큼 꽃이 주는 감동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준다. 그 꽃들도 제철에 피고 자연의 법칙을 따라서 각자의 역할과 질서를 따라서 제 때 제 역할을 할 때 아름답다 한다.
최근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대박이라 한다. 봄꽃처럼 흐드러진 하늘의 별들이 사는 그 광활한 우주에도 법칙이 있고 질서가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 행성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그 별들이 수명을 다해 반짝이는 그 불빛들, 너무도 멀어서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그 별은 어쩌면 오래전에 이미 스러진 별들이라고도 했다. 그런 별의 운행 가운데 가끔은 일탈한 혜성들이 질서를 깨고 불꽃을 일으키며 지구에 날아든 모양이다. 잠시 반짝였지만 이내 고꾸라진 그 운석이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요긴하기에 값어치가 꽤 나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운석이 태생 자체가 궤도를 이탈한 것들이기에 사람들에게 와서도 도움보다 탐욕으로 소란스럽게 한다. 있어야 할 자리에 법과 질서를 따라 운행되어질 때 별도 아름다운 법이다.
성경에 보면 온유하신 예수님이 분노하시는 장면이 있다. 십자가 사건이 있기 전 예루살렘 성전을 찾았을 때 그곳에서 장사하는 이들의 좌판을 엎으신 일이 그것이다. 고대 종교의 성전들은 모두 경제와 권력의 중심지였다. 로마의 지배하에 있는 성전도 예외 없이 부패하여 제 기능을 못하고 제사장의 성직 매매와 권력 유지를 위한 곳으로 전락하다 보니 제사도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문턱은 높아져 소외된 자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곳이 된 것이다. 성전 제의가 종교지도자와 권력자들에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질되었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법(율법)과 질서를 강조하게 된다. 예수님은 바로 그 모든 것의 상징인 좌판을 엎는 퍼포먼스를 통해서 분노하며 외친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그것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전유물인 성전의 척결 선언이고, 누구든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선포였다. 사제의 기득권과 주도권을 깨고 누구든지 참여자가 직접 하나님을 대면할 수 있다는 선언이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강력한 도전이 결국 종교지도자와 기득권자들에 의해 처형당하는 원인이 된다. 이후 AD70년 로마의 디도 장군이 성전을 멸망시킨 후 더 이상 건물로서의 성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 종교의 몰락은 건물이 화려해지거나, 사제들이 많아지거나, 종교와 연관된 장사치들이 많아지면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런 징조와 더불어 아직도 예배당을 성전이라 하면서 높아져 가는 건물들을 바라볼 때마다 예수님의 분노를 떠올린다. 그런데 종교뿐 아니라 정치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외형에 치우치고, 방대해지는 정부나, 사행성 산업들이 커지면서 정작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탈법하면서도, 힘없는 시민을 향하여서는 가혹한 법과 원칙을 가지고 질서를 지키라 들이댄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질서는 시민을 위한 질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러면서 온갖 부정부패가 버젓이 드러나도 눈 하나 깜작이지 않고 서슬 퍼런 눈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권력을 얻겠다고 달려드는 무리들과 그 틈에 제 잇속을 차리려 설치는 무리들까지 봄꽃을 찾아온 상춘객의 정신을 혼미케 하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만큼 요란스럽다.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지켜가야 하는 것이 법이며, 그런 준법이 바로 시행될 때 질서와 조화로운 세상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법과 원칙 그리고 질서를 운운하게 되면 그것은 원래의 법 정신을 상실하여 강제되고 사람 위에 법을 세우는 꼴이 된다. 조화를 깨고 있으니 아름다울 리 만무하다. 흐드러진 봄꽃의 조화로운 아름다움 앞에서 혜성 같은 삶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 앞에 부끄러움 없는 인간의 길을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