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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울 것입니다

쉴만한 물가 - 99호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20140516 - 더 배울 것입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지도 반세기가 넘었고, 80년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발생한지도 30여 년이 훌쩍 넘어가고, 2009년 5월 23일 진짜 서민 대통령이셨던 분께서 유명을 달리한 날도 어느새 5년이 다 되어갑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따뜻하던 봄날 아침 들려왔던 세월호의 사고가 사건으로 발전해 우리 모두의 가슴에 휑하니 구멍을 내고 여전히 슬픔 가운데 돌아오길 기다린지도 어느새 한 달이 넘어갑니다.


반세기가 넘어도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 쿠데타와 독재자의 후손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는 현실이 계속된다 해도, 성공한 쿠데타라 할지라도 그가 국민의 눈을 가리고 안가에서 자행한 기만적 행위들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30여 년이 지나 뿌려진 그 붉은 피로 세워진 민주주의가 채 꽃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릴 것 같은 세파에 흔들려도 풀뿌리 민주주주의를 없이 하진 못합니다. 5년이 넘어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산 바위는 알고 있겠지만 그분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의 만행도 결고 잊지 못합니다.


검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목놓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다린지도 한 달이 넘어갑니다. 처음 그 일이 있던 날 정신없이 지나갔던 그 시간들, 하루 이틀 그래도 기적 같은 일들이 있으리라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드렸던 그 시간들도 무색하게 기어코 아무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주검으로 있을 자식을 품지도 못한 채 울부짖는 가족들은 분노도 기억도 기운도 소진해 다 소진되어 기력도 기약도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힘겨운 이들을 향해 어처구니없는 상처를 주는 이들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관계 당국의 무책임한 언행은 슬픔이 변해 또다시 분노의 심정을 품게 합니다.


세월호의 사건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침묵의 소리도 들리고, 촛불이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도 비상식적인 현실들을 다양한 형태로 규탄하면서 진실을 밝히라 합니다. 오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한 이후에 그래 왔듯이 잊을 수 없는 일들이 또 다른 역사들을 새롭게 다져가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미 발생한 역사적 사실들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결과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일들도 앞으로 계속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은 역사가 되어갑니다. 우리를 만들고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그런 일들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입니다.


지방 선거라는 큰 정치적 이슈를 앞두고 있는데 일련의 일들과 사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합니다. 자기들만 정치하겠다고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정치가 우리 삶의 현실과의 연관성 때문에도 그렇고, 가까워진 소통의 도구들 때문에도 그렇고, 국민 개개인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다스림과 순종의 일들 모두 정치적인 일들이기에 정치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정치에 대한 잘못된 착각이 국민을 기만하고 압제하고 무시하면서 사람 위에 서서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들이 왕이나 되는 것처럼 지배하려 합니다. 우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들입니다.


지난 한 달 온 국민을 해양학에서부터 항해와 조선술뿐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많은 분야의 일들을 학습하게 했습니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많은 분야의 소위 지도자와 책임자들이라고 하는 이들의 본모습과 진의 여부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밝히고 세워갈 것입니다. 또한 잊지 않고 함께하며 나와 우리 가족과 이 나라와 역사를 바로 세워가는 일에 동참해 갈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 역사의 한 복판에서 길을 잃지 않고 가야 할 길을 완주하고 정의를 세워가며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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