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75호
20130830 - 잠자리 날아다닌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즈음에 잠자리들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한겨울 눈이 올 때만큼 신이 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해 질 녘 개천가 다리가 있는 곳에 가면 잠자리가 더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온통 잠자리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연약한 잠자리들을 필사적으로 잡으려고 했던 이유는? 어쩌면 잠자리처럼 날지 못한 게 질투가 나기도 하면서 쉬이 잡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집착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잡아서 뭐했냐구요? 메뚜기처럼 구워 먹지도 못한 잠자리, 집에 닭들에게 주기도 했지만 흔히들 잠자리 장가보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사실 잔인한 일이긴 하지만 잠자리 꼬리 끝 꽁지를 조금 떼어내고 대나무 빗자루에서 조그마한 꼬챙이를 끊어 긴 꼬리에 넣고 날리는 걸 우리는 잠자리 장가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힘겹게 날아오르는 녀석들을 보면서 낄낄대는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참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리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우선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가 손가락에 붙었을 때 움켜쥐어 잡기도 했고, 나무나 다리 난간에 앉아 있는 것들을 살금살금 가서 잡는 방법도 있고, 빗자루를 흔들어서 휘어잡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간혹 철사가 있다면 잠자리채를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망이 흔하지 않아서 잠자리채를 만들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우리가 흔히 만들었던 잠자리채는 철사나 억새를 구부려서 동그라미나 세모 형태를 만들어 그 공간을 끈끈한 거미줄로 채우는 방법이었습니다. 거미가 밤새도록 만든 거미줄을 왕창 거두어가서 거미에겐 미안했지만 온 동네를 샅샅이 뒤져서 처마 밑이나 헛간 같은 곳에서 거미줄을 찾아내곤 잠자리채에 뒤뒤 감았습니다. 요즘 끈끈이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게 만든 잠자리채로 날아가는 잠자리나 앉아 있는 잠자리에게 붙이면 끈끈한 거미줄에 걸려서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손에 가득 잡은 잠자리들의 날개를 모아 잡기도 하고 두 손을 써야 할 때면 날개를 입에 물고 있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잠자리채는 오래가지 못했지요. 그렇게 잡은 잠자리도 하루도 못 가서 이내 날려 보내거나 처분하는 것이 당연했지요.
한편으로 현 시국이 국민을 잠자리 정도로 보면서 거미줄처럼 망을 치고 잡아대며 쥐어짜고 꽁지를 끊어 대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는 아이 같은 정부의 모습이 오버랲 됩니다. 잠자리가 주는 유익을 독차지하고 제어하며 공안정국을 형성하며 권력과 탐욕에 눈멀어 발악하는 모습들이 부질없이 빗자루를 휘둘러대는 어린아이 같은 어리석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어느새 밤이 되면 모든 것을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지금 우리도 그토록 목숨을 걸고 잡아가고 있는 것들이 한낱 부질없는 것이 아닌지 돌아봅니다. 어쩌면 잠시 있다가 날려버릴 잠자리 같은 것을 붙잡으려 우리에게 주어진 너무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또 아닌지 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의 문턱에 서서 이 가을엔 좀 더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붙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