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서시

푸풀쉴물 - 20120818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이다.

시인들이 가장 애송하고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한 자신들의 시어들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졌을 때

비로소 완성된 시가 될 수 있다는

어쩌면 그런 애환과 외로움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이 시를 애송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잘 아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라는 시다.

이건 '꽃" 다음으로 시인들이 애송하는 시라고 한다.

자신들의 글이 끝까지 양심의 소리에 바로 응답하는

그런 삶이고자 원했고

필의 힘이 끝까지 정직하길 원해서였을까?

어쩌면 시인들의 그런 마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하나의 꽃이 되기까지

그리고 죽는 날까지 온전케 살아가길

우리 모두는 바라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시인들이 가장 많이 애송하는 시의 순서는

위의 꽃과 서시에 이어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15명),

서정주 ‘자화상’, 이형기 ‘낙화’(이상 14명),

한용운 ‘님의 침묵’, 서정주 ‘동천’(이상 12명),

김소월 ‘진달래꽃’, 김수영 ‘풀’(이상 11명),

정지용 ‘향수’(10명) 등의 순으로 가장 많이 읊는 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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