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삶을 담아내는 글쓰기>
평도(平道) 라종렬목사
고향집에 가면 어릴적 쓰던 일기장이 있다. 누님들 것은 여러권이 묶여 있는데, 필자의 것은 낱권으로 되어 있다. 매일 성실하게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내 인생에 그렇게 띄엄띄엄 시작되었다. 이후로 글짓기와 편지쓰기 그리고 보고서를 쓰는 일로 이어진다. 휴대폰 보급이 시작되면서 짧은 단문과 장문의 글까지 글쓰기의 필요는 더 많아 졌다. 마침내 설교자가 되어 매일 글을 담아내고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뭔가를 쓰고 있긴 하지만 체계적인 배움과 훈련이 부재한 상태로 쓰다보니 정제되고 교정되어 완성된 글쓰기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릴 적 띄엄띄엄 쓰던 글쓰기와 책읽기가 지금의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정리하다.
성장과 진학, 그리고 목표하는 일을 이뤄가기 위해서 살아온 날들 속에서 배우고 경험한 일들이 체적되어 오늘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 졌음을 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느새 형성된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많은 사상들에 대한 앎이 쌓여진다. 그것이 단어나 문장으로 기록될 때 제대로 안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분명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필수라 생각한다. 한 문장이나 단락으로 정리할 수 있는 생각이나 사상이라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사유한 삶을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가 필요하다.
삶을 살아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품게 되고, 품은 만큼 또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품은 것을 말하고 살아내는 것이 삶이라 생각한다. 그런 날들이 벌써 반백이 되다보니 내가 알고 쓴 만큼 살아낼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고 다시 새 날을 꿈꿀 수 있었다. 보고서를 쓰면서 내가 배우 것을 정리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며 살 수 있었다. 설교문을 작성하고, 묵상한 글들을 정리해 내면서 다시금 사유하고 쓴 대로, 그래서 다짐하고 적용한 대로 또 살아내려고 힘쓰는 날들이 많아짐을 알았다. 그렇게 쓴 글들이 나의 삶 빚어가게 만들었고, 더불어 살아가게 했고, 가정과 공동체와 여타의 일들을 세워올 수 있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어 쌓여가다보니 정말 내가 쓴대로 살아가고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 삶의 스팩트럼은 더 넓어지고 다양해질 수 있으리라. 그렇게 살아내기 위해서 글쓰기가 필요하다.
삶을 담아내다.
지금은 내 인생의 전부이지만, 본격적인 신앙의 여정은 지금 내 인생의 절반 가량이다. 그렇게 많은 날들을 한 길로 달려오면서 가장 나다운 신앙과 목회를 비롯하여 성경적 교회와 성경관에 대한 전환의 굴곡들이 있었다. 신학교의 진학, 결혼, 목사 안수, 그리고 교회 개척과 목회가 대표적으로 굵직한 굴곡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교회 개척을 통해 본격적인 목회를 시작하면서 성도를 양육하는 일을 막상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니 기성 교회에서는 한 부분만 감당하면 될 일을 이제는 자식을 길러내는 일처럼 모든 일들을 다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방으로 양육 커리큘럼을 고민하던 중에 알게된 성서유니온과 하나님나라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나의 모든 관점을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삶을 전수하다.
그렇게 시작된 하나님나라를 기반으로 한 목회와 선교 그리고 삶의 여정 가운데 내가 알고 배운 것과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이들의 책을 통해서 터득한 것들을 우리교회의 실정에 맞게 교육하고 양육하기 위해서는 다시 우리에게 맞게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만일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만 사용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세울 수 있겠지만, 정작 그들이 또 다른 이들을 양육하고 세워가는 일은 어렵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책을 쓰면 사유든 사상이든 신학이든 전수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와 1세대에게만 전수될 뿐 그냥 거기서 끝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무르익은 삶을 담아 전수하기 위해서 글쓰기는 필수다.
삶을 담아내는 글쓰기
하나님의 창조는 목적이 있다. 그것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일들의 삶은 나름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다양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세상을 담고 있다. 그런 삶을 정리하고 살아내고 담아낸 이야기는 하나의 우주다. 그런 많은 이들 중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나의 삶을 글쓰기로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