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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쉴만한 물가

20121130 - 막바지


시린 손을 불고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어둠속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저 멀리서부터 어둠을 밝히며 떠 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 보았는가!

새해 새 날을 시작하면서 한해의 끝자락이 기쁨으로 가득하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며 섬렘 가득함으로 집을 나서 일터로 간 일을 기억하는가!

고속도로 긴긴 행렬 속에서도 고향으로 가는 길에서서 부모님 얼굴 생각하며 고생길이어도 끝까지 고향땅을 밟았던 그 시간을 경험해 보았는가!


혹독한 추위 끝에 새벽녘부터 서둘러 산에 올라 산중턱 고로쇠나무에 다다를 즈음 때마침 떠오르는 햇살로 얼음이 녹으며 졸졸 흘러 내리는 고로쇠 수액을 모아 한그릇 떠 먹는 그 맛을 맛본적이 있는가!

얼어버린 땅에서 추위를 이겨내고 겨우내 숨겼던 꽃을 만개하고 길가 산천 강가를 뒤덮던 매화, 개나리, 벚꽃 흐드러지게 핀 그 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해 보았는가!

새순, 연초록 새이파리, 연한 가지,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고 물안개 피워 올라 산허리를 휘돌아 갈 때 때마침 비친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던 그 푸르른 산을 숨결과 품으로 안아본 적이 있는가!


이른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로를 따라 거침없이 달릴 때 가슴 깊이 들이 쉰 숨결에 묻어온 초여름 새벽공기의 그 쾌청함을 맛본적이 있는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종일토록 논두렁 풀을 베다가 땀과 빗물로 범벅된 몸을 철철 흐르는 개울에 던졌을 때 뼛속까지 느껴오던 그 시원함을 경험해 보았는가!

담당한 일을 밤새도록 마무리하며 어느새 밤을 새고 새벽녘에서야 일을 마치고 마침내 굳었던 몸을 들어 문을 열고 나가다가 맛본 그 개운함을 기억하는가!


찌는듯한 더위 속에 잠을 설치면서도 선풍기 하나 부여잡고 폭염과 싸우며 달겨드는 모기를 쫓아내며 새볔녘이 되어서야 조금 서늘한 새벽기운에 가까스로 잠을 청했던적이 있는가!

사정없이 불어닥친 태풍의 위력 앞에서 인간의 무기력함을 알지 못하고 자연 앞에 교만했던 그런 인간의 진상을 깨달아 본 적이 있었는가!

만물은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는데, 빈 전대와 허망한 소득, 체적된 피로와 쌓여가는 빚더미에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에서서 그저 하루 삶도 버거워 절망해 본 적이 있는가!


연체된 카드 빚에 연일 걸려오는 스팸에 화나는데, 채권자들이 고용한 사람들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속상해서 분해하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수 없었던 그런날은 없었는가!

월급날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기 무섭게 밀린 이자며 여타 요금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잔고 없는 통장을 보며 언제 이런날 없을지, 회복될 것 같지 않던 소망 없음에 서럽게 서럽게 울어 본 적이 있었는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폭력과 위험에 노출된.학교 현실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가 들려와도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보다 무기력함에 눈 감고 애써 그 일을 외면하며 맘만 졸였던 적이 있었는가!


날이 추워지는데도 난방비 무서워 전기담요 한 장에 몸을 뉘어 우풍에 하얀 입김 날리며 아침까지 누워 있다가 밤새 굳어진 몸을 가까스로 펴고 일어난 적이 있었던가!

빈 주머니로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 밥한번 먹는 일도 쉽지 않고, 친구 결혼식에 초라한 모습으로 찾아가기 부끄러워 급기야 사람 만나는 일도 불편해져서 은둔하고픈 그런 날은 없었는가!

야근으로 늦어진 퇴근길에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옹기종기 자고 있던 아이들의 머리맡에서 새근 거리는 아이들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어느새 부모의 자리에 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종일 기다리다 잠들었을 아이들에게 미안해 하며 코끝이 시려졌던 날들도 있었는가!

나뭇잎 떨어져 바삭거리는 산길을 한참 올라 정상에 서서 인생길 만큼 겹쳐진 첩첩 산 능선들을 바라보며 아무리 소리쳐도 들려오는 소리 메아리뿐인 외로움으로 몸서리쳐 본적이 있었는가!



모두에게 각자가 경험한 잊혀지지 않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 모든 일을 지나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하는 막바지 계절에 다다랐습니다. 아쉬움도 후회도 미련도 있을겝니다 그러나 되돌이킬 순 없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통해 오늘과 내일을 다시 새로게 꿈꾸는 자가 지혜로운 자입니다. 12월 한 해의 끝 달 초입에 서서 남은 시간들을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길 또한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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