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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야 Oct 08. 2024

한밤의 콘서트

시골의 밤은 나이트보다 화려할 수도 있지

# 드럼 연주가 시작된다


옆집 어르신 댁에서는 한 번씩 콘서트가 열린다.

멋진 드럼 연주 콘서트.

혼자만의 콘서트일 때도 있고 친구분들이 놀러 오셔서 노래방 반주기와 함께 합동 콘서트를 여는 날도 있다.

시골집에 방음 장치가 되어있을 리 없으니 어르신의 콘서트는 직관하듯 생생하게 들린다.

몇 년간 그 콘서트를 들어온 바로는, 즐기시는 것에 비해 드럼 실력이 그리 늘지는 않는 것 같다.

딱, 즐길 만큼 익히신 후 만족하신 걸지도.


시골에 살아서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마음껏 소리 낼 수 있다는 것.

나에게도 도시에서 층간소음 걱정하며 아이들의 발걸음을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집이 허름하고 냉난방에 매우 취약해도 끝내 그 불편함을 이겨내게 하는 건 소리로부터의 자유로움이 정말 좋아서다.

자유를 넘어 방종에 이르러도 남에게 그리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드럼 소리는, 아주 꽤 크게 들리는 편이긴 하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비가 내리면 바깥일을 보지 않아도 되니 일찍부터 친구분들과 약주를 드시고 흥이 많이 오르신 모양이었다.

노래방 반주에 맞춰 우렁찬 드럼 소리가 동네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구성진 트로트 노랫소리와 함께.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고 나의 아이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잠잘 시간인데 너무 시끄럽게 하시는 거 아니냐고.


아이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방음장치 하나 되어있지 않은 집에서 흘러나오는 드럼 소리는 간혹 천둥처럼 들리기도 한다.

매일 있는 일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있는 일이니 괜찮지 않나 싶은 건 40년쯤은 살아야 가져지는 여유일지 모른다.

지금이 소중한 10대들의 마음으론, 지금을 방해하는 소리로 여겨질 수 있지.

시골의 밤은 너무도 조용하기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리기도 한다.

환한 빛이 온 창문으로 새어 나왔고 열어놓은 창밖으로 우렁찬 드럼소리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이트 부럽지 않다!


#나만의 미니 콘서트


투덜거리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어깨를 씰룩씰룩 움직여가며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몸을 맡겼다.


"진또배기~ 진또배기~진또배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나를 보고 아이들이 피식 웃었다.

아이들이 웃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한 곡 더!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 사랑이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아이들에게 손하트도 쏘아주었다.

아이들은 질색했고, 엄마가 취한 거냐며 까르르 거렸다.

아이들의 불평 소리보다 질색하며 나를 놀리는 소리가 더 듣기 좋았다.


다행히 어르신의 콘서트는 10시를 넘기지 않았다.

마이크가 좋지 않다며 지금 당장 마이크를 사러 가자고 친구들과 옥신각신하시던 대화소리가 들렸었는데

아마도 모두들 취해 계셨으니 마이크를 사러 나갈 수는 없었고, 그대로 콘서트가 끝난 모양이다.

마이크가 눈치를 잘 챙겼구나.

눈치 챙긴 마이크 덕분에 나의 미니 콘서트도 마무리가 되었다.


시골의 밤은 다시 조용해졌고 빗소리에 잠이 솔솔 왔다.


나는 한 번씩 열리는 이 시끄러운 콘서트가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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