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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l 09. 2021

40kg대 몸무게를 유지하는 비결

나는 몸무게를 재지 않는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키 161.4cm, 몸무게 46.6kg을 기록했다. 의사 선생님은 체질량지수상으로 저체중이니 2kg가량 더 찌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저체중은 체질량지수 18.5 미만인데 내 기록은 약간 못 미치는 17.9였다. 이전 검진에서 난생처음 체중 50kg를 넘었는데, 이번에는 저체중이라니 솔직히 뛸 듯이 기뻤다.


내 못생긴 손가락, 엄마를 닮은 심한 고수머리, 뒤늦게 얼굴에 돋아난 성인 여드름도 상관없는데, 마른 몸을 선호하는 시선에서는 유달리 자유롭지 못하다. 이십 대 후반까지 마른 체형이었기 때문인지 살찌는 일은 유난히 두렵고, 몸무게를 48kg로 유지하려는 강박감이 크다. 모순적으로 그래서 집에 체중계가 없고, 건강검진 외에는 따로 체중을 재지 않는다. 몸무게에 무척 예민해서 0.X kg이 가져올 스트레스를 견뎌낼 자신이 없다. 평생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한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번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저체중은 자랑거리가 아닌 개선해야 할 과제이지만, 평소 체중을 유지하려는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 심리 상태를 돌아보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참고로 나에게 다이어트란 체중을 감량한다기보다는 식사량과 식사 시간대를 조절해서 몸무게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첫째, 매끼 식사에 충실하고 과자, 빵 포함 간식을 잘 먹지 않는다. 투게더, 호두마루,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으려면 한두 달은 걸린다. 좋아하는 스윙칩도 한 봉을 다 먹는 데 한 달가량은 걸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한 번 먹을 때 찔끔찔끔 먹는다. 잊고 살다가 일주, 이주마다 꺼내 먹으니 잘 줄어들지 않는다. 일부러 참는 것은 아니고, 습관이라 특별한 비법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매끼 식사 위주로 섭취하고 간식을 자제한 습관이 굳어진 것 같다. 부모님께서 과자, 피자, 햄버거 등을 사주지 않으셔서 한때 원망했다. 하지만 내 칭얼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하게 훈육하신 부모님 덕분에 형성된 습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당분이 높은 초콜릿, 감말랭이 등의 주전부리를 좋아한다. 눈에 보이고 손 닿는 대로 먹게 되어서 일부러 한 개, 한 봉지만 구비한다. 할인 폭이 크더라도 대량 묶음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자신 스스로 자제력이 약하다고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재고를 잘 떨군다. 그럼, 직접 마트에 사러 가야 먹을 수 있고, 배송 중에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당장 하나밖에 없으면 심리적으로 한번에 조금씩 아껴 먹게 된다. 욕구를 자제하도록 장벽을 조성해서 서너 번 먹을 것을 한 번만 먹도록 조절한다. 라면은 고난도에 속하는데, 5개 포장된 세트를 구매하지 않고, 1개를 구비하거나 없으면 그때마다 사 먹는다.




둘째, 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정한 시간에 잠을 잔다. 점심은 보통 11시 30분, 저녁은 6시에 먹고 잠은 11~12시 사이에 잔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려면 취침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겠어’라는 다짐보다는 ‘매일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겠어’가,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겠어’라는 의욕보다는 ‘매일 저녁 9시 30분에 자겠어’라는 목표가 더 현실적이다. 일단 잠들면 7~8시간이 지나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기상 시간이 일정하면 매끼 식사도 비슷한 시간에 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30대 초반까지 꼭 아침 식사를 했는데 이제는 기초대사량(우리 몸이 호흡, 체온 유지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진대사에 사용하는 기본적인 에너지 소모량)이 줄었는지 예전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 예전에는 오전에 든든하게 먹어야 집중이 잘 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포만감 때문에 머리가 둔해지는 기분이다. 공복 상태가 머리도 맑고 개운해서 이 상태로 오전에 최대한 집중해서 복잡한 일을 처리한다. 오전 9~10시 즈음 견과류, 초콜릿 몇 조각, 생당근 1/4 조각, 요거트 등을 먹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셋째, 야식을 먹지 않는다. 밤 9시 이후에 배달 주문을 하거나 요리해서 밤참을 먹은 적이 없다. 지인과의 약속, 회식, MT, 워크숍 같은 단체 생활을 제외하면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야식을 먹지 않는다. 대략 오후 7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14시간 30분 동안 물을 제외하고 먹지 않는다. 전날 약속 때문에 음식을 저녁 늦게까지 먹은 경우, 다음 날 점심을 가볍게 먹는다. 만일 다음 날이 열량 소비가 적은 주말이라면 오후 늦게, 저녁까지 종일 공복 상태를 즐긴다.


엄밀하게는 첫째, 둘째에 쓴 정해진 매끼 식사에 충실하고 간식을 먹지 않는 것은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습관이다. 원래 잠이 많아서 때가 되면 저절로 눈이 감긴다. 하지만 야식을 먹지 않는 생활은 의지를 갖고 인내해서 유지하는 습관이다. 저녁 식사가 부족해서 출출한 밤에는 매콤짭짤한 라면 수프를 넣고 맛있게 끓인 라면을 먹고 싶다. 그럼, 차라리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먹자는 생각으로 일단 침대에 눕는다. 나 자신에게 ‘이미 규칙을 한번 깨뜨렸잖아. 뭐 새삼 유난 떨고 그래’라는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참는다.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네 번, 다섯 번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그냥 참는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이제야 쉬려는 위와 장에게 갑자기 야근을 시키면 얼마나 싫을까, 라고 생각한다. 신기하게 잘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라면을 먹고 싶은 욕구는 사라졌다.




넷째, 음식을 먹을 때마다 기록한다. 구글 Keep에 짤막하게 예를 들면, ‘호두, 당근, 초콜릿 / 점심: 감자튀김, 오이고추 / 저녁: 두부김치, 김, 깻잎 / 코코아’, ‘감자 샐러드, 채소 샐러드 / 점심: 새우 로제 파스타(포장) / 저녁: 부추전’ 등으로 먹은 순서대로 그때그때 기록한다.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서 단백질이 부족할까 봐 염려하는 마음에서 틈틈이 메모했다. 구글 Keep 적은 일과를 확인하면서 앞선 섭취 기록을 볼 때마다 하루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간식이나 야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그라든다. SNS에 일상을 공유하듯이 식사 기록 습관을 들이면, 가계부나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씀씀이나 생활을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듯이 식습관을 반추하며 식단을 조절하게 된다.


체중 감량이든 건강 목적이든 미리 식단을 계획하고 지키려면 부담된다. 지키지 못하면 자괴감이 들고 자신을 책망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다이어트 도시락, 해독주스를 먹거나 고구마와 닭가슴살, 찐 달걀과 방울토마토 치커리 샐러드를 몇 주 동안 먹을 자신은 아예 없다. 한동안 평일 점심을 간단하게 고구마 몇 개와 김치로 해결하려고 한 적이 있다. 겨우 한끼인 데도 며칠이 지나자 금세 물리고 오후 4~5시에 너무 배고파서 간식을 먹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점심을 자제했다는 보상심리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갈망했다. 일단 점심을 먹고 싶은 대로 즐겁게 먹고 메모를 보면서 간식을 안 먹거나 저녁 식단을 조절하는 방법이 나에게는 훨씬 나았다.

                                          

<예시: 추후 정리한 식사 기록>




다섯째, 채식 위주로 식사한다고 생각한다. 채식을 한다는 말이 아니라 ‘채식 위주’라고 ‘생각’을 한다는 의미이다. 삼겹살, 갈비찜, 곱창, 치킨, 불고기 등 고기 자체가 메인인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젓갈이 들어간 김치, 간 고기가 들어간 만두, 육수 수프에 밀가루와 달걀로 만든 면을 넣은 라면, 마요네즈와 치즈가 들어간 시중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 등은 다 먹는다. 고기 대신 생선구이, 회, 새우와 주꾸미 등 해산물을 즐겨 먹는다.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두부김치와 순두부찌개, 콩이 들어간 밥이다. 고기를 넣지 않고 두부와 각종 채소를 넣어서 만든 두부김치와 콩밥, 김을 가장 자주 먹는다. 맛도 좋고 음식은 조화롭다. 직접 쑨 두부로 요리하는 두부 전문점은 단골 외식 장소이다.


채식 위주로 식사한다고 ‘생각’하면 요리를 하거나 외식을 할 때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카레나 미역국을 요리할 때 고기 대신 식감이 쫄깃한 버섯을 넣는다. 나물 비빔밥에는 달걀프라이를 넣지 않는다. 라면과 떡볶이에는 달걀과 치즈를 넣지 않는다. 식탁에 육류, 생선류, 채소류가 골고루 있으면 채소나 생선을 더 많이 먹게 된다.




어떻게 매일 이렇게 사느냐고 묻는다면 희소식이 있다. 1년 365일 중 주말 104일은 예외이다. 금요일 저녁부터는 식사도 해방이다. 5일간 고생한 나에게 푸짐한 모둠 연어회를 선물하고, 치즈가 듬뿍 뿌려진 피자를 맛있게 먹는다. 주말에는 기록도 안 하고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는다. 그러나 주말에도 야식은 먹지 않고, 보통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11시까지 공복을 유지한다. 점심은 든든하게 외식하고 저녁은 6시 전후에 가볍게 먹는다. 식단에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이제는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고기 자체가 메인인 음식은 먹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평일 식습관이 어느새 몸에 배어서 이제는 평일과 주말의 식생활이 비슷한 것 같다.


체중을 관리하는 나만의 비법은 찾았지만,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해 해마다 늘어나는 뱃살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최소 세 번이 목표인데 일주일에 두 번 하거나 한 번에 30~40분밖에 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주를 시작하면 지난주는 까맣게 잊고 새롭게 다짐한다. 이번 주에 한 시간씩 세 번 운동하기로. 또 못하면 한숨 한번 쉬고, 실패는 다시 새카맣게 잊고 새롭게 시도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은 했으니까, 언젠가는 익숙하게 세 번 운동하는 날이 오겠지. 바라던 대로 뱃살이 근육으로 변해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운동을 빼먹지 말아야겠다. 사소한 습관을 새롭게 몸에 익히는 일은 큰 노력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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