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펄 May 10. 2022

나와 진짜 가까운 사람(잘 맞는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

사회적 자아(권위)에 속아서 나 자신을 기만하거나 착각하지 말기

회사에 신입사원이 첫 출근을 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시는가? 신입사원은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 테니 나 같은 경우는 먼저 다가가서 회사 생활에서 꼭 알고 있어야 할 점을 알려주고(매뉴얼에는 나와있지 않은 인간관계 등 실질적인 팁), 더 필요하거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세하게 살피는 친절한 선임자인 편이다.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고 특히 같은 ‘팀’이라는 공동체로 묶이면 무조건적으로 환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팀에 합류했을 때 경계하면서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어떤 사람인지 두고 보자’라면서 그 사람을 자신의 마음속 시험대에 올려놓고 심지어 배척까지 하는 사람의 심리를 알 턱이 없었다. 인간관계만큼 ‘적당히’가 어렵고 또 중요한 일이 있을까. 사람을 너무 경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무런 경계심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못지않게 문제라고 이제는 알고 있다.




흔히 어려운 일을 당하면 진짜 ‘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이번이 인간관계를 한번 싹 정리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 기회라며 위로하기도 한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재 내 상황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과 아닌 사람, 나 자신이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이 현시점(at this moment)에서도 정말로 가까운 사람이 맞는지, 서른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서 나에게 실제로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지 돌아보는 기회인 듯하다. 나도, 상대방도, 쌍방의 관계도 그대로인데 과거의 추억에 사로잡혀 가까운 관계라고 ‘착각’한 이 착각을 거두고 현실 인간관계를 직시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좋은 인간관계는 이제는 그 자체로 잘 간직하고, 현재의 인간관계에 충실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가까운 인간관계도 앞으로 내가 변하고 내 상황이 변하면 또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기에 지금은 좀 더 이 좋은 관계들에 충실하고 싶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현재의 소중한 사람들과 곱고 아름다운 추억을 층층이 쌓았다고 기억하고자 한다.




신입사원 사례처럼 나는 인간관계를 워낙 내가 아닌 ‘상대방’을 중심으로 맺어온 사람이라 뒤늦게 내 인간관계의 경계선(boundary)을 설정하고 있다. 내 마음(감정)을 들여다보는 데 미숙하고, 타의라도 가족이든, 팀이든 공동체로 묶인 사람들 또는 한번 ‘이 사람 괜찮은데? 나와 잘 맞는데?’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경계심이 낮고(거의 없고) 원만하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고, 인정이 많다 보니 오래도록 내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고 심지어 내 마음에 내상을 입히는 상대에게도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꾹 참고 맞추려고 했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스스로 낭비하고 있었다.


한편, 사회적 자아도 강한 편이라서 특히 나보다 권위자(부모, 상사나 (전)시어머니 등)인 경우, 내 마음은 불편하다고 인지를 하면서도 그들의 말이나 행동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며 잘 맞추는 편이라(그것이 나에게도 유리하거나 유리했으니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들을 가깝다거나 믿을 만하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좋게보면 나 자신을 배려심 많은 성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 중에는 정말로 나를 신뢰해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도 있었고, 돌이켜보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에게 자격지심을 느껴서 오히려 이를 감추고자 잘해준 경우도 있었으며, 그냥 별생각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만 행동하는 이기적인 사람(극자기중심적인 사람)도 있었다. 자격지심을 가진 상사의 경우, 평소에 매우 잘 대하다가 비상식적인 이유로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간혹 나를 향해 뜬금없는 분노를 표출해서 당황하곤 했는데, 애써 열등감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무언가 심리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감정이 튀어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추억에 사로잡히든, 권위에 복종하든, 그저 내가 잘 지내고 싶었던 사람이든 이처럼 가깝다고 착각한 관계를 거두고, 느닷없이 찾아온 이혼이라는 절망적이고 깊은 상실의 순간에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먼저 연락을 하든,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하든 연락이 닿은 사람들은 내가 그만큼 신뢰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니 이들을 향한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나도 모르게 관계의 중심을 내가 아니라 상대방 아무나에게 넘기려고 할 때마다, ‘나만의 진짜 가까운 사람(나와 잘 맞는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을 떠올린다.


<나와 진짜 가까운 사람(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


첫째,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인가

: 함께 식사한다는 데 많은 의미를 두는 편이라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이 드는 사람과는 (사회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같이 먹는 경우도 많지만) 가급적 식사를 기피하는 편이다. 오히려 식사보다 차(커피)를 마시면서도 길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나에게 식사를 같이 하고 싶은 사람과 차만 마시고 싶은 사람은 내적 거리감 차이가 매우 크다.


둘째, 나도 모르게 헤실거리며 계속 농담을 던지고 놀리며 장난치고 싶은 사람인가(유머 코드가 통하는 사람인가)

 : 나와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은 나를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몰아가서 나도 내가 유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들의 농담에 내가 웃을 수 없었던 이유는 대체로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요소를 농담의 소재로 삼아서 (당시에는 나도 몰랐지만 내심) 불편했기 때문이다.

 : 나와 가깝고 편한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나도 모르게 농담도 자주 던지고 장난도 많이 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편하기도 하고 혹여 장난이 좀 지나쳐서 친구가 토라지더라도 풀 수 있다는 관계를 향한 자신감과 그 정도 오해와 균열로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 상호 이해가 있는 친밀한 관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셋째, 집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인가

 : 거주 공간은 나에 대한 많은 부분을 말해주기 때문에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고 봐야 한다. 나를 그대로 드러내도 될 만큼 신뢰하고 편안하며 거리낌 없다는 의미이다.

 : 서로의 경제력,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괜한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나를 동정하거나 연민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괜히 질투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에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에 초대해서 함께 편하게 어울릴 수 있다.


넷째,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같이 가거나 ‘활동’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사람인가

 : 좋은 시간을 같이 공유하고 싶을 만큼 친밀하고 편한 관계이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공유한다는 의미는 그만큼 내 생활에 상대방을 들여놓는 의미이다.

 : 서로 잘 알고 있고 좋아하는 취향이 잘 맞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섯째, 오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사람인가

 :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보고서 지금 맡은 일이 끝나도 어떤 조직(공동체)을 떠나도 오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나에게는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다. 이때는 나와의 관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되,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가깝게 둬야 할 사람이다.




사회적 자아(권위)에 압도당해서 나도 모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에 집착하고 지나친 저자세를 취하려고 할 때,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가까운 관계라고 헷갈려서 착각하려고 할 때, 진짜로 나와 가깝고 잘 맞는 사람을 향한 내 감정과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사실 불편한 사람과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고 몸은 경직되고 긴장을 하니까 일종의 사회적 가면을 착용하므로 이러한 내 몸의 변화를 잘 살피면 관계가 헷갈릴 때 잘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내 부모는 냉철하게 이 다섯 가지 중 하나에도 속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부모님을 떠올리면 표정이 굳고 심란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심지어 속이 메슥거리는 기분이 든다. 어쩌다 관계가 이렇게까지 어긋났는지 안타까울 따름인데, 관계는 과거의 기억이 축적된 결과니까 이제는 나도 어찌할 수가 없다고 잘 알고 있다. 한편, 관계는 상황에 따라서 또 늘 변하기도 하니까…… 나도 모르겠다. 여러분에게 ‘잘 맞는 사람’,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도 궁금하다. ^^



*상단 사진 출처:

<a href="https://ko.depositphotos.com/stock-photos/religious.html"> - ko.depositphotos.com</a>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의 인색한 칭찬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